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공장 Jan 21. 2023

사물화를 막는 백신

독서가 인간을 인간답게







모든 차별과 악(생명 경시나 불평등 같은)을 용인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수단이


바로 인간을 사물화 혹은 대상화(objectification)하는 것 같다. 상대와 타인을 주체가 아니고, 물건이나 자원처럼 사물화해 버리면, 힘세고 고귀한 나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나보다 못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켜도 되고(어쩔 수 없다는 정당화의 도움을 받아), 그 사람들에 대한 차별도 정당화하거나 용인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을 사물화 하는 방법은 등급과 그 등급에 따른 가치를 매기는 거다. 또 등급을 정하는 방식은 시험 혹은 테스트일 것이고.


기준을 세워


사람을 마치 소고기 등급 매기는 것처럼 일 등급은 서울대로, 9등급은 잉여 자원으로 방치한다. 그래서 자원이 부족하거나, 재난 혹은 전쟁 상황에서 소수를 살려야 할 때, 1등급으로 지정된 서울대 출신의 소위 잘난 인간들만 지키고, 나머지는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니, 또 어쩔 수 없다는 정당화로 과감히, 때론 안쓰러워하며 버리거나 방치한다. 이게 사물화가 악(생명 경시나 불평등 같은)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방식이다.


동료 시민을 사물화 하지 않고


나와 같은 주체로 보면, 어떻게 타인과 약자, 소외된 수많은 사람들과 소수자들을 차별하고, 이들의 생명 가치를 나보다 낮게 볼 수 있나? 모두가 그 소중한 나와 똑같이 주체로 여긴다면(사물 혹은 대상이 아니고), 타인도 모두 나처럼 사랑하고, 욕망하고, 좌절하고, 낙심하는 또 한편으론 기뻐하고, 반가워하고, 자기 가족과 연인, 혹은 친구를 사랑하며 행복을 느끼는 존재란 걸 선명하게 인식할 거다. 나와 똑같이 미래에 대한 계획과 꿈을 가진 소중한 존재라는 것까지.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자기가 서울대 나왔다고, 자기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고 이들을 아래로 보며, 차별과 악행(돈 때문에 생명 경시하는)을 정당화할 수 있나? 어떻게 대의란 것으로, 다수 힘없는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방치할 수 있나?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런 생명 경시와 차별이 일어난다. 자주. 이런 악과 차별이 일어나도, “어쩔 수 없다, 안타깝다, 원래 세상과 사람이 평등한 게 아니다.” 이런 반응이 나오게 하는 것, 혹은 이런 반응밖에 못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 생명에 등급을 매겨 사물화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회를 이루며 주체인 나와 함께 사는 타인은


분명 나와 똑같은 수많은 감정을 느낀다. 특히 고통을 포함해서다. 나와 똑같은 관계를 맺는다. 누군가의 연인이자 가족이다. 친구며 동료다. 나와 내 존재의 흔적이 묻은 내 세계가 중요한 것과 똑같이 타인의 것들도 너무나 소중하다. 이 사실을 가끔 놓칠 때가 있다.


한 순간이라도 이런 차별과 악이 어쩔 수 없다 생각한다면,


그 순간 나는 차별받아도 되는, 어쩔 수 없단 이유로 내 생명이 경시돼도 된다는 그 주장을 인정하고 동의하는 것이 된다. 생명에, 사람에 등급과 계급을 매기는 비인간적인, 야만적인 사회에선 항상 내 위에 계급과 등급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 사물, 상품, 혹은 자원처럼


사람을 등급이나 가치를 매기는 모든 생각과 행동이 모든 악과 차별의 근원이지 않을까? 우린 민주시민이자, 타인을 객체일 뿐만 아니라, 나와 똑같은 주체로 보는 문명사회에 산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건 사람을 사물화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사물화를 조장하는 (대중) 문화(통념 포함한)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의 모든 것을 다 경계해야 할 거다.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한 비판과 저항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독서는 늘 이런 걸


생각하게 한다. 그러니 사물화 하지 않고, 사물화 당하지 않기 위해 늘 깨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게으르지 말고. 사물화란 이념을 인식할 눈을 갖기 위해서도 책을, 특히 이념의 민낯을 늘 폭로하려 애쓰는 철학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어야 상대적 우월감이라는 유혹에 빠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인식의 체: 철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