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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의 제주 (2)

by 엔틸드

두 번의 만남


강정의 아픔이 새겨진 이후로 내게 남은 사람들은 여기저기 흩어졌지만, 여전히 제주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제주도 여행을 결정한 것도, 주로 머물 숙소를 고민없이 선택한 것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지인 덕분이었다.


그와는 2016년 계획없이 놀러간 제주의 어느 PC방에서 처음 만났다. 지인 동생녀석이 제주에 있는 괜찮은 사람들과 같이 놀자더니 어딜 갈까 하다가 오랜만에 스타나 한 판 하자며 사람들을 불러모았고, 합류한 무리에 그 분이 있었다. 초면에 갑자기 게임을 한 것도 모자라 게임에서 진 내게 "ㅈ밥"이라고 쌍욕(!)을 날린 그 순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라고는 했지만 오랜만에 재회한 자리에서 처음 만난 기억들을 나누다가 다시 기억하게 되었지, 안 그랬으면 영원히 잊어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때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다는데 알지 못했고, 본격적으로 영업한 이후로 SNS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아마도 그 무렵부터 언젠가 다시 제주에 가야지 하는 소망을 품었던 것 같다. 아무런 연고도, 계기도 없는 곳에 여행을 간다는 게 선뜻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을뿐더러 제주는 바다 건너 있어서인지 마음을 품기에는 더 어렵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비록 초면에 쌍욕을 먹긴 했지만 나로서는 다시 한 번 제주를 찾을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인연이다.


20220928_160424.jpg 여행 며칠 전 "귤이 먹고 싶다"는 나의 sns 포스팅을 보고 극조생귤을 사놨다는 주인장.


그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대체로 자유로운 분위기다. 100년이나 된, 그래서 지날 때마다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무너질 듯 꺼지는 마룻바닥은 일부러 살려둔 거라고 했다. 너무 무심하게만 지나다니지 않으면 손님이 밤늦게 왔다갔다 해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주인장이지만, 매번 아침상은 신경써서 정성을 다해 차려주는 세심한 면도 가지고 있다.


숙소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제주에서는 꽤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어디 다른 데 가지는 않을 생각으로 골목 골목을 지나 게스트하우스로 직행했다. 돌담 끝에 작은 마당이 나왔고, 정면으로 열린 문 안 쪽의 거실에서 주인장이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퍼먹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내가 이제 다른 시간의 흐름 속으로 뛰어들었음을,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이정표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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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짧은 시간을 함께한 인연이었지만 반가운 마음이 불쑥 일어, 주인장의 방 건너편에 있는 내가 쓸 방을 잠깐 확인하고는 맛있게 내린 커피 한 잔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문제는 한 번 시작된 그 대화가 장장 몇 시간을 이어질 거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


주인장은 몇 년동안 정말 많은 수의 사람을 만나본 사람답게 나를 보자마자 내 깊은 상태를 꿰뚫어보는 말을 던졌다. 그 때는 중심이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쓸쓸하고 고독해 보였는데, 지금은 중심이 잡혀있으면서 쓸쓸하고 고독해 보인다고. 쓸쓸과 고독이 신경쓰이긴 했지만 그래도 내게는 중심의 존재가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 말 그대로, 그를 처음 만났던 때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나는 그 사이에 엄청난 내면의 변화를 겪었다.


자연스럽게 그 사이의 일들을 나눴다. 첫 독립, 쉐어하우스에서의 빌런과의 생활, 2020년 한 해동안 죽은 듯 떠다니던 내 모습, 그 끝에서 뭔가 방향을 바꿔냈던 순간들,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서로 SNS로 이어져 대략 알고 있을 만한 일들이었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풀어내니 또 다른 후련함이 있었다. 그는 내 이야기를 아주 잘 경청해줬다.


나는 누군가가 말을 잘하게 만들려면 잘 들어주는 사람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그게 사기를 치기 위한 작업이 아닌 이상 듣는 이가 자격미달이면 절대로 좋은 대화의 시간을 만들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장은 오랜만에 만난 '잘 듣는 이'였다. 게다가 나처럼 걷는 걸 좋아하니 금상첨화. 우리는 애월의 아름다운 밤바다를 산책하면서 이 주제 저 주제 오가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들, 특히 대도시에서 치여 사는 사람들은 늘 자신의 존재를 깎아내리는 시선과 언어에 시달린다. 한국이라는 끔찍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땅의 끝자락에서 만난 사람에게서는 조금 다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최선을 다해 살았구나. 대단하다. 멋있다."와 같은 말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들어 마땅한 말들이다. 늘 잃어버리고, 때로는 앞장서서 내팽겨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늘 품고 있어야 할 태도다.


KakaoTalk_Photo_2022-10-03-20-35-49-21.jpeg 매일 아침 대접받은 정성스런 밥상은 감동이었다. (사진은 저녁)




모든 일은 시작과 끝이 중요하다. 여행의 시작을 알린 첫 번째 만남이 좋은 시작이었다면 내겐 좋은 마무리도 있었다.


마지막 날은 토요일, 월요일이 대체휴일이었기 때문에 이틀을 집에서 여독을 풀 요량으로 저녁 비행기를 예매했다. 어쨌든 여행이라 짐이 있었으니까 체크아웃을 하고 제주시로 넘어가 수하물센터에 짐을 맡기고 가벼운 걸음으로 제주시를 집중적으로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그 여행의 끝은 지인이 운영하는 맛집에서 해질녘을 배경삼아 맛있는 술과 음식을 음미하는 시간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 지인 동생녀석은 독립한 거주공간에서 만나 친해진 여럿 중 한 명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제주로 간다면서 훌쩍 떠나버리더니, 이제 곧 식당을 운영할 계획인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댓글 좀 많이 남겨달라면서 주소를 보내는 고약한 부탁을 했다. 여행의 목적에는 그 무례한 부탁에 대한 항의와 응징도 조금 섞여 있다.


제주는 시내에도 볼거리가 꽤 많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청계천과 비슷한 느낌의 샛강도 많고, 주위에 동산 높이의 산이 여럿 있어서 정상에 올라 감상하는 바다 경치가 예술이다. 구시가지에 아직 아기자기한 면모들이 남아있으니 동문시장과 서문시장 주변을 돌아다니기만 해도 제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유유자적 휘적휘적 돌아다니던 일정에 문제가 생겼다. 지인 가게 오픈 불과 몇 시간 전에, 모종의 사건으로 갑자기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이다. 어찌어찌 연락을 취해 결국 만나게 됐는데, 그 덕에 오히려 더 좋은 시간을 보냈다.


지인 동생은 오픈 이후 제대로 쉴 시간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휴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좋아했다. 식당을 하는 지인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좋은 대접을 받으며 원래 목적이었던 해질녘 풍경을 보며 갖는 저녁식사 시간을 더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20221001_181435_hdr.jpg 노을지는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


그 친구는 지금의 식당을 하고 자리를 잡기까지 본인이 보냈던 시간들에 대해 얘기해줬다. 그러면서 나에게 "오빠도 제주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야."라며 내려와 제주에서 살라고 했다. 고도의 영업(?)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 또한 언젠가 지역에서 살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번 여행을 계기로 내가 제주도의 분위기,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삶을 그려나가는 사람들과 통할 구석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형태로든 어디에서든 내가 환영받는 존재라는 사실은 힘이 된다. 어딘가 뿌리내렸다는 안정적인 감각이 없더라도 어딘가 나와 잘 맞는 곳,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살고 있는 맛없는 일상이 한층 견딜만해진다. 이효리가 "효리네 민박"에서 말했듯이 서울에 살아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많고 제주에 살아도 지옥같이 사는 사람은 많다. 결국 어디서든 여전할 똑같은 일상을 어떻게 마주하느냐가 중요하고, 그 마주함을 달라지게 해줄 수 있는 땅이 바로 제주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두 번의 만남 속에 끼어있던 작은 우연들 덕분에 이번 여행이 보다 행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과 끝을 채운 만남 사이에 자리잡은 고독이 아니었더라면 이토록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두 번의 고독


일상을 일상으로 두라...드높은 생각이나 영원의 지혜로도 일상을 축일로 바꿔놓을 수 없거니와 또 바꿔놓아서도 안 된다. 일상은 꿀도 타지 않고 미화하지도 않은 채 견디어 내야 한다.
그래야만 일상은... 있어야 할 그대로 있게 된다. - 칼 라너 <일상>


이번 여행을 계획하고 앞을 그려보면서 나도 모르게 계속 싸웠던 부분은, 별 계획을 갖지 않으려는 나 자신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였다. 이전까지 여행이나 쉼을 대할 때의 나는 쉼 속에서조차 뭔가 해야만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퇴근 후 혼자인 집의 정적이 싫어서 영상을 틀어놓는 현대인들이 정적과 침묵에 대해 못견뎌하듯이. 그런데 그 생각은 다행스럽게도 여행 첫 날 깔끔하게 씻어졌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나를 보고 던진 말 한 마디 덕분이었다. "지금은 중심이 잡혀있어 보이고, 조금은 쓸쓸하고 고독해보여요."


고독과 외로움이 다르다는 건 머리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외로움이 타인과의 접촉을 바라는 조금은 표면적이고 즉각적인 감정이라면, 고독은 어느 정도는 스스로 선택하는 상황이자 내면의 상태다. 외로움에 빠져들면 우울해지지만 고독에 빠져들면 깨끗해진다. 굳이 표현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고독의 힘은 마음에 대한 해독작용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종교에서는 침묵을 강조하고 그 속에서 고독하기를 권한다.


제주의 첫 날과 마지막 날을 채웠던 만남 그 사이의 이틀은 내게 고독을 마음껏 음미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동안 나는 계속 걷기만 했다. 기후위기의 여파로 신기할정도로 순식간에 얼굴을 바꾼 날씨 이전의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나는 제주의 오름과 바닷가를 땀흘리며 계속 걸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은 또 이런 말을 했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 낯선 곳을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여행이죠." 나 또한 그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그래서 다른 목적으로 방문한 낯선 도시에서도 일부러 동네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는 걸 즐긴다.


고독이야말로 일상을 일상답게 하는 본질이다. 그렇게 보면 이번의 여행은 일상을 좀 더 일상답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여행 전 적었던 To Do List의 내용과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이 크게 다르지 않았듯이, 일상이라는 게 꿀도 타지 않고 미화하지도 않은 채 견디어야 하는 것이듯이, 고독을 음미하며 걸었던 시간들은 어쩌면 일상 그 자체이자 일상의 본질이고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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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걸음은 애월로부터 내륙 방면으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금산공원을 지나 새별오름까지 이어지는 길은 때로는 평탄했고 때로는 너무 좁았다. 뜨겁게 영글어가는 귤이 내뿜는 상큼한 향기 사이로 차들이 오갔고, 그 길 위를 걷는 이는 나 뿐이었다. 차들이 지날때는 조용하던 어느 집 개들이 사람이 지나가니 짖을 정도로 걷는 사람이 없는 길이었다.


나이가 먹은 걸까? 2016년의 제주를 비바람을 헤치며 걸을 때 느끼지 못했던 체력적인 한계가 더위 때문인지 조금 일찍 찾아왔다. 나중에 만보기 앱을 확인해 보니 그 하루에만 3만보 이상을 걸었다. 나중에는 햄스트링이 올라오는 느낌까지 받았지만, 한나절을 꼬박 걷는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돌이켜보면 별로 생각나는 게 없다. 걷는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 간절하게 애썼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 외에는 별 생각없이 걸었던 것 같다. 다시 말해 생각을 비워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둘째 날의 걸음은 좀 더 계획적이었다. 사전에 지인들에게 추천받은 장소를 기준으로 제주 남단 해안 올레길 코스를 타기로 했다. 첫날에 그렇게 엄청나게 걸었음에도 바로 다음 날 못지 않은 길을 떠난 내게 주인장은 "산티아고 순례길 급"이라고 평했다. 점심이 되기 전 버스를 타고 산방산 근처에 내렸다. 그곳으로부터 송악산을 지나 대정리 부근까지 하루 종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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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의 내륙 코스가 고독의 절정이었다면 해안가 코스는 비교적 인적도, 볼거리도 많았다. 그게 오히려 더 방해요소였다. 게다가 송악산을 오르는 동안 전날 쌓인 피로가 풀리지 않은 몸이 발목을 잡았다. 준비한 물도 이미 다 마셔버린 상황, 뜨거운 날씨 속에 오르락 내리락 걷는 통에 내가 왜 고생을 사서 하고 있나 생각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한 번 걸으면 어쨌든 멈추지 못하는 희한한 버릇을 가지고 있고, 그 덕분에 나만의 목표지점까지 닿을 수 있었다.


송악산 아래에서 잠깐 쉬어가며 밥을 먹으니 슬슬 해가 질 시간이 되었다. 늦지 않게 바닷가의 해질녘을 보는 게 또 하나의 목표였기에, 심기일전 남은 길을 나섰다. 그 때 걷게 된 코스는 올레길에서 다크투어로 정해져 있는 코스였다. 일본군과 남한 정권의 양민학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길을 지날 때, 마침 내 앞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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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여행지이기도 하지만, 한반도의 역사 특히 근대에 들어서 커다란 고통과 억압을 견뎌내야 했던 피묻은 땅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국가권력의 폭압에 의해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기도 했다. 노을지는 제주의 길을 걸으며 내 귓가에는 "잠들지 않는 남도"라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사진의 풍경이 사진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장엄하게 내 앞에 펼쳐졌다.


시리도록 아프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상한 기분이 땀흘리며 걷던 나를 멈추게 했다. 순간 제주도가 견뎌야 했던 수십 년의 역사가 내 안으로 밀려드는 듯 했다. 조용하게 아름다운 저 풍경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숨죽인 채 피를 흘려야 했을까? 그런데도 저 노을은 그 때나 지금이나 왜 여전히 아름다운가? 인간이 만드는 피 냄새나는 역사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틀간의 고독의 끝에 만난 이 무거운 질문은 또한 내가 사는 일상이 세상의 흐름과 결코 동떨어져있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몇 번의 노래들


평소에 길을 걷거나 여행을 가면 플레이리스트를 촘촘하게 짜놓는 편이다. 그러다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찾느라고 길을 헤매거나 여행의 목적을 잃을 때도 있을 정도로 노래를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이어폰을 빼고 걷는 때가 더 많았다. 그 엄격한(?) 컨셉을 뚫고 내 귀를 사로잡은 노래들이다.


이상은 - 언젠가는, 삶은 여행

태연 - Weekend, 저녁의 이유, 사계, I


아티스트를 성별로 나누어 노래를 듣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엔 유독 여성 아티스트의 곡이 많았다. 워낙 잘 알려진 곡들이니 길을 걸을 때나 여행을 떠날 때 한번쯤 곁에 두어 보길 권한다.




세 번째 제주를 기다리며


집에 돌아와 여독을 풀자마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간을 쪼개어 쓰느라, 게으름 탓에, 한 주가 미뤄져 이제야 뜨거웠던 그 날들을 돌이켜 본다. 그 사이 날씨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애월과 남다른 인연을 맺게 되었지만 정작 애월을 제대로 돌아다니지는 못했다. 낯선 동네를 돌아다니는 나만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으니, 세 번째 제주에서는 꼭 애월 여기저기를 돌아보고 싶다. 제주 여기저기에 있는 숲과 동굴, 기암괴석을 놓친 것도 아쉽다. 제주 속 다음 여행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다시 길을 떠날 날을 언제로 하느냐만 남아 있을 뿐.


글쎄, 이별을 고한 주인장이 내게 남긴 메시지가 하나의 힌트가 되려나? "당신은 제주 가을바다같은 사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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