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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공장 Jul 15. 2016

생각공장의 조용한 책과 목소리

생각공장이 뭐하는 데야?






생각공장은 헬조선 최초(?) 인문학 전문학원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이 공장의 수석 연구원이다. 연구원이 1명인, 연구소를 위장한 인문학 학원이다. 나이와 연령에 관계없이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0.0001%가 생각공장이라는 연구소를 연구소인지 모른 채 학원인 줄 알고 다닌다. 사실, 인문학 학원이다. 그럼 인문학은 뭘까? 사전을 들여다보면, 문학, 역사, 철학, 언어, 종교, 예술 등의 학문이라고 친절히 설명해 준다. 하지만 수많은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자칭, 혹은 타칭 인문학자들이 자신의 얼굴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고 앞다투어 경쟁하기 때문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다양한 배경의 인문학 강사와 혹은 저자들의 강의를 볼 때마다 인문학에 대한 정의가 가끔씩 헷갈린다. 사실 헷갈리지 않는다.








인문학은 사람과 그 사람이 모여사는 사회에
대한 탐구이기에 그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모든 학문분야가 인문학의 영역에 속한다

- 세종 -


인문학은 사람과 그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여러 학문을 나는 인문학이라 살짝 의심하면서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공장은 전통적인 혹은 좁은 의미의 인문학에 충실하면서도, 인간이 역사를 거치며 쌓아 온 여러 분야의 지식을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소위 취업 훈련소인 한국 대학에서 뜨고 있는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이 연구결과를 생각공장에 다니는 대한민국의 0.0001 % 의 시민에게 소개한다. 사회과학을 포함해 자연, 응용과학의 연구결과들은 인문학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주제이다. 왜냐하면, 수학은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를 설명하는 가장 신뢰할 만한 도구이기 때문이며, 한편으로 과학, 기술 분야는 인문학의 핵심 주제인 인간과 인간의 현실 자체와 이 둘의 본성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인간과 그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환경 자체에 대한 깨달음 혹은 인식을 바꿀 뿐만 아니라 인간과 그 환경 자체의 본성을 변화시키고 동시에 새로운 차원 즉,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내는 주인공이 과학, 기술 (인공지능, 가상현실, 뇌과학 등)이기에 생각공장은 인문학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이 분야의 연구 결과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서 가진다.













2030년에서 온 생각공장이 2016년의 시공을
여행하는
지구인들을 향한 여행 Tips
 

생각공장은 어쩌다 보니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70억 명의 무리의 앞 쪽 어딘가에 서 있게 되었다. 생각공장이 정확히 그 무리에서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에 쪽인 것은 분명하다. 2016년 한국이라는 시공을 살면서도 이 무리 중의 일부는 200년 전에 절판된 여행 가이드를 참고해서 지구라는 행성에서의 인생을 여행한다. 이들은 가끔씩 자신들의 가이드북에 나오는 설명이 2016년 대한민국이라는 시공을 여행하는 데에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곧 이렇게 생각한다. '완전하게 정확한 가이드북은 없어'라며 그 책을 버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그 책 마저 던져버렸을 때 느끼는 막막함과 그 느낌이 주는 두려움을 감당해낼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6년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2016년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서 당황스럽고 화나기도 하지만 지구 여행 중에 만난 동료 여행객들 중에 상당수가 자신과 출판 연도가 같거나 비슷한 가이드북을 들고 여행하는 걸 보면, 이내 진정한다. 그래서 결국 이들은 그 책을 버리지 못한다. 근데 너무 답답해서 그 책의 내용을 생각공장이 봤더니 지금으로부터 2016년 전에 똑같이 지구를 여행했던 한 사람에 관한 동료 여행자들의 목격담과 이들이 전하는 그 중요한 인물의 어록들이었다. 이 중요한 인물을 목격한 사람들과 그 목격담을 들은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과 같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한 여행자에 불과한 사람을 자신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존재라고 믿고 있었다. 예를 들면, 지구인이 지구인보다 지능이 월등하게 뛰어난 외계인 혹은 인간의 무력함을 달래주기 위해 인간들 스스로 만든 신을 바라보는 관점과 같았다. 아니 그 책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신이었다. 하지만 최근 1-2세기를 거치면서 이 책의 저자는 신이 아니라 지구라는 시공을 똑같이 거쳐간 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하지만 2016년 대한민국이라는 시공을 여행하는 5분의 1에 해당하는 거대한 무리는 여전히 그 책이 지구를 여행하는 가장 훌륭한 가이드북이라고 믿는다. 이 책의 주인공 역시 여전히 자신들과 질적으로 다른 존재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우연의 일치는 아니겠죠. 이 책의 주인공은 필자의 석사학위논문의 중심인물이다. 논문의 제목은 예수 운동 어쩌고 이다. 2016년을 살면서도 10년 혹은 20년을 앞서 걸어간 사람들이 쓴 지구 여행 가이드북, 그리고 심지어 2016년 현재에 출간된 가이드북도 이들에겐 너무 위험하고 세속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심지어는 이들은 개정판과 미래 버전의 책을 들고 2016년 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너희들은 끝이 없는 낭떠러지에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래서 2016년에 출간된 책 그리고 미래에서 본 2016년을 가장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책을 버리고 절판된 자신들의 책으로 바꾸라고 귀찮게 떠든다. 정말 시끄럽고 귀찮은 지구 여행객들이다. 철 지난 인생 가이드북을 들고 있는 이들이 모르는 게 한 가지 있다: '생각, 가치, 신념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생각, 신념, 가치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 세종 -






사실 2016년에 출간된 책을 들고 지구를 여행하는 사람들에 눈에도 2016년으로부터 2-30년 앞서서 2016년을 바라보면서 이쪽으로 오라고 소리 지르는 무리도 위험하게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무리의 이름은 바로 생각공장이다. 정리하면 지구를 여행하는 세 무리가 있다. 각기 다른 시대에 출판된 여행 가이드북을 들고 자신들이 걸어갈 길을 찾는다. 이들 세 무리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들고 있는 책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장 훌륭한 여행 서적이라고 믿는다. 제일 앞서 이 길, 저 길 가보고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찾아서 뒤에 처진 무리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는 무리가 생각공장이라는 이름의 무리다. 이 그룹과 나머지 두 그룹이 보이는 차이는 지구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을 고르는 기준이다. 생각공장은 베스트셀러 섹션에서 자신의 책을 찾지 않는다. 만들어진 책보다는 스스로 책을 고민하며 만들어간다. 그리고 다수가 가는 길이라고 안심하지도 않으며 동시에 무조건 다수가 가는 길이라 해서 거부하지도 않는다. 다만 어느 길이 가장 아름다운 길인지, 연령, 성별, 신체 조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함께 걸어가기에 적당한 길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한 길이 지름길일 수 있지만, 여행 초보자나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이 걷기에는 너무 힘든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낙오자를 내버려 두는 여행은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공장은 생각한다. 하지만 나머지 수가 상대가 안 될 정도로 많은 두 무리의 여행자들의 특성은 항상 한결같다. 많은 사람이 걸어가는 길, 그래서 넓을 수밖에 없는 길, 그래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서 이미 나져 있는 길을 걷는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많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길을 잃어도, 심지어 절벽에서조차도 같이만 떨어지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생각공장은 이 거대한 무리들 앞에서 그 길은 막다른 길이야 혹은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어하고 외친다. 근데 목소리가 너무 작다. 목소리를 다 합쳐 봐야 전체 무리의 0.0001%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대륙에 폭풍을 일으킬
작은 나비의 날개 짓이 되길 바라는
생각공장의 작은 목소리




안 팔리는, 심지어는 그런 책이 있는지도 다수의 여행자들이 모르는 책을 들고 지구라는 행성 특히, 2016년 한국이라는 시공을 여행하는 생각공장은 무척 외롭고 피곤하다. 나지도 않은 여러 길을 내면서, 혹은 길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때로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여러 경험을 하면서 여행하는 건 생각공장에게 여간 힘들일이 아니다. 물론 걸어간 길을 일일이 적어 논다. 내가 그린 지도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다. 하지만 더욱더 어려운 일은 새로운 길을 만드는 일 그리고 새 지도를 그리는 일이 아니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서 2016년 대한민국이라는 시공에서 그 거대한 무리에게 그 길이 아니고 이 길이 맞다고 설명할 때가 가장 어렵다. 일단 목소리가 너무 작다. 그리고 다수가 걸어간 길이 그리고 넓은 길이 옳다는 신념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수많은 여행과 경험 그리고 고민으로 만들어진 생각공장의 지도는 때로는 위험하게, 때로는 허무맹랑하거나 허접한 지도제작자가 그린 것으로, 때로는 매력적이지만 선뜩 받아들이는데 망설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거대한 수의 무리에서 한 명 씩만 붙잡고 설명하고 또 설득한다. 설득된다. 하지만 이내, 그 사람은 거대한 무리로 다시 돌아간다. 왠지 소수는,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좁은 길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거기다가 때로는 없는 길도 만드는 수고를 해야 한다. 사실, 이 거대한 무리가  걸어가고 있는 길의 목적지는 벼랑이었다. 하지만 대로변에 서서 외치고 있는 생각공장의 목소리는 이 거대한 무리의 발자국 소리에 묻히고 만다. 거대한 흐름과 같다. 되돌릴 수 없는, 이 거대한 무리의 방향의 단 1도를 바꾸기에도 생각공장에게는 감당하기 너무 힘든 일이다. 힘들다. 그렇지만 앞서 걸었던, 그래서 꼼꼼히 적어두면서 경험했던 그 길의 풍경에 대한 기억이 지친 생각공장의 무릎에 다시 힘을 준다.












모든 종류의 불평등은
지식 격차 (asymmetric information)
때문에 발생한다

세종
 


생각공장의 연구원인 내가 갑자기 문학 소년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생각공장이 그리고 내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그냥 문학적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 생각공장은 다양한 분야의 최신의 학문적 연구결과를 요약해서 소개한다. 문제는 그 연구결과의 내용들이 다수의 시민들에게 때로는 너무 앞서 있거나, 때로는 그래서 위험해 보이거나, 때로는 좋은 생각이지만 비현실적으로 보이거나, 때로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데에 있다. 최신의 학문적인 결과와 다수의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이러한 모든 오해와 정확하지 않은 판단이 종종 발생한다. 비대칭 정보 상황이다 (Asymmetric information). 하지만 젊은 다수가 가지는 상식도 지구를 먼저 도착해서 여행한 지가 60년이 넘은 백발의 사람들에게는 위험해 보이고 너무 많이 나간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생각공장은 2016년을 200년 전의 생각과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단지 한 두 세대 전의 생각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2016년이 만들어낸 생각의 집합인 문화에 맞추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본다. 생각공장은 2016년을 본의 아니게 어쩌다 보니 때로는 10년, 때로는 20년, 때로는 50년 앞서서 2016년 한국이라는 시공을 여행한다. 사람들은 생각공장이 매우 위험하고 피곤하게 산다고 생각한다. 2016년의 후진적인 여러 제도와 문화를 바라볼 때면 생각공장은 답답해진다. 대의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2016년 한국의 법, 예술, 철학, 문학, 과학기술, 교육, 복지, 시민권의 현주소, 언론, 2016년의 드라마와 영화, 대량 생산된 2016년형 인간형, 그 인간이 즐기는 2016년의 대중문화와 그 문화가 배설한 결과물들을 보면 생각공장은 때론 짠하거나 슬프고, 때로는 화나거나 혹은 절망한다.








삐딱한 시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세종 -







그래서 항상 '아니다'라고 말한다. 부정한다. 긍정을 위한 부정이다. 현재의 상태 (status quo)를 긍정하는 순간 2016년 대한민국의 제도와 문화는 굳어버리고, 그 굳어진 제도와 법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불평등과 차별을 지속시킨다. 긍정하는 순간 헬조선은 영원한 헬조선으로 고정된다. 이 순간 역사의 진보는 멈춰버린다. '긍정의 힘을 믿는다.'란 말을 꽤  자주  듣는다. 들을 때마다 화난다. 긍정하는 순간 자기 욕심을 채우느라 바빴던 사람들을 인정하게 되고, 그들의 욕심과 비정함으로 부당하게 얻은 부와 권력의 독점은 더욱 공고해진다. 집중된 그들의 권력의 칼로 희생된 수많은 시민들의 피와, 어쨌든 나와 내 가족만은 살려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내 이웃을 버린 수많은 비정함의 흔적들로 2016년 대한민국의 시민의 정신에게 공기와 같은 문화는 가득 채워지고 오염된다. 이래서 생각공장은 부정의 눈으로 2016년 한국사회의 여러 제도와 문화를 바라본다. 앞으로 이어질 생각공장의 글들은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제도와 문화를 바라보면서 생각공장이 분석한, 동시에 이 분석에 근거해서 판단한 대한민국의 여러 구조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구조가 시민 개인을 어떻게 짓누르고, 우리 사회의 모든 불평등과 차별을 어떻게 고착화시키는지, 심지어 고착을 넘어 어떻게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차별과 불평등을 제도화시키는지에 대해 예리한 생각공장만의 시선으로 노려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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