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작가 with 공동체공간
한 건축 강연에서 ‘수직적인 아파트와 다르게 수평적인 골목에서는 이웃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는 말이 인상에 남았다. 어릴 적 나는 주택가에 살았고 그 때는 옆집 이모,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다.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는 위아래층 이웃과 엘레베이터에서 인사만하는 정도다. 나이가 들면서 내 나름대로 삶이 바빠지고 경계심이 커져서일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옆집 이웃을 ‘이모’, ‘삼촌’이라고 부르던 때가 그립다.
삶이 바빠지고 경계심이 커져서일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옆집 이웃을 ‘이모’, ‘삼촌’이라고 부르던 때가 그립다.
이번에 방문한 ‘다솔골목학교’에서는 아직 그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다솔골목학교(구 이루다손)는 송파구 부모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다솔교육문화예술 협동조합의 브랜드로, 하나의 공간이 아닌 미용실, 꽃집, 카페 등 12개의 상점을 연계해 어린이, 주부, 퇴직자, 노인들을 위한 콘텐츠를 운영한다. 친구의 엄마가 선생님이 되고, 골목길은 모험의 장소가 된다. 송파구에서 문화예술 콘텐츠로 이웃 간 관계를 만들어가는 다솔골목학교의 남주현 대표를 만났다.
Q. 다솔골목학교(구 이루다손)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처음에는 단순한 어린이집 엄마들의 책모임으로 시작했어요. 2013년도부터 이웃만들기사업, 부모커뮤니티 사업, 네트워크 사업, 마을예술창작소 등을 거치면서 모임이 점차적으로 체계화되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들을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몇몇 마을공동체와 지역주민이 모여 2018년에 다솔교육문화예술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어요. ‘다솔’이라는 이름은 어린 소나무라는 의미의 한글이에요. 이 지역에는 송파에서 오래 사신 분들이 많고 송파의 상징이 소나무라서 소나무가 익숙하죠. 그러다보니 ‘다솔’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어요.
‘다솔’은 어린 소나무라는 의미의 한글이에요.
송파의 상징이 소나무이기도 하고 익숙한 ‘다솔’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Q. 특정한 한 공간이 아니라 송파구 골목 내 12개의 공간들이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이 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상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셨나요?
우선적으로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큰 공간을 임대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우리가 이런 걸 하고 싶다’며 공간들을 방문했죠. 원래 이쪽이 브랜드의 상설 할인매장이 있는 문정 로데오 거리로 번성했었어요. 그런데 아울렛이 생기며 요즘에는 상설 할인매장을 안가잖아요. 거리가 많이 죽었어요. 그러다보니 함께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같이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참여해주신 것 같아요.
Q. 12개의 상점들이 골목학교로 뭉치는 데에는 지역적인 요소도 있을 것 같아요.
골목 근처에 초중학교가 있고 바로 옆 공원이 굉장히 커요. 모든 사람들의 하루 생활권에 한 번은 들어가요. 여기서 다 만나는 이웃들이에요. 저희가 아이들이나 지역 주민들을 위한 콘텐츠 운영을 제안드렸을 때 ‘안돼요’라는 분들은 아직까지 없었어요. 뭔가를 한다고 했을 때 적극적인 지지까진 아니어도, 그저 지켜봐 주시고 장이 펼쳐지면 슬쩍 발 한번 담그는, 그런 느슨한 관계죠. 아이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면 차 한두잔 값으로도 공간을 대여해주시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도 마을공동체 활동이 뭔지는 모르시면서도, 여기서 뭐 한다고 하니까 그냥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Q. 어떤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나요?
오후에는 책읽기, 영어독서, 역사, 목공, 미술, 수공예, 북아트 등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많지만 오전 시간에는 성인들의 취미를 위한 수공예, 캘리그라피, 목공이나 음악을 배우기도 해요. 마을에서 활동할 강사분들은 물론 주민들의 기본 인문 함양을 위한 비폭력 대화나 젠더교육, 역사교육이나 자격과정 프로그램까지 다양하죠. 어린이뿐 아니라 주부, 퇴직자, 연령이 있으신 분들도 참여하세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격은 있지만 경험이 없어서 용기를 못 내셨던 경력단절여성들이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해요. 이렇게 성장하신 분들이나 자격을 갖춘 분들은 마을 강사로 마을에서는 물론 인근 초등학교나 기업 등에 <찾아가는 골목학교> 강사로 활동을 하시게 되거든요. 최근에는 인근 학교 방학기간에 방과 후 교실이 폐지되면서 자체적으로 아이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오피스텔을 임대해서 전문가 한분을 모시고 서로 돌아가며 보조 역할을 하며 아이들을 돌봐줘요. 이런 식으로 마을이 필요로 하는 점을 반영한 프로그램은 바로바로 기획해서 열어봅니다.
Q. 마을에서 활동하시면서 일반 커뮤니티와는 다르게 어떤 점들을 느끼시나요?
서로 성장을 돕는 것 같아요. 다들 만족도가 좋으신 이유가 정말 신기하게도 서로 채워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내 아이와 안 맞는 부분이 저 집 아이랑 나랑 잘 맞고. 우리 아이는 저 엄마랑 잘 맞으면 서로 채워지거든요. 어른들과의 관계도 그래요. 직접적으로 안맞는 사람이라하더라도 함께 어울리고 중간에 누구를 통해서 하는 관계는 괜찮더라구요. 이런 것들을 좋아해주세요. 관계 속에서 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거요. 또 한편으로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마을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일방적인 공급자나 수혜자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어제의 공급자가 오늘의 수혜자가 되기도 하고, 나는 공급자인데, 내 아이는 혜택을 받기도 하는 호혜적인 관계가 가득한 게 매력이죠.
관계 속에서 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거요.
또 한편으로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마을 사람들이기 때문에
호혜적인 관계가 가득한 게 매력이죠.
저희 조합원 중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자기한테는 다솔골목학교가 50년짜리 프로젝트라고. 자기가 90살까지 산다고 하면 50년을 더 할 수 있다고. 그런데 더 길게 보면 100년짜리 프로젝트래요. “어린소나무 키우듯이 자녀까지 활동해서 잘 살면 소나무 하나 키우는 거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어린소나무 키우듯이 자녀까지 활동해서
잘 살면 소나무 하나 키우는 거 아니냐.
인터뷰 중에도 한 아이가 엄마와 손을 잡고 이루다손에 나와 있었다. 어떤 어머니는 새로운 돌봄교실을 위해 공간을 정비하고 있고, 어떤 분은 문서 처리를 하고 계셨다. 동네 주민이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마을 여기저기를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모습에 ‘정말 살기 좋은 동네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솔골목학교는 가족이 함께하고 지역에 기반하기에 참여자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문화센터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독서 모임 등에서 얻는 관계와는 다르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던 인터뷰였다. 다솔골목학교가 한 참여자의 말처럼 기업을 넘어 어린 소나무를 키워 숲을 이룰 수 있는 문화가 되길 바란다.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 시즌2, 안채윤 작가
본 글은 서울시공동체공간 X NSPACE with 도시작가 프로젝트로 쓰였습니다.
다솔골목학교(구 이루다손)
서울 송파구 송이로26길 7-17 1층 외 11곳의 상점 공간
https://www.facebook.com/dasolco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