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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07. 2018
■ 한반도에도 봄은 오는가
◇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평화의 문을 열다
한반도 평화의 전기가 된 합의
남ᆞ북이 다음 달 말 판문점에서 제3차 남북 정삼회담을 개최하기로 하는 등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남북 합의를 도출하였다.
다음은 한반도 평화의 전기(轉機)를 마련한 이번 방북 특사의 합의문 전문이다.
1. 남과 북은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구체적 실무협의를 진행해나가기로 하였음.
2.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 간 Hot Line을 설치하기로 하였으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실시키로 하였음.
3.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음.
4.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하였음.
5.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하였음. 이와 함께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하였음.
6. 북측은 평창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남측 태권도 시범단과 예술단의 평양 방문을 초청하였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 실장과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교환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필두로 한 방북 결과 예상을 뛰어넘는 이번 합의에 유엔을 비롯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지난 6일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분명히 우리는 이번 논의에 고무돼 있다"며 "추가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어떤 것이라도 환영한다"라고 밝혔다(AFP 통신). 중국 정부도 같은 날 밤 홈페이지를 통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한국 대통령 특사 대표단 방북 결과’에 대한 담화에서 “중국은 한국 대통령 특사 대표단의 방북이 긍정적인 결과를 거둔 점을 주목했다”면서 “중국은 이를 환영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의 담화문누구를 위한 보수인가
하지만 자유 한국당과 일본은 배가 아픈지 애써 이번 합의를 깎아내리며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며 비판하고 있다. 자유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6일 "비핵화도 조건부, 도발도 조건부 모든 합의에 조건이 붙은 조건부 합의문"이라고 평가 절하했으며, 7일 같은 당 홍지만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버린 것“이라며 ”기가 막힌 이적행위“라고까지 비판하고 있다. 일본 또한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을 통해 6일 남북 간 정상회담 개최 합의와 관련해 "북한이 핵·미사일 정책을 바꾸는 것이 확인되지 않는 한 압력을 약화할 필요가 없다"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며 부정적인 반응이다.
<홍지만 자유한국당 대변인 페이스북 사진>또한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 조선일보 또한 7일 자 사설에서 “북이 이번에도 핵보유국으로서 인정받은 상황에서 한미동맹 폐기 및 주한미군 철수와 자신들의 핵 폐기를 맞바꾸자고 나오는 것이라면”이라는 북한이 특사단에 언급하지도 않은 가정을 하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또 북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는데 이런 국면이 이어지면 한국민과 국제 사회는 또 한 번 북한에 속아 넘어가게 된다. 이번에 그 결과는 핵무장의 완성이다.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 만약 미·북이 ‘북핵 사실상 인정’과 ‘북 ICBM 포기’를 맞바꾸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우리 국민에게 최악의 상황”이라고 예단하며 강한 비난조의 사설을 이어갔다.
<조선일보 3월 7일자 사설>초록은 동색이고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역시 예상한바에서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졸렬한 반응이다. 자유 한국당과 조선일보 등 보수 야당과 언론이 이러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모처럼 찾아온 평화 정착을 위한 기회인 금번 합의 이행을 위해 여ᆞ야를 떠나 초당적인 협력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이처럼 '위장평화', '이적행위', '최악의 상황' 운운하는 등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며 애써 이번 합의 의미를 축소하며 전방위 공세를 이어가니 과연 누구를 위한 당인지, 어느 나라 언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물며 트럼프 대통령마저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방북 결과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년 만에 처음으로 진지한 노력이 모든 관련 당사자에 의해 펼쳐지고 있고, 전 세계는 주시하며 기다리고 있다”며 “헛된 희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은 어느 방향이 됐든 강하게 나갈 준비가 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트 캡쳐>또한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북한에서 내놓은 발표들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를 위해 위대한 일이 될 것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마저 이번 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마당에 말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트럼프마저 종북세력인가? 이쯤 되면 자유 한국과 조선일보는 일본의 극우 보수 정당 또는 언론이 아닌지 의심될 지경이다.
금번 방북 결과에 대해 미국 언론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이번 방북 결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스스로가 명백히 보증한 그 제안은 미 본토를 사거리에 두었던 수년간의 핵실험과 미사일 기술의 진전 이후 중대한 반전"이라고 평가하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한다면 북한과 대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점을 상기시켰고, CNN방송도 "북한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미국을 쓸어버리겠다고 선언했던 것을 고려하면 놀랄만한 발표"라고 평가하고 있다.
SBS 뉴스 화면 캡쳐 (2018.3.6)트럼프가 선호하는 보수 성향의 폭스 뉴스도 "김정은이 한국과 미국에 대해 '올리브 가지'(화해의 말)를 내민 것은 이 변덕스러운 정권에 대한 제재가 강화된 뒤에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도 자국 언론의 이런 반응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고 자신도 불과 사흘 전에 비핵화를 전제로 달며 "김정은과 직접 대화도 배제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바 있기 때문에, 지금도 "기다려보겠다"는 말로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하긴 하나, 이번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대북 압박을 통한 자신의 치적임을 자연스럽게 강조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절호의 찬스기 때문에 이것저것 조건을 달긴 하겠지만 결국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워싱턴 포스터 홈페이지 캡쳐>한반도 리스크 해소로 재도약의 발판 마련
금번 합의로 당장 한반도에 평화 전선이 구축되어 항구적인 평화나 통일이 눈앞에 다가온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평화 정착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설 등 한반도에 전쟁 분위기가 고조되던 것을 생각하면 극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주가만 하더라도 3ᆞ5 남북 합의가 전해진 후 이 분위기에 고무돼 7일 현재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고, 시장에서 원ᆞ달러 환율이 달러당 10원 이상 급락(원화가치 급등)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도 급격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관련 기사: http://v.media.daum.net/v/20180306234946391
북핵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핵심적인 요인으로 꼽혀왔다. 특히 북한이 핵 미사일 발사와 실험을 강행하면서 미국도 군사적 언급을 강조하던 지난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최고조에 달해 국제적 신용도 하락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살얼음판의 연속이었다.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의 하락은 증권 및 외환시장의 안정은 물론이고 대외 신용도가 상승함으로 해외차입금의 이자가 줄고 단기자금조달의 여건이 유리해지고 유통도 쉬워진다. 또한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 완화와 금융시장 안정화로 국내 직접투자 여건과 국내 기업과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경제심리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진전되어 대북 제제가 완화되고 남북 경협과 지난 정부에서 폐쇄됐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이 재개될 경우 남북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합의의 여파로 우리 경제에도 파란불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다시 찾아온 평화의 봄,
그러나 섣부른 기대는 금물
얼마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인가, 지난 노무현 정권이래 MB와 박근혜 대통령의 두 차례의 재임기간 동안 단절되고 폐쇄되었던 남북한 관계가 우리 정부의 줄기찬 노력으로 9년 만에 다시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찾아오고 있다. 물론 항구적인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넘어야 될 산도 많고 치워나가야 될 장애물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미국을 설득해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최대의 난제가 될 것이고, 지금도 남북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야당을 설득하고 달래 이 분위기에 편승시켜야 할 것이고, 북한을 적대시하는 보수적 성향의 국민들의 합의도 이끌어내어야 한다.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또한 북한의 과거 행적으로 보아 단순한 시간 벌기나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속임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불과 얼마 전과 같이 전쟁 발발의 우려 속에 극도의 혼란과 불안으로 보수와 진보, 좌ᆞ우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반목과 질시로 한 치 앞도 모르는 안개 정국보다야 백 번 천 번 낫지 않은가. 한반도에 6ᆞ25와 같은 민족상잔의 비극이 재현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남과 북의 의지의 천명
중국의 손자병법에는 '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백전백승 비선지선자야), 不戦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부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라는 말이 있다. 즉, '싸워서 백번을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의 책략'이란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싸우지 않고 대화로 몸소 이것을 실행함으로써 증명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특히, 냉전 체재의 상징인 판문점 그것도 남한 측 평화의 집에서 4월 말 조기에 남북 정상 회담을 열기로 한 것은 올림픽으로 이어진 평화 무드를 실기(失期)하지 않고 남과 북이 동등한 입장에서 지금의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고 긴장된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남북 정상 간 국정원을 거치지 않는 직통 핫라인 연결은 남북한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두 정상 간 신뢰 구축과 소통의 전기(轉機)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무엇보다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의 천명(闡明)인 것이다. 또한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더 탄력을 받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평화통일의 관문으로 한걸음 더 진입하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통일의 로드맵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게다가 북한이 대화 기간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재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힌 점은 사실상 핵·미사일 실험의 잠정 중단 또는 일시적 모라토리엄(moratorium)을 선언했다는 것에서 전례가 없는 성과로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특사단이 6일 오후 서울로 귀환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결과적으로 금번 방북 특사 결과 비록 북한의 체재 보장과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의 해소라는 전제 조건이 붙기는 했으나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 북미 간 긴장관계 완화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더욱이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불과 출범한 지 1년도 안 되는 정부가 해낸 쾌거이다. 야당의 끊임없는 공세와 보수 언론의 방해, 그리고 미국 등 외세의 압박 속에서도 지금의 이 같은 성과를 도출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감히 칭찬하지 않을 수 없고, 이 모든 노력과 결과에 경의를 표한다.
이 기회를 잘 살려 나가야,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남북 대화의 기회가 찾아올지 모른다. 과거 전례로 북한이 통미 봉남의 정책을 구가할지도 모르고 미국 언론의 말마따나 변덕스러운 트럼프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도 모른다. 일단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어느 정도 선까지 합의된 내용을 이해하고 수용할지는 가늠할 수 없다. 정의용 실장이 연이어 미국을 방문해 이번 합의 결과를 이해시키고 그 함의를 전달하겠지만, 미국을 배제한 남북 당사자간의 일방적이고 독자적인 합의이기 때문에 미국의 환대와 전폭적인 협력을 얻는 것은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에 북한과의 협상과 조율에 한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어필해 각인시키고 대북 협상으로 선점한 주도권을 활용해 공략해 나가야 한다. 정의용 실장이 미국을 설득할 히든카드가 있다고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것이 지난 1일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 이후 내놓은 발표문에서 명시한 CIV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에 근접한 것이든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이든 뭐든지 말이다.
JTBC뉴스 화면 캡쳐(2018.3.7)하지만 안보는 안보, 경제는 경제라는 트럼프의 투트랩 전략은 여전히 대미관계에 불씨로 남아 있다. 남북관계와 별도로 언제 우리 정부의 앞길을 막을지 모른다. 아마도 트럼프는 우리 정부의 바람대로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지 않을 것이나 그 반대급부로 많은 것을 얻으려 할 것이다. 한미 FTA 재협상과 주한 미군 방위비 협상 등에서 말이다. 또한 최근 발표한 철강관세 부과에 대해서도 우리는 미국의 통상 압력을 견뎌야 하고 정부가 언급한 WTO 제소 등 지루한 통상 대결을 이어나가야 한다. 이 또한 문재인 정부가 풀어야 될 숙제이자 대미관계에서 정략적 힘을 빠지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아무리 불평등하고 일방적이고 비합리적인 정책이라 불평해도 국제사회에서는 지니고 있는 군사적 역량과 경제력에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척도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당장 일본만 하더라도 미국에 이번 철강 관세 대상에서 빼줄 것을 요청하고 있고 그동안 미국에 보조를 충실히 맞춰온 효과를 볼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또한 북미 자유협정(NAFTA) 재협상을 들먹이며 간을 보고 있다. 우리 또한 한미 FTA 재 협상과 연계해서 나갈 가능성이 다분하다.
미국 상무부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보고서(권고안): 대미 철강 수출 상위 20개국. [출처: 미 상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