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하듯 글쓰기
총 2번에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바닥에 있는 애벌레를 발견하고 너무 징그러워서 한번,
그 애벌레가 밟히는 순간을 목격해 두 번,
공원에 앉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발견한
초록 애벌레,
꿈틀꿈틀 기어가는 커다란 애벌레를 보며 소름이 돋았다,
나는 벌레를 무서워한다.
그중 커다란 초록색 애벌레를 가장 징그러워한다.
과거 할머니 댁에서 가져온 배추를 욕실에서 씻었던 적이 있다.
배추 씻기를 종료한 화장실에
씻으러 들어간 나,
세안하기 위해 비누거품을 얼굴에 문지르는 중
팔에 미끌하고 촉촉한 감각에
비누칠한 눈을 살며시 떠보았다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내 팔에 초록색 애벌레가 붙어있었다
작고 귀여운 수준을 넘어
엄지 세 개 정도 이어 붙인 크기에
커다랗고 통통한 애벌레가,
엄청 크게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어도 떨어지지 않았던 미끌거리고 커다란 애벌레
엄마가 문을 열고 애벌레를 떼어주며
사건이 종료되었다,
그 이후 애벌레를 보면
그때에 소름 끼치는 감촉이 잊히지 않는다.
공원에 등장한 초록 애벌레는 시선을 강탈했다.
걸어서 세 걸음 반 정도 되어 보이는 거리를 열심히 몸을 쫙 폈다 몸을 접었다 반복하며 이동하고 있었다.
애벌레는 꿈틀꿈틀,
혹은 꼬물 꼬물이라 표현하지 않는가?
작고 귀여운 움직임에 형용사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게 되었다.
몸을 최대로 늘렸다 폴더로 접었다 하며
그 애벌레는 최선을 다해 기어가고 있었다
1cm, 2cm 정말 최선을 다해.
친구와 나는 징그럽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기어가는 애벌레를 응원하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며
애벌레를 지켜보았다.
그러다 다른 이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이제 막 아장아장 걷게 된 아이와
그 아이의 아빠가 공원에 등장했다.
한 발 한 발,
균형을 잡으며 최선을 다해 걷는 아이,
넘어지면 다치지 않도록 무릎보호대를 끼고 엉덩이에 쿠션감이 있는 바지를 입은 모습은
그 아이의 귀여움을 증폭시켰다.
아이가 넘어질까 불안한 아빠는
아이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아이에 움직임을 따라 뒤로 걷고 계셨다.
아이의 움직임이 애벌레와 가까워지고
아이의 아버지도 애벌레와 가까워지셨다.
정말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뭇가지를 들고 와 애벌레를 안전하게 옮겨주어야 할까?
에이 설마 밟지 않으시겠지.
아슬아슬하게 뒤로 걷던 아이의 아빠는
결국
그 초록 애벌레를 밟았다.
그 순간 친구와 나는 눈이 마주치며
충격, 그리고 애벌레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고, 지나간 과거의 순간 우리가 할 수 있었을 여러 방안을 이야기하며 최선을 다해 기어가던 애벌레에 죽음에 안타까움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애벌레가 눈에 띄는 커다란 크기였기에
사람들이 지나가다 발견하면 소리를 지르며 질색했고, 이게 뭐야 하며 다시 한번 터진 벌레를 들여다보았고, 아이들은 무슨 미션을 수행하듯 소리를 지르고 도망갔다 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그 벌레를 자꾸자꾸 보러 왔다.
징그럽지만 자꾸 보게 되는 이상한 심리.
짧은 순간 최선을 다해 기어가던 초록 애벌레를
나와 친구는 기억한다.
애벌레는 꼬물꼬물
아기는 아장아장
하지만 귀여운 형용사와는 어울리지 않게
그들 모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려 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스치듯 바라보면
지금 나의 걸음이 귀여운 움직임일지도,
너무 하찮아서 눈에 띄지 않는 움직임 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시선에서 그 한 발은
균형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내 모든 몸을 쫙 폈다 접었다 구부렸다 폈다
최선을 다해 나아간다.
남들이 보기에 너무 쉽고 하찮아 보여 알지 못하는 나의 최선을, 나조차도 하찮게 여기게 될 때
그 순간 좌절하거나, 걸음을 멈추지 않고
최선을 다해 위대한 한걸음을 내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