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뭘 가르치면 좋을까.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이유

by 그린우드

"생각보다 재밌네. 내일 또 와도 돼요?"

"흐흐 그렇지? 내일'도' 와서 놀다가요~!"

나는 웃으며 말한다. 그저 학교에 오고 싶어 하는 아이가 예쁘다. 평소 등교하면 담임을 본체만체 심드렁하게 앉아있다 6교시가 끝나면 신나게 집에 가는 우리 반 공식 피아노맨이다. 웬일이지 싶은 마음은 0.1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역시 학교는 오면 좋은 곳이야.


그날은 아침부터 난리였다. 원격수업은 보통 9시에 시작하는데 8시 58분쯤 반 아이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아파트 단지에 인터넷이 끊겨서 원격수업을 할 수 없단다. 그럼 학교로 보내주세요 어머니. 말하고 나니 순간 그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몇몇 얼굴이 떠올랐다. 정말 10분이 지나 헐레벌떡 아이가 뛰어왔다. 수업이 시작하고 나서도 몇몇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수업은 계속해야 하는데, 연결이 안 된다니 공사가 언제 끝난다는 말이 없어 더욱더 불안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일단 수업은 진행하기로 하고, 10분 정도 연결해보고 안 되면 학교로 오라고 말했다. 아싸. 오늘은 교실에 시끌시끌하겠구나.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5학년을 맡은 올해, 주 2회는 학교에서, 나머지 3일은 원격수업을 시행한다. 집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원격수업이 어려운 아이들은 따로 교실로 불러 수업을 한지 벌써 한 달째. 텅 빈 교실에서 혼자 화면을 보고 원격수업을 하는 것보다 교실에 몇 명 있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 자꾸 아이들에게 나오라고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지나가던 옆반 선생님은 '자꾸 이렇게 늘어나다가는 30명이 다 오겠어' 하시며 날 놀리신다. '15명 오면 그만 오라고 하려고요' 하면서 대답한다. 역시 학교는 오면 좋은 곳이야 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보니 학교는 매일 오는 곳이 아닌 오고 싶은 곳이 되어 버렸다. 2021년 4월이 되었는데도 학교는 여전히 반쯤 문을 열어놓았다. 맘 같아서는 활짝 열고 모든 아이들이 오길 바라지만, 그것조차 안전상의 이유로 어렵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작년과는 달리 아이들도 원격수업의 방식도 점차 안정이 되고 있고, 교사들도 아이들도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덜 헤맨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등교 수업의 가치는 따라올 수 없다. 1년 겪어보니 원격수업에도 몇 가지 장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아마 원격수업이 더 효과가 좋은 수업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설명하는 글쓰기 시간이었다. 글의 주제를 선정하고, 글쓰기 방법을 정하고, 직접 글을 써보고 발표하는 시간이다. 글쓰기는 어렵다는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아 꾸준히 지도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아이들이 모두 발표를 하고 싶단다. 웬일이지 싶지만 글쓰기 주제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설명하기니까 그럴 만도 하지. 거북이를 키우는 방법을 설명하는 아이는 직접 집에서 기르는 거북이를 화면에 보여주면서 설명하니 아이들이 눈이 휘둥그레 진다. 장래 꿈이 야구 선수인 아이가 야구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집에 있는 화면에 다양한 유니폼과 야구 용품을 보여주는데 다른 아이들이 입이 떡 벌어진다. 만약 등교 수업에서 이 수업을 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전부 다 가져올 수 없으니 아쉬웠을 텐데 원격수업이니 맘 놓고 보여준다. 이 수업을 원격으로 하길 잘했구나 싶다. 이처럼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왜 학교에 오고 싶어 하는 걸까.


학교에 오는 아이들은 여러 가지 기대를 하고 온다. 맛있는 급식을 먹기 위해, 친구와 재밌게 놀기 위해, 아주 가끔은 진짜 '공부'를 하러 오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모든 이유가 학교가 필요한 이유가 된다. 학교라는 공간이 때로는 가정보다 편할 수 있고, 위로가 되고, 배고픈 본인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도 그렇다. 학교에 가면 나의 자리가 있고, 맛있고 영양가 높은 급식이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있다. 아, 그러고 보니 나도 학교가 필요하구나. 학교는 아이들에게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필요한 곳이구나 싶다.


우리 반 공식 피아노맨은 하루 종일 학교에서 피아노를 치고 싶단다. 공부하지 말고 6교시 동안 피아노를 치면 좋겠다고 하는 아이에게 뭐라고 하면 좋을까. 중요한 것은 집이 아닌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치고 싶다는 거였다.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이유, 그것이 학교에 오는 이유가 된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이유는 곧 학교가 아직 이 사회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칠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뭘 하고 싶은지 물어볼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학교가 사회에 꼭 필요한 곳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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