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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남수 Jun 30. 2022

기억의 불

쥐불놀이, 모깃불

     

불은 놀이나 소독 또는 정화의 역할로 활용되기도 했다.

지금은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내가 자랄 때는 정월 대보름이면 남자아이들이 깡통에 불을 담아 빙글빙글 돌리며 뛰어노는 게 연례행사처럼 당연했다. 농촌에서 통조림 깡통은 어디서 그렇게 모았는지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이때 논두렁을 태워 해충을 퇴치하기도 했다. 들쥐나 곡식을 갉아먹는 해충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두렁을 태워주어야 봄에 새 풀이 곱게 잘 자라기도 했다. 풀이 잘 자라야 소와 염소의 양식이 된다. 추운 계절이라 그 불꽃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당시에는 비닐하우스 같은 게 전혀 없었고 오직 빈 들판뿐이었고 논둑 너머엔 강이 있어서 불이 퍼진 들 위험할 일은 없었다. 논바닥에 세워놓은 볏단 같은 것이 있었지만 둑으로 타는 불이 논바닥으로 옮겨가지는 않았다. 논둑 끝에서 파르르 불꽃을 일으키며 타들어 가던 불은 다른 집 논과의 경계지점에서 운명을 다했다. 타고 난 재는 거름 역할을 했다.

지금은 이런 불 피우기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제초제나 농약 사용으로 논두렁에 익충도 해충도 존재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여름에 모깃불로는 말린 쑥을 태웠다. 쑥 연기가 모기를 잘 쫓았던 건지, 연기가 많이 나는 것이어서인지는 모르겠다. 눈이 매워도 냄새는 좋았다. 바람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는 연기를 피하느라 멍석 위에서 엉덩이를 이리저리 옮긴 기억도 난다.

쑥 향기, 보릿짚 타는 냄새가 새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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