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성 무니구 비경
딸아이의 티베트인 코스프레를 마치고, 얼굴에 그려 넣은 나비모양을 남긴 채 이동을 했습니다.
산맥의 윗부분으로 올라서자 탁 트인 고산지대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져 잠시 감상을 한 후, 바로 목적지인 모우니고우(牟尼沟,무니구)풍경구로 향했죠.
모우니고우 牟尼沟(무니구)는 중국 쓰촨성(四川省) 아바 티베트족 창족 자치주(阿坝藏族羌族自治州)에 위치한 아름다운 자연경관 지역
처음에 아내가 이곳을 목적지로 넣은 이유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동선상의 관광지였다는 거였더군요.
소개자료를 보면 앞서 방문했던 구채구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뭐 비슷한 곳이구나 했는데, 저에겐 어쩌면 구채구보다 더 기억에 남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굽이굽이 꺾여있는 도로를 따라서 매우 이국적인 소수민족의 건물들을 지나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없습니다. 가는 길엔 정말 이곳이 맞는지 다시 확인을 해봐야 할 정도로 도로에 흙이 내려와 있다거나 도로 한가운데 소들이 죽치고 앉아있다거나 하는 매우 한가로운 길이었습니다. 네비에 찍힌 대로 도착해 보니 주차장엔 차들도 없고요. 있다면 이곳 관계자들의 차량으로 보였습니다. 다시 한번 이곳이 맞는지 확인을 한 후 입장료를 지불하고(70위안/인) 풍경구에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조금 늦은 오후에 도착이라 오늘은 일부만 보고 내일 다시 와도 되냐고 했더니, 내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입장표라고 해서 안심을 하고 들어섰습니다.
입장료를 내고 다시 차를 끌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조금 들어가 멈추니 그제사 관광객으로 보이는 차량들이 몇 대 주차되어 있더군요. 그곳에 주차를 하고 짐을 챙겨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곳에 대한 사전학습을 제대로 안 한 상태라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한발 한발 옮겼습니다.
산책길을 따라서 올라가다 보니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앞에 뭔가 있구나 하면서 이동을 해보니 참 신박한 풍경이 보입니다. 층층이 형성된 낮은 계단식의 폭포소리였습니다. 오랜 기간 형성된 석회암석들이 바닥에 형성되어 있어 이런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는데요, 산을 감싸며 흘러내리는 물과 여기에서 자생하고 있는 나무들이 묘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이런 원시적인 자연환경이 참 부럽기도 했습니다. 이런 곳이 대도시 주변이나 한국에 있다면 아마도 사람들이 미어터지겠죠. 접근이 쉽지 않은 지역이다 보니 오히려 이런 멋진 자연환경이 잘 유지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끝없이 펼쳐진 물을 따라 올라가면 제법 높은 폭포가 나타납니다. 생각지 않았던 낯선 풍경에 기분이 좋아지네요. 여기 풍경구가 작고 볼품없는 곳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런 생소한 풍경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줍니다.
이런 멋진 풍경을 사람들 방해를 안 받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여행의 묘미입니다. 사람들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이동하는 중에 찍은 사진엔 관광객 한 두 무리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연휴만 되면 각종 SNS상에는 중국의 넘쳐나는 관광객들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상하이만 하더라도 와이탄이나 난징루 같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죠. 그래서 중국연휴엔 집을 나서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아예 해외로 눈길을 돌리게 되는 거죠. 그런데 그것도 죄다 가깝고 저렴한 지역으로 몰리다 보니 해외에서도 중국연휴기간엔 중국인들로 넘쳐납니다.
최근 일본과 유럽에서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데요, 무엇이든 넘치면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사람이 많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몇 장의 사진을 올려봅니다.
사람 많은걸 극혐 하는 아내로 인해, 저희는 아직 사진에서 보이는 무리에 껴보지는 않았습니다.
아... 초창기 연애할 때, 한번 겪긴 했네요. 크리스마스이브 때 와이탄에 갔다가 그만 인파에 묶여서 차를 잡지도 못하고 한참을 걸어서 복귀했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어쨌든 그 이후 기억에 남지 않는 걸 보니 적어도 같이 움직일 땐 사람들을 피해서 움직였죠.
그런데 여기에 오니 얼마 전에 방문했던 구채구의 느낌은 그대로 담은 채, 관광객은 거의 없어 마음껏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매력이 되어버렸습니다. 우연히 저희가 방문한 시기와 시간이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요.
여기 모우니고우(牟尼沟,무니구)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우자이고우(九寨沟구채구)와 황룽(黄龙황용)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분들 중에는 일정상 이곳까지 방문하는 이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어로 된 검색내용이 별로 보이지 않네요. 저희는 황룽을 일정에 넣지 않고 숙소를 쏭판지우청(松潘古城)에 잡아서 자연스럽게 이곳을 오게 되었네요. 쏭판지우청에서 이곳까지는 산을 하나 넘으면 도착하기에 숙소에서 하룻밤을 자고 오전에 다시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관광지 설명을 보면 이곳에는 다양한 지형과 식생이 혼재되어 있어 사계절 내내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이 절경을 이루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고 하네요. 명소를 설명하는 현장게시판에는 그래도 한국어도 쓰여있고 하던데 가을엔 사람이 제법 있는 모양입니다. 이곳은 또한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멸종위기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는데요 실제로 산짐승들의 변이라든가 발자국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호수 근처에는 제법 커 보이는 동물 발자국이 보이는데요 아마도 물을 마시러 다가왔던 발자국이라 추정됩니다. 실제로 작은 동물들은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발 3100~4000에 이르는 고산지역이라 높은 산지의 자연 생태환경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저희는 오후 늦게 이곳의 폭포를 감상하고 다음날 오전 예정대로 다시 방문했습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 멋진 호수가 있었는데요, 작은 구채구의 모습이랄까요? 청롱한 물이 조용히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잘 갖춰진 계단식 산책로를 올라갈 즈음 저기 앞에서 한 마리의 고양이가 저를 맞이합니다. 이 녀석이 어떻게 여기에 있지? 깨끗한 모습에 분명 누군가 기르는 고양이 같은데 이런 야생환경에 혼자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네요. 다가가니 익숙한 듯 제 다리를 휘감으면서 교태를 부립니다. 아마도 뭐 먹을 것을 달라는 거 같은데요. 제가 앞서도 있어서 뒤에 뒤따라오던 아내와 딸아이도 이 모습을 보고 반가워합니다. 가방을 뒤져 빵조각들을 던져주니 먹는 듯 마는 둥 다시 뒤에 오는 관광객들에게 향합니다. 잠깐 이 녀석과 시간을 보내고 한참을 더 올라가니 색이 다른 여러 종류의 호수들이 보이더군요.
전반적으로 앞서 방문했던 구채구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구채구는 많은 관광객을 맞이하는 큰 호수와 면적이라면, 여기는 작고 아담하면서 구채구보다 더 자연 그대로의 생태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관광객들이 적어서 여유도 있었고요.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권합니다. 저희같이 사람 많은 곳을 극혐 하는 분들이시라면 이곳에서 풍류를 즐기시는 게 만족도가 높지 않을까 싶고, 더불어 입장료도 쌉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차량을 운전해서 움직인다는 장점 때문인지 아내가 이것저것 많이 챙겼습니다.
그중의 참 번거로우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오로지 사진을 찍기 위한 '소품'을 하나 가져왔는데요.
'플루트'입니다.
딸아이가 어쩐 일인지 악기하나 배우고 싶다는 요구에 작년부터 플루트를 일주일 한번 취미로 배우고 있는데요. 대자연에서 플루트를 부는 이미지를 찍고 싶은 엄마의 묘한 마음...
그 욕망을 드디어 채웠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가다 그만 길을 잘 못 들어서는 바람에 도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갔습니다. 그러다 차를 세워둔 주차장에 다다를 즈음 플루트가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차에서 플루트를 가져와서 사진 찍자고 제가 제안을 했고 아내는 좋아라 하면서 가져와 '세팅'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이미지 올립니다.
제가 보기엔 그리 잘 연주를 하진 못하는데요,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늘었습니다. 지금은 좀 들어줄만한 정도? 여기에 와서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고산지대인지라 아무래도 저희가 살고 있는 상하이와는 고도차이가 많이 나죠. 그래서인지 호흡을 중요시하는 이런 악기에 영향이 좀 있어 보입니다.
아이가 평소완 다르게 매우 힘들어하더군요. 부는 힘도 약한 거 같고...
그렇게 새로운 경험(?)을 하고서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도로를 따라 내려오는 길이 사람도 없고, 풍경구 내부도로라 차량도 없습니다.
이 날은 오전에 다시 풍경구를 들려 멋진 호수들을 감상하고 오후 장거리 운전이 계획되어 있는 날이었죠. 역시나 점심식사를 하기 마땅치 않아서, 이날 드디어 공항에서는 버렸었고 다시 청두 슈퍼에서 구매한 즉석조리 음식들을 개봉했습니다. 저도 처음 먹어봤는데요. 예전 군대 생각이 나더군요. 온도에 상관없이 물만 부으면 뜨거운 열을 발생해서 요리가 되는 그런 제품입니다.
그렇게 맛난 간편식 야외식사를 하고 저희는 드디어 높은 곳을 유턴해서 낮은 곳으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모우니고우는 이틀에 걸쳐 오후와 다음날 오전에 들려 같이 묶어서 내용을 정리했고, 숙박을 했던 송판고청松潘古城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하려고 합니다.
송판고청은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