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산(후산)의 산중 여행기
7박 8일간의 여행이 어느덧 마지막 날만 남겨놨습니다.
이 날도 알차게 보내고자 산속여행을 기획했죠.
실은 마지막 날이니 산속에 있는 민숙(民宿)에서 편히 쉬다가 상하이로 돌아가자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날이 고생길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특히 우리 딸아이한테요.....
도강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칭청산(青城山, 청성산)이 있습니다.
청두(성도) 사람들은 이 산으로 피서를 많이 오는 모양이더군요. 이제 날도 슬슬 더워지겠다, 사람들이 점차 몰리는 시기가 시작되나 봅니다. 산속으로 접어들자 노상에서 수박을 파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어디선가 한국인들은 수박이 비싸서 못 사 먹는다고 한국인을 조롱하는 영상들이 있던데, 중국이 수박이 싸긴 쌉니다. 특히나 올해 수박을 많이 먹는 거 같네요. 이웃하는 국가에 참 많은 역사적인 사건들을 함께 겪던 나라사이이니 마냥 좋은 감정들로만 바라보진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양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는 모습이 필요하겠죠.
청성산은 전산前山과 후산後山으로 나눠서 불립니다. 저희가 방문한 곳은 후산後山이었죠.
산으로 접어드니 계곡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딱 한국의 여름철 계곡 느낌. 그 느낌이었습니다.
주변에 노점상이나 계곡물에서 발 담그고 수영하고... 아직은 본격적인 여름이 들어서기 전인 6월 말이라(여행시기) 수영하는 사람들은 안 보이더군요. 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런 계곡의 모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좋은 민숙(民宿)을 잡았다고 아내가 하도 자랑질을 하길래 전 정말 좋은 곳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어렵게 굽이굽이 길을 넘어 찾아간 숙소는 그렇게 자랑질 한 만큼의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잡은 방은 민숙의 전체 숙박공간에서는 제일 나아 보이는 곳이고, 내부 면적은 꽤 넓더군요. 그런데 역시나 겉으로 보긴 멀쩡한데 디테일이 부족합니다. 아쉬운 점들이 보입니다.
올라오는 길에 여기저기서 대나무 작대기를 쌓아놓고 팔고 있었습니다.
저게 대체 뭔가... 했는데, 결국은 저와 딸아이도 하나씩 구입하게 됐죠. 산행을 위한 등산스틱의 용도였더군요. 개당 3위안인가를 줬던 거 같습니다. 근데 새 거는 아니고, 끝쪽이 닳아 있는 걸 보니 쓰던걸 모아 상태 괜찮은 걸 파는 모양입니다. 뭐 굳이 이런 거 따질 필요도 없고 해서 그냥 구매했죠.
참고로, 다음날 산행을 마치고 정말 이번 여행을 마감할 즈음해서는 산을 내려가고 있을 때 올라오는 젊은 친구가 제게 대나무 작대기를 팔지 않겠냐고... 구매의사를 보여서 그냥 큰맘 먹고 줬습니다. 무료로...
그렇게 용기 내서 물어보는 것도 훌륭하단 생각이 들어서요.
전 늘 딸아이에게 말합니다. "네가 원하는 것은 스스로 직접 표현해라. 그래야 얻을 수 있다."
어렸을 때 쇼핑몰에서 풍선을 한 아름 들고 광고를 하시는 분을 보고 아이는 제게 풍선 갖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네가 갖고 싶으면 스스로 가서 달라고 해라. 망설이던 녀석을 외면하면서 어떻게 하나 지켜봤더니, 쭈뼛쭈뼛 근처에 가서는 말도 못 붙이고 그냥 서 있습니다. 그런 아이를 발견하고는 아이에게 풍선 하나를 주더군요. 딸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달려왔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한 두 번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서 무언가를 쟁취를 하니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자라던 아이가 이젠 컸다고 말도 잘 안 듣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시간을 보니 아직 오후 3시가 좀 안되었습니다. 요샌 해도 길어져서 밤이 되려면 한참인데, 근처 산행을 해보자고 아내가 권합니다. 좀 늦긴 했는데, 올라가는 데까지 가보자면서 산행길을 시작했죠. 저희가 묵었던 숙소는 산행길과 연결되어 등산을 하시는 분들이 바로 앞을 지나가십니다. 저의 방에서 바로 보이는 정도죠. 저희는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르고 사람들 가는 방향으로 그냥 따라서 올라갔습니다. 대나무 등산스틱의 도움을 받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오르기 시작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산세가 깊습니다.
계곡물을 따라서 올라가다 보니 점점 습한 기운이 들고, 물 깊이도 생각보다 많이 깊더군요. 그리고 길이 젖어있어 미끄럽기도 하고... 그냥 마실 나온 산행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올라가다 보니 벌써 내려오는 분들도 제법보이십니다. 아마도 오전에 올랐다 내려오시는 분들이겠죠. 좁은 계단길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한 사람 제대로 통과하기 어려운 길도 있고 위험하고 미끄러운 돌계단도 밟아야 했습니다. 간혹 가다 정말 위험하다 싶은 곳도 보였는데, 안전장치가 잘 안 되어 있더군요.
중국은 매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산이나 기타 여행지에서 사고를 당합니다. 여러모로 안전불감증이 좀 있죠. 이게 사람이 너무 많이 다녀서 고쳐도 금방 망가지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가끔 영상에 말도 안 되는 등산길도 보이고 사고당하는 영상들도 있습니다.
자나 깨나 중국에서 여행을 하신다면 조심조심조심입니다. 본인만 손해니깐요.
이번 여행에서는 조금 특이하게도 숙박을 여행지에서 하다 보니 오후에 도착했다가 오전까지 여행지를 돌아보는 그런 패턴이 많이 있었습니다. 여기 청성산도 마찬가지였고요. 오후에 산행을 했다가 다시 오전에 한 번 더 산행을 했습니다. 산 정상 쪽에 가보자고 해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죠. 마지막날 오전에는 저녁 비행기에 올라야 하기에 조금 서두르려고 노력했는데요, 그만 하산길을 잘 못 선택하는 바람에 시간도 더 걸리고 더 힘들었습니다. 다른 길인줄 알고 내려왔는데, 한참 내려오다 보니 어제 올랐던 그 길이더군요. 그렇게 조금 늦은 체크아웃을 하고 급하게 공항으로 달렸던 거죠.
이곳 청성산은 크게 기대를 안 했던 산입니다.
며칠 전에 이미 기가 막힌 고산지대의 절경을 봤던지라,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산을 오르다 보니 이곳을 왜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지 알 것 같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풍경이 좋은 곳을 짧은 시간 한꺼번에 많이 보다 보니 감탄의 강도가 무뎌졌다는 거죠.
특히나 케이블카를 탔는데 이렇게 오래 타게 될 줄 예상 못했습니다. 대략 30분 정도를 탔는데 조그마한 케이블카가 아슬아슬한 줄에 매달려 올라가니 정비를 제대로 했는지 불안하기도 하고, 밖의 경치는 좋긴 한데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같이 즐겨야(?)하는 체험이었죠.
케이블카를 내려서 다시 조금 더 정상으로 향해야 하는데, 거긴 조그마한 암자가 있는 모양입니다. 근데 딸아이가 힘들어해서 올라가는 중에 쉬라고 하고 저와 아내만 금방 갔다 오겠다고 하고 올랐습니다. 사람들도 없고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금 썰렁한 분위기. 앞에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여 얼마나 더 가야 하냐, 가면 뭐가 있냐고 물어보니 시간이 좀 걸리고 별거 없다고 합니다. 저흰 아이 걱정도 되고 해서 거기서 멈추고 다시 내려왔습니다. 이 길을 오르는 길에 신기하게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강아지가 낑낑거리고 있습니다. 누군가 기르는 강아지인지 이 산속에 왜 이런 강아지가 있는지 신기하기만 합니다. 시간이 별로 없어 잠깐 강아지랑 놀다가 아이를 데리고 하산했습니다.
올라올 땐 케이블카까지 차량을 타고 왔습니다. 아래에서 호객행위를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게 빠를 것 같아서 승용차를 타고 올라왔죠. 여러 사람들을 모아서 한 차로 험한 길을 올라왔습니다. 여기는 동네에 등록되어 있는 차량이 아니면 오를 수 없더군요. 내려가는 길도 차량을 이동했으면 했는데, 아내는 아쉬운지 걸어가지고 합니다. 힘없는 저와 딸아이는 아내의 주장에 얼굴로만 항의를 하고 따라나섰죠. 근데 이 길이 아니었나 봅니다. 공항에 갈 시간은 다가오는데 길은 끝없이 계속되더군요. 나중에 가다가다 보니 어제 오후에 올랐던 그 길이었습니다. 이제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인지라 그냥 걸음을 재촉하면서 내려왔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숙소에 도착하고, 미리 연락을 해 놓은 상태라 체크아웃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분쟁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씻고 짐을 챙겨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이곳은 조금 아래쪽에 옛 마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불교사원도 하나 있고요. 이곳에 차량을 주차한 후 먼저 사원을 둘러봤습니다. 이 마을도 오래전부터 있던 마을이라 사원도 꽤 규모가 있더군요. 사원도 둘러보고 마지막 식사를 한 후 저희의 사천서북지역의 가족 여행이 마무리됩니다.
공항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더군요.
원래 공항에서 차량 반납을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좀 남아 렌트회사 주차장 쪽 까지 갔습니다. 공항에서 얼마 안 되는 곳이었고. 그곳에서 자신들이 차량으로 우리를 공항까지 안내해 주어서 그러자고 했죠. 이번 여행에서 첨으로 차를 렌트해 봤는데 매우 만족했습니다. 좋은 경험을 했기에 아마도 자주 애용할 듯싶네요.
공항에 도착하니 아직 비행기 시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딸아이를 위해 햄버거를 사주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공항 상점 중에 한 곳을 보니 사천지역 특산품을 파는 모양입니다. 일러스트로 사천의 주요 내용들을 표현한 이미지가 재미있어 찍어봤습니다. 사천 하면 판다가 유명하고요. 그리고 삼성퇴(앞선 여행기에 상세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나무와 마작. 사천사람들이 마작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천분지를 표현하는 天府之国(풍요의 땅)라는 글귀도 보이네요.
여행했던 기억을 남기고자 글을 썼습니다.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났는데, 사진들을 끄집어내어 여러 이야기들을 엮어봤습니다. 글을 더 재미있게 쓰고자 했는데 글재주의 한계와 하나하나의 글을 마무리 짓는데 드는 시간의 압박등이 글의 품질에 도움을 주지 못했네요. 그래서 생각만큼 만족스러운 글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해보는 것이 안 하는 거보단 낫기에 끝까지 여행기라는 걸 써봤습니다.
이렇게 한번 글을 써보니 어딜 가든 글거리를 생각하게 될 거 같습니다.
메모도 잘해놔야겠죠.
새로운 좋은 습관이 되길 기대합니다.
시간에 따른 여행지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 짓고, 틈나는 대로 여기저기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사천 가족여행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