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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Jul 16. 2024

딸아이의 티베트족 코스프레

티베트족 마을에서의 초원체험기

구채구의 절경의 감동을 가슴에 품은 채 아쉬움을 뒤로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떠날 채비를 했습니다.

조금 늦은 시간(8시경)의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에 오니 어제에 비해 자리도 넉넉하고 편안한 식사자리가 되더군요. 여기 호텔은 대부분이 구채구를 관광하기 위해 오는 관광객이라 구채구 입장시간 7:30~8:00에 맞춰서 움직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시간에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어제 방문하고 오늘 떠날 채비를 하는 사람들이란 뜻이죠.


그렇게 식사를 여유롭게 하고, 삶은 계란을 몇 개 챙겨 운전석에 올랐습니다.

참고로, 중국 호텔의 아침엔 무엇이 있을까요? 

중국 호텔은 조식이 대부분 비슷한 성격을 띠는데요, 높은 성급의 호텔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내어놓은 조식이 의 구성이 비슷합니다. 몇 개의 죽종류와 油条요우티아오라고 불리는 기름에 튀긴 꽈배기 종류, 그리고 만두 종류, 조금 괜찮은 곳이라고 하면 샐러드나 커피가 구비되어 있고요 대부분의 작은 도시 호텔은 커피도 찾기 힘듭니다. 대신 두유나 맛없는 우유가 있죠. 그리고 짠내 나는 반찬거리와 과일을 내어 놓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저를 포함해서 많이들 찾는 것이 훈둔이라고 불리는 만둣국 같은 것과 면류를 제공하죠. 그렇게 한 그릇을 먹고 나면 든든한데, 익숙하지 않으신 한국분들은 적응이 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아... 삶은 계란이나 감자 홍당무등이 있기도 하네요. 이런 건 건강식이라 선호하는 편입니다. 계란프라이도 있고 빵도 있고요.... 자꾸 생각나네요. 


특이한 점은 지역마다 물론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아침에 밥을 안 먹는다는 겁니다. 우리는 '밥심'인데요. 든든하게 밥 한 공기에 국을 먹어야 하루를 시작하는데, 여긴 밥보다는 죽을 선호 합니다. 밥이 아예 없다기보다는 곳에 따라 기름에 볶은밥을 내어놓기도 합니다. 중국 슈퍼를 다녀가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름통이 우리 물통보다도 큰 통으로 팔죠. 기름 소비량이 어마어마합니다. 음식에 기름이 안 들어가면 요리가 안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어떤 요리들은 아예 흥건한 기름에 담가서 내어놓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중국인들 모두가 이렇게 기름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제 아내를 비롯해서 자국의 이런 기름 소비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죠. 아무래도 건강식으로는 기름이 무리가 올 수 있으니깐요. 기름이야기를 하자니 최근 '기름파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식용기름을 정유소탱크차로 옮기다가 적발된 건데요, 심지어 분뇨저장창고로도 옮겼다고 해서 난리가 났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거 장난치면 큰일인데요, 중국정부도 신속하게 조사작업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참 중국이란 나라는 좀 이런 후진적인 일들은 이제 그만해도 될까 싶은데 인식이 그렇게 금방 바뀌진 않는 모양입니다. 


운전을 해서 해발이 더 높은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구채구에서는 높은 곳이 해발 약 3100까지 갔었는데요, 민감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느 정도 심폐기능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계단을 조금 올라도 숨이 차거나 하는 몸이 더 힘들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높은 곳까진 오른 적이 없기에 이것도 색다른 경험이죠. 실은 구채구와 더불어 환상의 절경이라는 황롱黄龙지역도 가려고 했었는데, 거긴 많은 분들이 고산증세를 느낀다는 이야기가 있어서인지 아직은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혹시나 여행을 망칠까 봐 경로를 바꿨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좀 아쉽긴 하지만... 모든 걸 다 만족시킬 순 없는 거죠.


여행 5일째. 이젠 어느 정도 집 나와 고생한다는 느낌이 살짝 드는 그런 시점입니다. 하루 도보량도 1만 4천~6천 정도 되더군요. 그래도 최근 운동을 열심히 해놔서인지 무리가 느껴지진 않았고, 제 딸아이도 생각보단 잘 따라오고 있네요. 그런데, 주변에 온통 산과 나무와 호수뿐이니 이제는 슬슬 지루해지나 봅니다. 이동 중에는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는 딸아이와 엄마의 다툼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네요. 

숙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말을 탈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들렀습니다. 아이 기분도 전환시켜 줄 겸 그래도 말 탄다고 하면 눈이 커지면서 관심을 갖긴 하네요.


中查村(中查村马帮广场)의 풍경


약 반시간 정도를 이동해서 中查村(中查村马帮广场)이란 곳에 도착했습니다. 작은 마을인데 초원이 펼쳐져있고 이곳에서 말을 타고 사진들을 많이 찍는 모양입니다. 매우 작은 마을인데 어디선가 계속 빈 관광버스들이 들어오는데 추측건대 구채구 방문하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버스들이 일종의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거 같더군요. 구채구 근처엔 복잡하고 도로가 좁아서 대형차량이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거든요. 약 30분 거리인데도 여기에 주차를 하는 모양입니다. 


몇몇 관광객들이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한산했고 주차장에 들어서니 가판대를 늘어놓고 호객행위를 하는 현지인들이 보였습니다. 아이 눈치를 보던 아내는 딸아이에게 티베트족 코스프레를 해 주었습니다. 화장에 머리장식을 하고 옷을 갈아입혀 놓으니 영락없는 티베트족이 되어버렸네요. 가판대에 앉아서 한참을 꾸며주었는데 비용이 60위안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딸아이를 탈바꿈하는 동안 전 옆에 테이블에 앉아서 티베트족 전통음료인 '酥油茶수요우차, 영문 Butter Tea'를 마셨습니다. 


수유차 酥油茶(수요우차, Butter Tea) : 酥油는 소·양의 젖을 국자로 저으며 부글부글 끓여 냉각한 후 응고된 지방으로 만든 기름. 이 기름으로 만든 티베트의 전통적인 음료로, 고산지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에너지와 영양을 제공.

 

그런데 이 향과 맛이......

일종의 티베트인들의 전통버터로 만든 차라고 볼 수 있는데, 부족하면 더 넣어먹으라고 옆에 수유덩어리를 놓아주더군요. 소금을 넣어 만들기에 그 특유한 짠맛에 느끼한 기름맛 오래된 기름에서 나는 듯한 향기... 분명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내 돈 내고 사마시는 차이긴 하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권하는 거라 싫다고 남기긴 그렇고, 한 입 쭉 들이켰죠. 또 마시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티베트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와중에 딸아이는 어느새 티베트 아가씨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까불대던 아이가 화장을 해 놓으니 어찌나 점잖을 떨던지, 참으로 외모를 가꾼다는 것이 여러모로 영향을 많이 주나 봅니다. 

잔뜩 꾸미고 사진촬영하는 딸님. 얼굴공개를 꺼려 모자이크 처리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티베트사람(藏族짱주)은 해발이 높은 곳의 강한 햇빛을 받으며 야외에서 많이 활동하기에 전반적으로 피부가 검고 거칩니다. 아이 화장을 해주는 내내, 피부가 하얗고 부드럽다고 연일 부럽다는 식의 말들을 하더군요. 더불어 옆에 서 있던 아내를 몰라보고 아이 언니냐고, 학생 같다고 뭐 그런 립서비스에 아내는 마냥 신나 했습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상술에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도 잠시, 발길을 초원 쪽으로 향했습니다. 고운 단장을 했으니 얼른 사진 찍으러 가야겠지요.


딸아이는 혼혈입니다.

우리식으로 다문화가정인 거죠. 아이 엄마는 상해여자고 아빠인 전 한국남자입니다.

전 전형적인 한국인의 표준체형(?)을 갖춰서 눈이 작고 얼굴도 큰 편입니다. 그런데 제 아내는 아주 크진 않지만 작지 않은 눈에 특히나 얼굴이 한 손에 가려질 정도로 작습니다. 

신은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주진 않나 봅니다. 

제 딸아이는 작은 얼굴은 엄마를 닮았지만, 아쉽게도 얼굴형과 작은 눈은 절 닮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동글동글 귀여운 상이지만, 이 녀석이 커가면서 가끔씩 절 탓합니다. 저 닮아서 눈이 작다고요. 현대 의술과 화장술이 뛰어나기에 걱정 말라고 하지만, 가끔 저도 아쉽기도 합니다.

이렇게 꾸며놓고 쳐다보고 있으니, 아쉽단 생각이 들어 주절거려 봤습니다.


'내 눈책임져'라는 듯 쳐다보는 딸아이와 한 컷

이곳은 크게 볼 것이 있거나 그런 곳은 아니지만, 탁 트인 자연풍경에서 사진 몇 장 건진다는 생각으로는 한번 와 볼만 한 곳이 아닐까 싶네요. 단체관광으로 움직인다면 결코 오지 못 할 곳이기에 또 한 번 자가여행의 '맛'을 음미해 봅니다. 


말 타는 우리 가족


한참을 사진을 찍다가 다시 말을 빌려 타고 온 가족이 같이 승마산책을 했습니다.

이 마을이 운영되는 시스템을 엿보니 일종의 공동체로 운영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관광객들에게 말을 태워주는 수입은 마을 공동수입으로 환산되는 개념인 거죠. 같이 운영하고 같이 수입을 분배하는. 마을자체가 마케팅이 되어야 주민들 수익을 낼 수 있기에 주민들 간의 경쟁이 생기진 않아 보였습니다. 


이렇게 오전에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왔고, 이 마을에서는 딱히 식사할 곳도 보이지 않아 서둘러 차에 올랐습니다. 


이미 현지인에 동화되어 버린 딸아이

이렇게 몇 장의 사진을 남기고 다시 다음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다음 목적지까지 약 2시간 반정도의 경로였는데요 점차 하늘에 가까워져 간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산정상 쪽의 풍경이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높은 곳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삶을 이어가고 있더군요.

차 뒤에 실은 과자봉지들은 어느새 부풀어 올라 빵빵해졌고, 제 귀의 고막도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산 정상부근에서 한 컷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

운행 중에 U자형의 전망대가 보여 잠시 차를 세우고 다가갔습니다.

숨이 확 트이는 이 대자연의 공기.

정말 멋졌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차 한 대가 지나가더군요. 바로 찰칵~!


이 날은 점심은 건너뛰고 바로 목적지를 향해 갔습니다.

주변에 마땅한 식당도 보이지 않고, 입맛에도 안 맞을 거고 첫날 마트에서 사놓은 간식들을 먹어가면서 주변의 풍경을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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