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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Jun 24. 2023

인문학을 소비하는 초등 과외시장

과열되는 사교육시작, 본질은 무엇?

2021년 중국에선 느닷없이 사교육을 없애겠다며 초·중학교 과정 사교육(예체능 제외)을 전면 규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조치로 인해 코로나로 좋지 않던 사교육시장은 엄청난 타격을 받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또 다른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죠.

신동 팡(新东方)이라는 교육전문회사는 위기를 극복하고자 '라이브커머스' 사업으로 뛰어들어, 과외교사들이 '농수산물 쇼호스트'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교사라는 '전공'을 살려 스테이크를 팔면서 관련 어휘를 중국어 및 영어로 가르쳐주는 영상 등에 소비자들이 열광하기도 했습니다.


사교육을 규제하겠다는 이야기는 비단 중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한민국도 1980년 전두환 정권시절 '과외금지정책'을 펴서 논란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결과는 되레 암시장이 형성되는 문제를 낳았죠.

중국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엄격한 정부의 정책시행에도 비웃듯 암암리에 더욱 고가의 교육시장이 암거래되고 있는 상황이죠.




대부분 아이가 커가면서 생활의 중심이 아이에게로 향하게 됩니다.

주말 시간도 아이의 '일정'에 맞는 동선이 짜이고, 모임도 이와 이어지죠. 저희 가족 애엄마도 새로운 정보가 어디 없을까 싶어, 다른 아이들 부모들과 교류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다가 제 추천으로 지인의 가족과 만나게 되었는데, 새로운 형태의 과외를 소개받았습니다.


영어로 설명하는 인문학 수업.

서양 중세의 '역사+사회+지리+경제+예술+음악+문학'이 결합된 인문학수업으로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이 되며, 중국어 통시통역이 첨가됩니다. 아이 한 명에 한 부모만 참여할 수 있으며, 모든 수업 중 전자기기 사용은 금지되고 이를 어길 시 강제로 수강이 취소됩니다. 총 8회로 한번 강의는 대략 2시간 30분 정도 하며, 중간에 잠깐의 휴식시간이 있습니다.



인문학 과외라......

참 의아한 생각이 들면서 이게 과연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제 와이프는 생각이 다르더군요.

바로 등록을 했습니다. 수강료는 무려  6900위안 (한화로 약 130만 원 정도)되는 금액입니다. 아이 한 명에 부모 한 명이 들을 수 있다고 했는데, 와이프와 전 일요일에 누가 아이를 데리고 가는가 서로 다투다가 결국 제가 가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 와이프는 운동하러 갑니다. )


1. 필요성에 대한 의문  2. 너무 비싼 수업료  3. 일요일 시간투자 등등

이 과외수업문제로 애엄마와 다투다 보니 온갖 종류의 부정적 의견이 떠오르더군요. 그러나 어차피 정해진 거 한번 들어 보자라는 심정으로 참여했습니다.


강사는 배 나온 미국 아저씨였고, 본인이 예일대 출신이며 글로벌 기업 전략팀에서 일을 했다고 비싼 강의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발언을 한참 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 딸이 국제학교에 다녔는데, 교과과정을 보니 너무 부족해 보여 아이를 위해 정리를 했고, 상해의 미국 커뮤니티에서 아이들 모아놓고 재능기부 강의를 한번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사업으로 확장을 했다고 합니다.


로마시대부터 초기 서양 중세시대 생성기까지를 준비한 PPT를 가지고 아주 역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은 6개 국가에서 생활을 했고, 부모가 교육자였으며, 다수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자랑도 곁들이면서 말이죠.(실제로 미국인치고는 너무 완벽한 중국어 구현에 깜짝 놀랐죠.) 이러한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과 깊이는 본인의 경험과 연구의 결과라고 합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핵심적인 포인트를 짚으려 했고, 중간중간 아이들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하는 교수법이 많은 경험을 느끼게 했습니다.


인문학 과외 수업을 듣는 중국 초등학생들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들 연령대가 대략 10세에서 13세 정도 돼보였습니다. 영어에 익숙한 국제학교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요. 추측건대 대부분 아이들은 처음 듣는 내용이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강사의 교육이념에서도 밝혔듯이 대학 가기 전까지 익혀야 할 서양의 인문학적 지식을 요약정리를 해주는 것이니 도움이 되긴 될 듯 보였습니다. 기초지식을 통해 틀을 잡아놔야 향후 접하는 정보가 잘 붙어있을 수 있는 거니깐요.

제가 들은 수업 외의 전체 수업과정은 우리의 초중고교의 나이대에 맞춰서 순차적으로 다양한 커리큘럼이 짜여있었습니다. 최종으로는 현대 IT와 철학자까지 다루니깐요.


본인이 글로벌 기업에서 일을 해보니, 현장의 많은 리더들이 인문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고, 아이들의 체계적인 학습을 위해서 방대한 내용을 '인문학 기초지식'으로 정리해서 학습시킨다는 이야기를 첨부하더군요.

중간중간 질문과 답변을 유도하는데, 이에 열심히 대답하는 아이들도 신기했고, 뒤에 앉아서들 열심히 노트하는 부모들도 신기해 보였습니다. (참고로 초기 지도를 표기한 프린트 물 몇 장 외에 어떠한 자료도 오픈하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수업을 통해서 중국 과외시장의 현재와 중국부모들의 인식을 좀 엿볼 수 있지 않았나 싶은데요. 제 경험의 결론은, '들어서 나쁠 건 없다', 혹은 내용을 기억할 수 있다면 분명 교과과정의 선행학습 효과는 나오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얼마 전 같이 영화를 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황에 대해 아이와 수업들은 내용으로 대화를 했으니 효과가 없진 않아 보입니다.


중국 과외시장의 현재와 중국부모들의 인식 

1. 중국 과외시장은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화되어 있음. 전반적으로 비용이 비싸지만, 수요도 그만큼 많아 부유층들의 경쟁만 가열되고 있음.

2. 부모들도 중국의 공교육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 되도록이면 국제학교 혹은 해외로 교육투자를 하려고 함. 이에 따라서 중국의 이념적이고 주입식 교육을 떠나 양질의 교육을 시키려는 욕구가 존재함. 


하지만 공론화된 관점에서는 사교육은 교육의 불평등과 과열화의 문제점을 낳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공정하게 교육을 받을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겠죠. 그래서 국가가 나서서 교육을 다루는데,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의 대통령의 '발언'이 이슈가 된 것을 봐도 그렇고요.


우리 아이는 조금 더 나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과연 인문학까지 이렇게 '과외'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은 떨쳐지지 않습니다.


우연찮게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듣게 된 수업이지만, 저 많은 수업을 다 듣게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이런 수업을 듣는 아이들과의 경쟁을 어떻게 극복시켜 줄까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점차 지식을 전달하고 수용하는 시스템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덕에 요즘 아이들은 더욱 총명해지는 느낌도 듭니다. 수많은 책을 통해 사색하고 학습을 하던 인문학의 영역이, 요약정리되어 머리에 잘 남을 수 있게 세팅을 해줍니다.


분명 표면적으로는 이런 수업을 들은 아이들이 시험도 잘 치고, 아는 것도 많겠죠.

그런데... 지식을 탐구하고 습득하는 '과정'을 얼마나 익힐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너도나도' 좋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주입'시키고자 합니다. 아이들은 관심이 없는데 말입니다. 여러 미사여구로 혹은 협박으로 아이들에게 당위성을 강조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원하기에, 그래야 게임기를 살 수 있고, 친구들과 놀 수 있기에 부모의 '요구'에 따릅니다.


그래서 요새 아이들은 원하는 게 없나 봅니다.

제대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떠 올려본 적이 없습니다. 부모가 계획을 다 잡아주고, 시간이 없기 때문이죠.

제 아이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수학공식과 영어단어를 넘어, 인문학도 '소비'하는 중국의 새로운 교육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봅니다.





조금은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던 제겐 과제가 생겼습니다. 

우리 아이에게는 어떤, 또는 어떻게 '인문학 과외'를 시켜줘야 할까요?

공부할게 더 생겼습니다...... 



애 엄마는, 저보고 하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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