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 선생님의 1999년작 '안심낙관'이라는 작품이 서울 청담동의 한 병원에 전시되어 있었고, 필자는 매일 이 작품을 보면서 의사로서의 잔뼈가 굵어왔다. 환자들이 안심하고 최첨단 의료기술로 치료받아 잘 치료될 것이라는 낙관적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안심낙관'의 세계관은 필자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중심 철학이 되어왔다.
인체는 자동차 같은 기계가 아니다. 사람에 대한 시술이나 수술은 자동차 AS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기계는 고장의 원인을 파악해서 부속품을 갈거나 원인을 해결하면 근본치료가 된다. 그러나 인체는 그렇지 않다. 사람마다 병의 원인도 다를뿐더러 원인을 뿌리 뽑다가는 사람 자체가 다칠 수 있다. 그러므로 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 못지않게 적당 선을 지키는 치료가 중요하다.
최소침습 내시경 시술로 이루는 안심낙관
의학 분야와 상관없이 최소침습치료가 삶의 질을 잘 유지하면서 병소를 치료할 수 있는 요체이다.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환부로 접근하여 병을 치료한다는 최소침습수술의 철학은 안심낙관의 개념과 정확히 일치한다. 특히 척추 내시경 수술법은 최소침습 수술의 끝판왕이라 할만하다.
첫째, 가장 큰 장점은 정상조직 보존이다. 피부 및 근육조직은 거의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 뼈조직도 최소한의 작업으로 충분하다.
둘째, 가장 치명적인 환부만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니 내시경 수술의 효과는 일반적인 경피적 주사 또는 시술에 비해서 효과적이다.
셋째, 부분마취하에 시행할 수 있다. 고령자나 전신마취에 위험성이 있는 질환자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하다. 치명적인 합병증이 적다는 것이다. 감염이나 출혈 또는 신경 손상의 가능성도 극히 적다. 잘 안되어봐야 계속 아픈 정도이다. 반면에 기존의 관혈적 수술은 자칫 치명적인 합병증에 휩쓸릴 수 있다. 그러니 내시경 수술법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장기간 유지되는 안심낙관은 있다.
필자의 목적은 환자들의 기쁨이 아니다. 그들을 기쁘게 할 능력은 없다. 다만, 그들을 안심시키고 낙관적인 기분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10년 가는 우울증은 있어도, 10년간 유지되는 기쁨증은 없다. 그러나 장기간 유지되는 안심낙관은 있다. 디스크병과 척추협착증에 있어서는 최소침습 내시경 시술이 그것이다. 우리 미니멀리스트 들은 전신마취 수술은 부분 마취로, 관혈적 개복 수술을 경피적 비절개 수술로 전환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그 결과 부분마취 비절개 수술이 협착증에 효과적인 시대를 만들어냈다.
가능한여러분들에게안심낙관을 드리자
필자의 목표는 또한 가능한 많은 분들에게 안심낙관의 제공하는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층의 환자들과, 기저질환으로 전신마취나 절개수술을 못 받는 환자들에게도 치료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야 말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척추관협착증과 디스크병이 있으시다면, 우선 비수술로 치료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도 안된다면, 전신마취 나사못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부분마취 비절개 수술법을 찾기를 권유드린다. 현대의 척추내시경 수술법은 충분히 효과적이다. 우리의 생은 길고, 안심하고 낙관적으로 살 권리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