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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하이 Sep 26. 2022

기억과 망각: 레테의 강에서 기억의 허물 벗기

베르나르 베르베르 『기억』, 이문열 『레테의 연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  『기억』에서 자는 동안 우리의 뇌는 기억의 선별 과정, 즉 잊어야 하는 것과 기억해야 하는 것을 구분한다고 적고 있다. 그런 망각 현상을 뱀의 허물 벗기에 비유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뇌는 포화상태가 되어 터져 버릴 것이다. 

지옥의 신 하데스가 다스리는 그리스 신화의 명계에는 가장 큰 강(江) 스틱스를 포함해 5개의 강이 흐른다. 망자가 강을 건너려면 늙은 뱃사공 카론에게 동전 한 닢을 건네야 한다. 뱃삯을 내지 못하면 구천을 헤매게 된다. 망자의 입에 동전을 물리는 의식은 여기서 유래했다.

'레테(Lethe)'는 망자가 명계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건너야 하는 강이다.  레테의 강물을 마시면 이승의 기억을 잊어버리게 되며, 비로소 전생과 영영 이별하게 된다.


명계의 입구 레테의 강(앞쪽)과 천국 엘레시움 평원(뒤쪽)




그리스 사람들도 윤회를 믿었던 것 같다. 전생의 기억을 잊어버리는 장치로 레테의 강을 창안했다. 소설가 이문열은 1980년대 후반 『레테의 연가』라는 연애소설을 썼다.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스스로 쑥스럽다고 했다. 여자에게 결혼은 과거의 절연하는 레테의 강을 건너는 절차에 비유했다.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보르헤스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지만, 망각의 재능을 상실한 푸네스의 삶을 그린 「기억의 천재 푸네스」를 통해 기억과 망각을 돌아봤다.  그는  『보르헤스와 나』에서 "잠은 자신의 경험을 외면하고 삭제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푸네스)는 아무것도 망각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 그는 참을 수 없이 정확한 세상에 대한 명석하고도 외로운 관찰자가 된다네. 잠이라는 건 자신의 경험을 외면하고 삭제하는 일이기 때문이야. 결국 그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도 없다네. 그저 회상만 할 뿐이지. 생각이란 건 차이를 지우고 일반화하고 추상화하는 것이라네 선택의 활동이지."

지금도 내 머리는 잊어버려야 할 것과 기억해야 할 것들을 치열하게 구분하느라 분주하다. 그리고 지난밤 꿨던 꿈들을 끄집어내 보려 해 봤지만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기억』(왼쪽)과 이문열 소설 『레테의 연가』의 영화 포스터*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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