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이 흡입력 뭐지?’
어제 하루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169쪽을 읽어 내렸다.
그리고 남은 100쪽도 오늘 한자리에 읽어 말았다.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작년 9월에 출간되어
여러 유명인(유시민 작가나 문대통령님의 평산책방 등)의 추천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여,
읽은 독자들의 입을 통해 또 꼬리에 꼬리를 물어
현재까지도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꾸준히 읽히는 작품이다.
빨치산 출신의 아버지의 장례식 3일을 시트콤처럼 이렇게 재밌게,
하지만 어떤 근대사 책보다도 생생하고 처절하게 풀어낸 작품이 있을까.
현기영의 <순이 삼촌>이 제주 4.3 사건을 수면 위로 띄우고
진실과 살아남은 자의 유예된 죽음 같은 삶을 그려낸 것이라면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이념을 떠나 사람 사는 세상,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꾼 빨치산 아버지가 살아낸 삶과,
그 시대 '사람들'이 살아낸 삶을 통해
또 하나의 아픈 역사인 빨치산 이야기를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절실하게 다뤄내고 있다.
작품 속 에피소드들이 요즘 표현을 빌리자면 ‘웃프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웃음과 포용으로 현실을 헤쳐나가는 모습들이
해학적이면서도 아프다.
지난 7월 19일 정지아 작가님을 만났다.
수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좌담회였는데 빈자리 없이 꽉 찼다.
작가는 문학의 힘과
어머니의 해방일지, 여전히 어우러져 살아가는 구례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소설 속 인물인 '떡집언니'도 구례에 살고 계신다는데 만나보고 싶다, 진심으로.
어머니의 해방일지를 써보실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어머니께서는,
지리산에서는 강성의 빨치산이셨지만 ‘자식에게는 자유롭지 못하셔서’라고 하시며
자신의 단편소설 <검은 방>의 일부를 옮겨와 주셨다.
아아~
마음 한켠이 툭 내려앉았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의 오지라퍼 아버지가
‘민중’을 위한 일이라며 참견하던 세상만사가
결국은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세상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