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민회에서 22회째 잇고 있는 제주여성영화제 참여하고 손님도 맞으며 바쁜 한동안을 보냈다. ‘전태일의 누이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미싱 타는 여자들> 상영 후 씨네토크 게스트로 참여하여 ‘역사에 없는 여성 노동자들 이야기’도 보탰다. 10여 년 전, 원풍 노조원들의 구술을 공동 정리하며 인연 맺어진 김이정 작가, 그 이전 만학도 시절부터의 인연, 문부일 작가가 객석에서 함께 해주어 더 좋은 시간이었다.
여성영화제에서 엄선한 영화들은 다 좋았지만 나로서는 선배들이자 동료들 이야기일 뿐 아니라 곧 나의 시대를 담고 있는 <미싱 타는 여자들>이 의미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춘천, 부산 영화제 등에서도 상영되었다. 더 많은 지역에서 상영되면 좋겠다.
더하여, 돈 안 되고 고된 여성영화제를 22년간 꾸려온 귀한 분들, 또 다르게 이런 방식의 활동을 묵묵히 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새삼 감사한 시간이었다.
이 기간 동안에 참기름 한 병이 영화관 관람을 거쳐 집으로 왔다. 별 거 아닌 나의 어떤 배려가 고맙다고 직접 농사지은 참깨를 방앗간에 가서 짜 보낸 후배 할머니 표 참기름이다. 진짜배기 국산 참기름도 매우 귀하지만 손주에 대한 극진함과, 사람을 살피는 어른의 마음이 한 방울 한 방울 얼마나 귀한지, 21도수 소주병에 담긴 이걸 어떻게 먹나 싶다.
이 가을, 직접 땅을 일군 친구의 꾸러미 농산물과, 동생이 보내 준 엄마의 맛을 닮은 가을 무 김치와, 후배 할머니의 참기름들이 마음을 데우면서 한편 부끄럽게도 한다.
징징거리지 말자, 열심히 살자고 나를 끌어올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