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뭘 가르치면 좋을까.

교과서를 대신할 수 있는 그 무엇에 관하여.

by 그린우드

“방학이라 출근 안 해 좋겠어요.”


일반 회사원들이 교사를 부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방학이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교사의 방학은 굉장히 중요하다.


담임을 하게 되면 학기 중에는 아파도 쉴 수 없다.

그래서 방학이 유일한 휴식기다.

교사의 방학은 휴식과 더불어

다음 학기 수업 준비를 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흔히 ‘교사가 방학에 놀고먹으며 월급 받는다’고 비난하면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하다.


학교에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남들 눈에는 노는 걸로 보일 수도 있지만,

방학중에도 새 학기 준비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교사의 신분으로 쉬는 것은 맘 편하지 않다.


매년 2월 셋째 주가 되면

겨울방학의 휴식을 잠시 미루고 출근을 한다.

방학인데 출근을 해야 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곧 다가올 새 학기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 시기 중요한 작업은 크게 두 가지다.

일 년 동안 지낼 우리 반 환경을 구성하는 것,

일 년 동안 아이들과 공부할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것.


환경 구성은 단순해 보이지만,

학년 급에 맞는 구성으로 매번 달리 해야 해서

작년에 쓰던 것을 재활용할 수는 없다.

매년 새롭게 교실을 꾸미면서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 과정은

조금은 번거롭지만 알 수 없이 설레기도 하다.


교육과정은 일 년 동안 우리가 가르쳐야 할 내용이다.

3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의 계획을 미리 세워놓는 거다.

매일 가르쳐야 할 교과를 바탕으로 세부적으로 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보통 동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하지만

내가 원하는 우리 반의 콘셉트는 따로 있기에

일정 부분은 따로 준비가 필요하다.


매년 준비하는 과정이지만 언제나 2월은 설렘의 연속이다.

이때 어떤 계획을 세우느냐에 따라서

일 년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교육과정을 세우는데 원칙이 있는데

바로 책을 중심으로 짜는 것이다.


매년 달라지는 학급 소개하는 칸에는

과 함께하는 우리들,

과 함과 너와 함께,

은 가장 좋은 내 친구,

이 너무 좋은 아이들.


이렇게 ‘책’이 항상 들어간다.

그리고 나면 우리 반은 책과 함께 하는 반이 된다.

수업 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하교 후에도

책을 활용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교육과정은 좁게는 교과 수업을 말하지만,

넓게는 생활지도와 인성 교육도 포함한다.

결국 책이 중심이 되는 교육과정에는


우리가 학교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에

책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육과정에 책을 넣는 걸까?

대부분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작년 교육과정을 그대로 가져와서

필요한 부분만 고쳐서 사용한다.

가르쳐야 할 교과의 시수는 달라지지만

매년 이루어지는 학교 행사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즉, 학급 임원선거, 학부모 총회, 체력검사, 현장학습 등

대부분 행사 날짜만 고쳐서 쓴다.


우선 교육과정 연간 시간표를 살펴보면

3월 적응 활동 기간에 책을 활용하여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책으로 자기소개하기,

친구를 이해할 수 있는 도서 읽고 소감 나누기,

책날개 만들어서 교실 환경 꾸미기,

친구들에게 책 읽어주기 등

친구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활동을 계획하는데 책을 넣는다.


3월 이후에 본격적인 교과 수업이 시작되면

과목 성취기준에 맞게 책을 넣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국어 교과 시간에 주제 관련 독서시간을 한 시간 넣어서

독서 일기를 쓰거나 하는 것이다.


간혹 교과서를 공부하지 않으면 공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님이 계셔서

교과서를 완전히 배재하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교과를 지도하기에도 바쁜데

그 와중에 책까지 읽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겠지.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책을 활용하려고 시도한다.

교과서보다는 선정한 책을 중심으로 수업을 구성해 나가는 것이다.

흔히 이것을 교육과정 재구성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각 교과에서 얻고자 하는 성취기준을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공부해야 할 주제가 머릿속에 있는 상태에서

교과서 대신 책을 어떻게 활용할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교과서 대신 책으로 수업을 한다고 하면

굉장히 어렵게 느껴진다.

당연히 시간도 많이 걸리고

가르쳐야 할 내용과 책을 연계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한번 경험해 보면

남다른 일 년을 경험할 수 있기에

매년 책을 통해 수업을 재구성하게 된다.


재구성은 하면 할수록 요령이 늘기 때문에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서

학생들의 흥미가 달라진다.


단순히 독후감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책의 내용을 말하고

소감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과 성취기준이 반드시 들어간다.

재미도 있고 유익하고

말 그대로 일석이조다.


처음에 저도 책을 중심으로 교육과정 재구성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남들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해 보던 시기도 있었고,

이것저것 다 가져다가 우리 반에 적용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만난 책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을 하고 보니

너무 재밌어서 매년 하게 되었다.

이왕 하는 수업이라면

아이들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은 수업을 해보는 게 어떨까?


물론 처음이 힘들지만 조금씩 준비한다면 어렵지 않다.

매년 나아지는 학급경영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책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짜 볼 생각이다.

물론 담임교사가 책을 읽고 있다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겠지.


아이들에게 뭘 가르치면 좋을까에서 시작한 고민이었다.

교육 과정은 결국 아이들에게 뭘 가르치면 좋을까에 대한 대답이다.

일 년을 잘 살려면 준비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과서도 좋지만

내가 결국 가르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과정은

모든 교사에게 필요하다.

경력이 적든 많든 습관처럼 교과서를 전달하기보다는

코로나 시대 아이들에게 적합한 교육이 뭘까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