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도시로 갑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성공을 위해서. 반대로 산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도시를 등지고 숲으로 갔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연이 준 소소한 것에 자족하는 삶을 살아보기 위해서, 어떤 사람은 혹한이 몰아치는 시베리아 숲에서 동떨어진 삶을 경험하기 위해서, 다른 이는 아예 숲을 삶의 둥지로 삼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도시의 대열 속에 들어가 보면,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지만 벗어나 보면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렇게 다르게 산 세 사람을 소개합니다.
먼저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빗 소로. 하버드 대학을 졸업은 그는 성공의 길을 뒤로 하고, 28세의 나이에 월든 호수 주변의 숲으로 들어가 2년 2개월 동안 삽니다. 그는 월든의 자연과 동물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인생의 본질만을 성찰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갑니다. 소로가 ‘월든’에서 강조하는 삶의 원칙은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입니다. 월든 숲에서의 그의 삶은 자발적 가난의 실천 그 자체입니다. 욕심 자체를 줄이고, 필요한 최소한의 것도 자연에서 구하며 자족의 삶을 삽니다. 소로가 정의하는 인간의 행복은 무엇일까요? 깊게 음미할 얘기를 그는 들려줍니다. “자기 내부에서 동물적인 요소가 날마다 죽어가고 신적인 면이 확대되어 가는 것을 확신하는 사람은 매우 행복하다”
다음은 ‘희망의 발견:시베리아의 숲에서’를 쓴 실뱅 테송입니다. 여행작가인 그는 시베리아의 동남부에 있는 바이칼호반의 숲에 있는 오두막에서 6개월 동안 홀로 은둔 생활을 하면서 일기 형식의 이 책을 썼습니다. 가장 가까운 마을도 100㎞나 떨어져 있고, 겨울밤 기온이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는 그곳에서 자발적인 고립의 생활을 경험합니다. 오두막에 있는 것은 공간과 침묵과 고독뿐. 보이는 건 호수와 숲인 곳에서 그는 장작을 패고, 먹거리를 위해 물고기를 잡고, 책을 읽고, 산에 오르는 등의 일상을 보냅니다. 그는 말합니다. “홀로 된다는 것, 그것은 침묵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야생의 숲에서 즐겁게 사는 것이 도시 한복판에서 시들어 죽어가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 그가 만난 현지 농부들의 문명 비판은 더 송곳 같습니다. “그런 좁아터진 곳(도시)에서 겹겹이 포개져 사는 것이 미치지 않고서야 가능한 것인가”오두막에서 테송이 경험하는 것은 ‘고독한 자유’입니다. 도시에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았던 구속에서 벗어나 덜 우아하게 살아도 되는 자유를 누립니다. 그의 말대로 행동의 가짓수를 줄여 경험의 깊이를 더해갑니다. 그가 이 여행으로 치른 대가는 큰 슬픔이었습니다. 아내로부터 이별을 알리는 편지를 받은 것입니다. 가슴에 멍을 남긴 이 여행을 통해 그는 우리에게 따끔한 조언을 해줍니다. “세상이 칙칙한 잿빛이라면, 그것은 바로 우리가 무미건조하기 때문이다. 삶이 창백하게 보인다면? 삶의 방식을 바꾸어보라. 오두막에 가보라. 만일 숲속으로 들어갔는데도 여전히 세상이 칙칙하고 주변 사람들이 견딜 수 없이 느껴진다면, 판결은 명확하다. 당신 자신이 끔찍한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
마지막으로 ‘다부치 요시오, 숲에서 생활하다’란 책의 주인공인 자연주의 작가 다부치 요시오. 다부치는 앞에서 소개한 ‘월든’에 매료돼 일본에서 표고가 가장 높은 나가노 현 가와카미 마을의 숲속에 들어가 전원생활을 했습니다. 다부치의 인생 철학은 “자기한테 필요한 만큼만 돈을 벌자고 마음먹자, 여분의 돈을 벌지 못하는 만큼 인생을 즐기자”이다. 다부치도 소로나 테송과 비슷하게 문명을 보는 관점은 비판적입니다. “사람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생각하지 않은 채 무조건 앞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고 있다” 자유를 얻으려면 고독을 선택하라는 그는 스마트폰도 없이 살고 있습니다. 에필로그에 그가 남긴 말입니다. “더욱 단순하게, 더욱 변경으로, 더욱 자급자족으로, 더욱 고립무원으로, 더욱 적은 수입으로...,그러나 더욱 풍요롭게”“타인의 시선 속에 자신을 놓으려고 하지 마라. 낭만적이 되어라. 시대나 사람이 어떠하든 낭만적인 것은 자기답게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한 힘이 된다”
숲으로 들어간 이들 세 명. 이들은 모두 문명의 번잡함을 떠나 숲속에서 고독한 자유를 즐기며 작은 것에 자족하는 삶을 실천했습니다. 굳이 비교를 해보자면, 소로가 가장 철학적 깊이가 있는 경험의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소로는 자연에서 최소한 것으로 자족하는 삶을 2년이 넘는 기간에 실천했습니다. 이때의 경험은 소로가 문학적, 사상적 영향력을 가지며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거름 역할을 했습니다. 바이칼 호 숲에서 은둔 생활을 한 테송은 삶의 철학도 소로와 비슷했지만, 여행 작가로서의 경험을 위해 6개월 간의 고독을 선택한 측면도 있습니다. 자신을 혹독한 환경 속에 밀어 넣어 책을 쓴 ‘의도가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다부치 요시오의 경우는 그의 어려운 선택을 높이 사고 그의 철학을 존중하지만, 어찌 보면 3인의 작가 중 가장 문명을 주거 공간 안으로 끌어들인 사람입니다. 농기구와 장작 스토브 등 그가 실은 사진들을 보면 ‘숲 속의 도시적 삶’의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소로와 테송, 그리고 다부치. 이들 세 명은 우리가 오로지 ‘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식의 오류이며 본인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그리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음을 본인들의 삶과 경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환경은 우리가 선택하기 어렵고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스스로 조절 가능한 것은 자족하는 마음입니다. 행복하지 못하다면 이런 태도와 마음이 없기 때문임을 이들은 말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