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작가 with 공동체공간
‘공유경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지난 2000년에 집필한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계 경제의 흐름이 ‘소유’에서 ‘공유’로 흘러가는 듯하다. 요즘 쉽게 접하는 차량 공유, 승차 공유, 숙박 공유 등은 이러한 흐름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쉐어하우스’는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점차 변화하고 있다. 그저 임대를 하는 것에서 떠나 입주자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에 소개할 ‘해비재’도 이러한 변화에 맞춘 쉐어하우스로, 주거공간에 예술을 더한 곳이다.
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어느 여름날, 굽이진 언덕길을 지나 해비재 신촌점을 방문했다.
사실은 처음 방문했던 동네라 길을 좀 헤맸지만, 우산을 들고 친절하게 마중 나와주신 공간운영자분 덕분에 흰 외벽을 지닌 해비재 신촌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함께 비상하는 집’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곳에서는 과연 어떤 이들이 삶을 살아가고,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해비재 신촌점 박선영 공간운영자께서 직접 준비해주신 시원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쉐어하우스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필자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쉐어하우스에서 임대자(공간운영자)와 입주자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궁금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에는 아주 남다른 ‘소통’이 있었다.
Q. ‘해비재’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쉐어하우스에는 ‘따로 또 같이’라는 공동의 운영 목표가 있다고 생각해요. 쉐어라는 것은 한 공간에서 공용부분을 같이 사용하고, 대신 개인 공간이 따로 있잖아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요즘, 자칫 잘못하면 쉽사리 고독해질 수 있을 텐데, 저희 공간은 마치 내 집처럼 함께 어울리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Q. 해비재 신촌점 운영을 맡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저희가 한창 퇴직을 준비하던 때였는데, 지인의 소개로 ‘쉐어하우스’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그 개념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직접 해비재에 와서 보니 알겠더라고요. 그렇게 쉐어하우스에 대해, 해비재에 대해 알고 나니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운영을 맡으신 이후, 공간에서 변한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전에 운영하시던 분이 공간을 참 잘 조성해주셨어요. 그래서 저희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쾌적한 공간을 만들고, 아이들(입주자)이 내 집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세세한 부분은 아이들이 말하기 전에 즉각적으로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아이들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있으면 먼저 해주려고 하는 것. ‘아이들이 저게 불편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항상 하는 거 같아요.
Q. 그러려면, 입주자분들과 많은 소통이 있어야겠어요.
맞아요. 특히, 룸메이트를 잘 선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어디까지나 쉐어하우스는 같이 사는 거니까요. 서로 맞지 않은 사람을 룸메이트로 선정하면 일상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 간의 케미를 보는 것도 중요해요. 평소에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 각각의 성향을 알게 되고, 룸메이트를 선정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이야기를 많이 나눈 덕분에 아이들이 저를 이모라고 부를 만큼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아요. (웃음)
Q. 그럼, 입주자분들이 다른 사람에게 해비재를 소개해줄 때, 어떤 공간이라고 소개해줬으면 좋겠어요?
정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집으로 소개해줬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쉐어하우스라는 것이 임대만 받고 끝낼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런 식으로 운영하고 싶진 않았어요. 아이들이 여길 떠났을 때도, 여운이 남거나 누군가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집이길 바라요.
해비재 신촌점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주거공간과 예술을 더한 쉐어하우스다. 이곳 지하에는 예술을 꿈꾸는 입주자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 있다.
Q. 해비재 신촌점 공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크게 나누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주거공간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있는데요. 함께 사용하는 공간은 지하에 있는 공용주방과 공용작업실이 있고요. 옥상에는 테라스가 있어서 아이들끼리 함께 차를 마시거나 야경을 볼 수 있게 조성되어 있어요. 현재는 옥상 바닥에 인조 잔디도 깔았어요.
Q. 해비재 신촌점 공간 중 가장 좋아하거나, 신경 쓰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아무래도 ‘공용작업실’에 아닐까 싶어요. 저희 공간의 차별화된 부분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이 공간을 참 좋아하거든요. 여기는 음악을 하는 친구나 예술, 공예, 일러스트 등 작업하는 친구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각자 자기 취미나 특기를 살려서 여기서 쓰는 무료공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여기서 가끔 친해진 친구들끼리 포틀락 파티를 하기도 해요.
Q. 입주자분들 중 예술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 같아요.
실제로 예술을 공부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이 입주해 있어요. 아무래도 공간에 대해 알릴 때 작업실을 위주로 알리다 보니 그걸 보고 많이들 와주시는 거 같아요. 근처에 홍익대학교가 있는 것도 어쩌면 연관이 있을 수도 있고요.
Q. 작업실은 원래부터 있었던 공간인가요?
해비재 신촌점이 오픈했던 6년 전부터 있었어요. 저희가 운영을 맡은 후로는 이전보다 세심하게 인테리어를 꾸미거나, 청결을 유지하는 것에 크게 신경 쓰고 있어요. 물론 다른 공간도 청결을 유지하지만, 이 공간은 각별히 더 신경 쓰고 있죠.
그렇다면, 쉐어하우스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공간운영자가 꿈꾸는 목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쉐어하우스는 어디까지나 ‘쉐어(share)’에 앞서, ‘하우스(house)’라는 점이다.
Q. 요즘 쉐어하우스가 많아지고 있어요. 이러한 변화와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운영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공간 활용에서 임대 수입이 큰 면이 있고요. 입주자 입장에서는 보증금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목돈이 없이도, 적은 비용으로 편하게 머물고 갈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문화적으로는 요즘 외국에 다녀온 친구들이나 외국인 분들이 점차 늘어나다 보니 쉐어하우스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문화도 더욱 확산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Q. 쉐어하우스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처음에 아이들이 방을 보러 올 때 부모님께서 동행을 함께 하시는데요. 자녀를 맡기러 오시다 보니까 많이 걱정하고 오시는 편이에요. 그래서 ‘신뢰감’을 주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보통 입주자 부모님이 저와 비슷한 연배세요. 저도 자녀가 있는 입장으로, 그분들의 걱정에 공감이 가고, 이해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공간에 대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앞으로 해비재 신촌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시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을까요?
우선,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입주를 못 하는 분들이 많아요. 가능하다면 가까운 주민센터라던지, 이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늘어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이 동네에 저희뿐만 아니라 원룸이나 쉐어하우스가 많이 있어요. 여학생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주변에 가로등이 부족해서 많이 어두운 편이에요. 주변 정비를 해서 거리를 좀 더 밝게 만들면 누구나 안심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Q. 공식적인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처럼 앞으로도, 아이들과 소통하는 집을 만들고 싶어요. 단순히 운영자와 입주자의 관계가 아닌, 정말 가족처럼 언제든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요. 그런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집이 됐으면 좋겠네요.
인터뷰 내내 입주자들과의 이야기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공간운영자를 보며, 이곳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집이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점차 쉐어하우스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곳은 쉐어하우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의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해비재 신촌점의 이모와 아이들처럼 따뜻한 하루하루를 나눌 수 있는 집이 많아지길 바라본다.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 시즌2, 윤태웅 작가
본 글은 서울시공동체공간 X NSPACE with 도시작가 프로젝트로 쓰였습니다.
해비재 신촌점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촌로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