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2049
복제인간 리플리컨트 사냥꾼 「블레이드 러너 2019」 데커드(해리슨 포드)는 인간이라 믿었던 리플리컨트 레이첼과 떠난다. 30년이 지난 2049년, 도망친 어떤 리플리컨트가 아이를 낳았다는 괴소문이 돈다.
「블레이드 러너 2049」의 K(라이언 고슬링) 또한 리플리컨트 사냥꾼이다. 자신이 '그 아이'일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K는 기억 설계자 아나 박사에게 자신의 기억이 조작되었는지 묻는다. 그녀는 진짜 기억은 감정이 담겼다고 말한다.
따져보면 기억은 파편적이지만, 매우 편파적이고 선택적이다. 금붕어는 3초의 기억력만 가지고 있어 좁은 어항 속에서 절대 불안하지 않다.
영화 「동사서독」의 구양봉은 번뇌가 많은 것은 기억 때문이라고, 황약사는 기억력만 없다면 날마다 새로울 것이라며 잊기 위해 취생몽사(醉生夢死)를 마신다.
「아비정전」의 수리첸은 '아비와의 1분의 기억' 때문에 고통스럽다.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은 클레멘타인과의 이별의 아픔을 잊으려 기억을 지워보지만, 다른 사랑으로 다시 그녀를 만난다.
가끔 내 머릿속 가장 오래된 기억을 거슬러 본다. 아무리 노력해 봤자 까짓 네 다섯 살 때 단편적인 기억 몇 개가 한계다. 지금 그 조차 진짜인지 아니면 사진을 보고 만들어진 기억인지 의심스럽다.
기억은 뒤틀리기도 한다. 성년이 된 딸이 자기 아버지를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아버지가 자기 친구를 강간살해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 기억은 암시로 인한 가짜 기억임이 드러났다. 암시가 지나쳐 기억이 왜곡되었다.
자는 동안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없는 정보를 지운다. "기억은 실제 같고, 구체적일 것 같지만 진짜 기억은 뒤죽박죽에 가깝다."라는 아나 박사의 말이 맞을 것이다.
이쯤되면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라는 변명 조의 말에 동조하고픈 마음이 살짝 든다. 내 기억을 확신하지만 서로의 기억이 충돌을 일으킬 때가 잦다. 기억을 선택하기 때문이 아닐까.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어느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때로는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 비밀정원」의 대사다.
추억이 아름다운 건 기억을 왜곡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그럴듯하다. 후회가 될지 추억이 될지는 기억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