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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쏟기 Jul 27. 2024

도강언 주변의 잡담들

도강언 관광을 마치고 주변 돌아보기

오전 도강언 수리시설을 둘러보니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도강언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저의 이전글을 참조하세요)


다행히 입구 쪽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될 지름길(?)을 찾아서 바로 주변에 정차되어 있는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가 있는 쪽으로 이동을 했죠.


 '꽌시엔구청(灌县古城, 관현고성)'에 저희가 묵고 있는 민수(民宿, 민숙:저층의 일본 료칸 같은 숙박시설)가 있습니다. 어젠 이곳 먹거리 야시장만 경험했었는데요, 낮에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사전에 충분히 검색한 것은 없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습니다.


먼저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이야기해야 하기에 관현고성 내의 원미아오지에(文庙街, 문묘가)에 내려 달라고 했죠. 바로 文庙가 보이기에 들어가 봤습니다. 학문을 기리는 사당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곳을 둘러보니 도강언의 위대함을 설명하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고, 학문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느낌이더군요. 아내는 딸아이를 데리고 기도를 합니다.


'공부 잘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기말성적 잘 나오게 해 주세요.' (기말고사 성적이 나오기 전이었습니다)

'승반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아이의 학교는 과목별 분반수업을 합니다. 그래서 성적에 따라 반이 달라지죠.)


정말 간절히 기도하는 두 모녀

전 옆에서 이 모습을 재미있게 쳐다보다 사진 한 장 남깁니다.

기도해서 얻을 수 있다면 평생 기도만 하고 살겠네요. ㅎㅎ

노력 없이 기도만 해서는 얻을 수 없는 거라,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그 자세와 마음가짐이 기도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아내는 최근 들어 기도하는 게 많아졌습니다.

文庙문묘의 내부 모습

사당에 보니 도강언에 대한 설명들을 전시해 놨더군요.

그중에 옛날 사진이 있어 유심히 봤더니, 낯익은 인물이 보입니다.

김일성도 도강언을 답사하고 간 모양입니다. 등소평과 나란히 서있네요.

3대가 나라를 말아먹고 있는데 언젠가 북한 주민들에게도 좋은 날이 오게 될지...


사당을 나서서 발걸음을 골목으로 옮깁니다.

크게 볼 것은 없는데, 초입에 한 가게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주 작은 선물, 팬시등을 파는 가게인데 딸아이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아내와 아이는 들어가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전 밖에서 지켜봤습니다. 이런 가게들이 좀 여러 개 들어서야 분위기가 날 텐데 그냥 하나 덩그러니 있으니 좀 아쉽더군요.

자세히 보면 밖의 에어컨 실외기와 의자에 페인트 칠을 재미있게 해 놨습니다. 들어가는 입구 상부에는 최후의 만찬 그림도 있고요. 사장님의 센스가 보여서 눈은 즐거웠습니다.


이 길에는 뭔가 더 재미있는 게 있을 거 같았습니다.

앞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합니다.

도로 양옆에 옛 가구나 소품들을 전시해 놨더군요. 복고풍의 느낌을 만들어놔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저희 가족도 찬찬히 살펴보면서 사진을 찍어봅니다.

중국의 옛 물품들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더군요. 제가 어렸을 때 보았던 혹은 알고 있는 옛 물품들이 보였습니다. 아내와 이야기하다 보니 자기 어렸을 때 봤던 것들도 많다네요. 근데 재밌는 건 아내와 저의 어렸을 때 이야기들은 공통점이 많다는 겁니다. 이게 왜 특별한 이야기가 되냐 하면요, 아내와 전 나이차이가 좀 있습니다. 그런데 어렸을 적 이야기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걸 보면 중국의 발전이 많이 늦었다는 걸 깨닫게 되죠. 어렸을 적 사용했던 물품이나 만화영화나 기타 등등.... 많은 것들이 대화가 통합니다.


그런데, 누가 이런 걸 관리를 하는 건지. 만약 비가 오거나 하면 이것들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길거리에 내다 놓으면 도난당하진 않는지. 먼지도 별로 없던데...


궁금증이 증폭되는데 어디 물어볼 데는 없더군요.

어쨌든 이런 시도는 거리의 특색을 만드는 방법으로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진을 찍는 중간중간에 도로를 횡단하는 차량의 방해를 받는다는 겁니다.

운행하는 차들도 사람들 때문에 신경 쓰이겠지만, 그래도 애써 만들어 놓은 이 거리를 방문객들은 차량 때문에 방해를 받는 게 아쉽네요.

그렇게 앞으로 전진하다 조그만 식당이 보입니다. 출출했다는 생각이 다시 나면서 들어가 봤습니다.

'항상 점심은 간단하게.'

면을 주로 판매하는 곳인데, 가격도 싸고 꽤 맛있었습니다.

아주머니 혼자서 바쁘게 서빙을 보시는데 딱 동네 분식집 그런 느낌이었죠.

전 다른 거보다 단단면(担担面)을 꼭 먹어보고 싶어서 주문했습니다.  

(단단면은 청두가 발원지로 2013년도에 중국 10대 면요리 중 하나로 선정)

각종 음식메뉴와 단단면

꽤 괜찮았습니다. 중국은 면 요리가 정말 정말 많은데, 대부분이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충분히 추측했던 맛이라 굳이 어떻다고 맛의 느낌을 표현하기 어렵네요. 중국에 오시면 자주 느낄 수 있는 맛입니다. 매운맛이 좀 추가가 되긴 했고요. 지역이 지역이다 보니.


숙소로 향하다 보니 몇 군데 신기해서 봤던, 거리조성을 위한 부조작품들이 이곳에서도 보입니다.

이 지역의 옛 모습들을 보여주는 작품인데요. 처음 보는 형상인데, 아주 훌륭합니다. 흑백사진을 레이저로 돌에 찍어내고 부조형태의 조형물을 덧붙여 입체감을 추가한 겁니다.

콘크리트시멘트판에 비슷하게 사진이나 이미지를 찍어내는 업체들을 봤었는데, 이런 식으로 처리하니 훨씬 고급스럽고 느낌도 좋아 보입니다. 업체가 어딘지 궁금해지더군요.


거리의 조형물
입체적 표현과 세부 디테일

공간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일을 하다 보니, 이런 것들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일종의 직업적 습관이겠죠.

중국전역의 수많은 거리들이 각자의 노력과 방법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들을 많이 합니다. 저도 참여를 좀 해봤고요. 하지만, 최근엔 코로나로 인한 재정적자 문제로 지방도시들이 여유가 많이 없어져서 프로젝트가 중지되거나 시작되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시도를 해봐야겠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숙소는 '디자이너 숙소'라고 광고합니다.

디자인이 특히 뛰어나다는 자랑이겠죠.

괜찮긴 합니다. 전체적으로 감각있는 분이 설계를 하긴 했구나 하는 같은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의 공감은 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더군요.

분위기는 잘 냈는데, 정작 '설계'는 잘 못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디자인, 설계, 분위기... 뭐 비슷한 말인데요. 굳이 설계라는 용어를 다르게 표현하려고 합니다. 설계는 아주 디테일한 인간의 척도와 움직이는 방식을 고려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인체치수, 생활치수, 편리치수... 더 나아가서 남녀노소나 몸이 불편한 분들까지도 고려를 해야 잘 된 설계라고 할 수 있죠.


설계는 잘해 놓으면 아무도 못 느낍니다. 잘해놨다는 느낌은 일반인들은 인지하기 힘들죠. 그런데 잘 못되면 바로 압니다.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제대로 된 설계는 어렵습니다.

제가 묵었던 숙소는 바로 이점에서 시각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낮은 점수를 줘야 마땅할 것으로 보입니다.


숙소 입구 모습
숙소 내부에 들어서면 보이는 모습
베란다 휴식공간으로 개조한 모습

이렇게 도강언 하룻밤을 묵으면서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봤습니다.

이제 여행의 막바지에 도달하네요.

바로 내일이면 상해로 복귀합니다.

그런데 복귀하기 전 우리 가족은 목적지를 하나 더 남겨놓고 있습니다.

정오를 조금 지나 바로 이동을 합니다.


바로 산속여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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