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그림을 좋아하는 남자 아이

- 사회가 정해 놓은 경계를 거부한다

by 노신화

1학년이 된 라온이.

네임 스티커가 급하게 필요했다. 영풍문고에 즉시 인화 기기가 있어서 이용했는데...

토이 스토리 캐릭터 스티커와 겨울왕국 캐릭터 스티커가 나왔다.

라온이는 학용품들에 네임 스티커를 신나게 붙였다.

겨울왕국 안나, 엘사 공주가 있는 네임 스티커들을.

그게 좋단다.

남자 아이라고 해서 공주 캐릭터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세상이 정해 놓은 이상한 경계(ex. 남자는 파랑, 로봇/여자는 빨강,공주)에 내 아이가 물들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다.


네임스티커.jpg


웃는라온.jpg


여섯 살 때 자칫 이상한 경계에 빠질 뻔했던 라온이를 구해준 적이 있다.



“라온이랑 로운이는 이다음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라온이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당연히 회사원이 돼야지. 남자니까.”

직업을 물은 것이 아니건만……. 하긴, 여섯 살의 끝자락에 있는 아이 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중략)

삶의 방향을 논하는 것은 훗날로 미루더라도,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녀석이 매일 출퇴근하는 아빠 모습을 보니 회사원이 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남자니까.’라니! 나는 남자아이가 파란색, 여자아이가 분홍색을 고집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어쩌다가 그 작은 머릿속에 선이 그어진 걸까? 본능일 수도 있 겠지만, 어른들의 편견과 각종 매체의 영향도 있으리라. 내 아이들은 그 억지스러운 경계의 늪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때문에 나는 녀석들의 옷이나 물건을 살 때 파랑 이외의 색을 우선 고르고, “남자는 이래야 해.” 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라온아, 남자라고 해서 꼭 회사원이 될 필요는 없어.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엄마도 예전에는 회사원이었어. 회사원은 남자만 되는 게 아니란다.”

“그래?”

“물론이지. 자, 엄마가 물어볼게. 의사는 남자가 하는 거야? 여자가 하 는 거야?”

“남자.”

“우리 동네 소아과 의사는 남자지? 그런데 라온이랑 로운이가 아기였 을 때 살던 동네는 여자 의사였어. 그러니까 의사는 남자, 여자 다 할 수 있는 거야. 그럼 경찰은 어떨까?”

“남자. 아니! 여자도 할 수 있어.”

“그래, 맞아. 그럼 선생님은?”

“남자, 여자 둘 다.”

다른 직업들에 대해 더 물었고, 아이들 머릿속에 그어졌던 선이 지워 졌음을 확인했다.

(중략)


나는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택배기사는 남자가 하는 거야? 여자가 하는 거야?”

“남자, 여자 둘 다.”

“피아노 연주자는?”

“남자, 여자 둘 다.”

“청소부는?”

“남자, 여자 둘 다.”

“배우는?”

“배우가 뭐야?”


- <우리 집에는 꼬마 철학자가 산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