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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용진 Apr 27. 2016

 회사를 한 순간에 부도 시킨 오타들

 파멸을 부르는 팻 핑거(Fat Finger)

일상생활을 하면서 스마트폰, 컴퓨터 등으로 수많은 오타를 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채팅을 하거나 글을 쓰면서 나는 가벼운 오타도 있지만, 금융계에서는 오타 한 번으로 전 재산을 잃거나 회사가 부도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오타를 팻 핑거 (Fat Finger)라고 한다.


말 그대로 뚱뚱하고 둔한 손가락이란 뜻인데, 원래 눌러야 할 키를 잘 못 눌렀다 라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1주에 1,000원에 사야 할 주식을 10,000원에 산다던가 10주만 매도하려고 했던 것을 10만 주를 판다던가 이러면서 손해를 입게 되는 경우이다.



이러한 팻 핑거와 관련된 사례들은 매년 꾸준히 나오는데, 금융계 트레이딩에서 일을 시작한 신입들은 꼭 한 번씩 실수를 해서 통과 의례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팻 핑거로 인해서 수천억을 잃고 회사가 부도가 난 다면 어떨까? 세계적으로 팻 핑거로 유명한 큰 사건들은 무엇이 있을까?



2006년 일본 미즈호 증권 사건



일본에 주식 천재로 불렸던 B.N.F(코테가와 타가시)라는 청년이 있었다. 이 사람이 워낙 대단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큰 돈을 만지게 해 준 사건은 바로 제이콤 주문 오류 사건이었다. 2005년 12월 8일, 미즈호 증권의 한 직원이 종합 인재 서비스 회사인 제이콤의 주식을 63만 엔에 1주를 팔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직원은 1엔에 63만 주 판매로 시스템에 입력을 하는 중대한 실수를 하였다. 이 직원은 '가격 리미트를 초과하였습니다'라는 경고 메시지도 무시하고 체결을 누르고 말았다. 사건이 일어난 지 1분 30초 후에야 뭔가 잘 못 됐다는 것을 깨달은 직원이 취소를 해보려 하지만, 너무 큰 주문을 받은 프로그램은 금세 먹통이 되어버렸다.


한편, 자신의 집에서 데이 트레이딩을 하던 코테가와는 시가 70만 엔짜리 주식이 67만 엔 주문에도 체결이 되고, 64만 엔에도 체결이 되는 것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빠르게 가지고 있는 자본을 모두 투자하여 7100주를 싼 값에 매입하였다. 후에 77만 엔으로 매도하여서 22억 엔의 이익을 보게 된다.


반면 미즈호 증권은 프로그램이 먹통이 되어 고쳐보려 하면서 동시에 거래소에 전화를 하여 취소해보려 했지만 이미 많은 수의 주문이 체결된 뒤였다. 이 사건으로 미즈호 증권은 1조에 가까운 손해를 입게 되고 도쿄 증시는 폭락하게 되었다.


기사 : 일본 미즈호 증권, 직원의 주문 실수로 1조 가까이 손해, 도쿄 증시 폭락


결국 미즈호 증권이 부도 직전까지 갔고, 증권 거래소 상대로 소송을 벌인다. 법정에서 증권 거래소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었던 점과 이상 주문을 포착하지 못 한 점을 인정받아 7:3으로 배상해주기로 한다. 단 한 명의 작은 오타로 도쿄 증시 전체와 기업, 거래소가 크게 움직인 것이다.


이 사건 이후로 증권 거래소들은 팻 핑거에 대한 방지와 불필요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중, 삼중 보안책을 만들기 시작한다.



2010년 플래시 크래시 사건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유명했던 플래시 크래시 (Flash Crash) 사건. 2010년 5월 6일에 갑자기 다우 지수가 1000포인트 (10%)가 급락했다가 다시 회복한 사건이다. 이 숫자에 대한 감이 잘 오지 않는 사람은 전 세계의 돈 10%가 갑자기 증발했다가 돌아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엄청난 움직임이었다.


출처 :Wall Street Journal Website



이 말도 안 되는 움직임의 시작 또한 작은 오타로 시작되었다.


한 증권사 직원이 매도하는 곳에 M(Million, 100만) 키를 눌러야 하는 것을 B(Billion, 10억)을 눌렀던 것이다. 이 때문에 각종 주가들이 폭락하기 시작했고, 당시에 각종 기회 포착형 초단타 매매 알고리즘들이 연쇄적으로 반응해서 주가가 수직으로 추락하게 된 것이다. 이 날 이후 초단타 매매에 대한 규제가 대폭 늘어났다. 이날 이후 주가가 크게 움직이면 또 다른 플래시 크래시가 아닐까 하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물론 팻 핑거만으로 이렇게 움직인 것이 아니고 영국의 트레이더가 주가 조작을 하였고 거기에 초단타매매 알고리즘 등이 복합적으로 반응해서 이렇게 됐다는 의견이 많다. 좌우지간 팻 핑거가 보여준 가장 큰 사건이 아닐까 싶다.



2012년 나이트 캐피탈 사건


이 사건은 내가 인턴을 하던 시절에 직접 보았던 사건이라 생생하다. 지금까지는 증권사 직원이나 트레이더가 오타를 내서 손해를 입은 경우였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입력을 방지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되어있기 때문에 오타가 나더라도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잘 없다. 특히 근래에는 자동화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하는 실수가 대폭 사라졌다. 하지만 자동화되어있는 프로그램에 버그가 있다면 어떨까?



나이트 캐피탈은 미국 최대의 자동화 주문 전문 회사였는데 전체 나스닥 거래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하였다. 그들은 자동화 주문을 위해서 큰 주문을 다시 잘게 쪼개서 병렬 거래를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프로그래머들은 알겠지만 프로그램을 수정하다 보면 안 쓰는 코드를 주석 처리하거나 분기 처리한 후에 스위치 역할을 하는 변수를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트 캐피털 프로그래머는 A라는 변수를 만들고 A=거짓이라고 설정을 해 놓는다.


세월이 지나서 2012년에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하게 되고 낡은 코드를 지우고 새로운 고성능 시스템을 도입한다. 각종 변수 이름이 모자라던 프로그래머는 기존의 코드를 지우고 A라는 변수를 다시 써서 A=참으로 바꿨다. 그리고선 8대의 서버에 차례로 새로운 시스템을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이 관리자가 실수로 마지막 1대에 설치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모두가 평소와 같이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7대는 정상적으로 주문을 보냈지만, 마지막 1대는 기존의 오래된 코드가 참이 되어버려서 말도 안 되는 주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느 부분이 잘 못 됐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아 계속 오류 부분을 찾다가 40분이 흘러버렸고, 나이트 캐피탈은 40분 만에 5000억이 넘는 손해를 입게 된다.


기사 : 美나이트, 거래시스템 오류로 4.4억 달러 비용



출처 :야후증권


나이트 캐피탈 주가는 수직 하락하고 결국 부도 직전에 Getco라는 초단타 회사가 헐값에 인수하면서 사실상 부도를 거쳤다. 조그마한 버그, 프로그래머의 실수가 미국 굴지의 증권사 전체를 쓰러뜨린 사건이었다.



2013년 한맥 증권 사건



팻 핑거 트레이딩이 해외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에는 국내에도 유명한 한맥 증권 사건이 있었다. 옵션이라는 파생상품이 있는데, 이 옵션이란 어떤 자산의 미래 가치에 대해 투자를 하는 파생상품이다. 옵션은 그래서 만기일이 길수록, 즉 먼 미래일수록 그 가치가 높다. 그런데 한맥 증권 직원 중 하나가 당시에 옵션 가격 계산 프로그램에 만기일을 365일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0일 기준으로 오타를 내버렸다. 결국 프로그램은 시장에 있는 옵션 가치가 굉장히 비싸다고 판단하고 가지고 있는 모든 옵션을 매도해버리기 시작했다.



알아채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이미 500억대의 손해를 보고 난 뒤였다. 파생상품은 일반 주식보다 훨씬 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손해가 더 빠르게 발생했다. 마음이 급박해진 직원은 증권거래소에 전화를 해서 취소를 해달라고 했지만 이미 거래가 체결된 뒤라 거래 상대와 합의를 봐야 했다. 결국 증권 거래소의 중재로 국내 증권사들은 거래를 취소해주기로 해서 돌려받았지만, 해외 기업들은 돌려주지 않았다. 이미 체결된 거래를 돌려줘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400억대의 손해를 남기고서 한맥 증권은 헤지펀드를 상대로 여러 가지 구제 요청을 하였지만 끝내 돌려주지 않았고 더 이상 방법이 없었던 한맥 증권은 제이콤 사건과 비슷하게 증권 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2015년 2월, 패소를 하고 결국 파산하였다. 한 직원의 오타 하나로, 400억이 날아가고 회사가 부도난 사건이다.


기사 : 주문 실수로 거액 손실 한맥 증권, 결국 파산



마치며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팻 핑거 사례들이 있다. 2014년에는 골드만 삭스의 직원이 일급비밀 정보를 XXXX@gs.com에 보내야 했는데 실수로 XXXX@gmail.com에 보내서 구글에 전송 취소를 해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끝내 소송도 한 사건이 있었다. 얼마 되지 않은 2015년 10월에는 도이치뱅크의 신입 사원이 6조를 실수로 헤지펀드에 입금시키는 소동도 있었다. 금융권뿐만 아니라 생산 공장 같은 곳에서도 설정 수치 오타 하나로로 큰 사고가 일어난 사례도 있다고 한다. 1962년에 나사에서 마이너스(-) 부호 한 개를 놓치고 코딩하는 바람에 인공위성이 추락하는 사고도 있었다. 당시 돈으로 500억 가까운 손해를 보았다고 한다.


2012년에 퀀트 생활을 시작한 나는 그동안 팻 핑거를 하지 않아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5개월 전에 캐나다 외환 거래 가격 -3.0을 실수로 3.0으로 잘 못 입력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2만 불 손해를 입고 망연자실한 적이 있었다. 잠시 동안 너무 무서워서 손을 덜덜 떨었다. 약 5분간 멍하니 수익표의 마이너스를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무사히 장을 마감했던 기억이 있다. 점점 더 자동화되는 사회에서 작은 오타 하나가 큰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입력을 할 때 더욱 신중을 기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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