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부터 2011년 영화까지 17편 소개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오우삼 감독|이수현, 엽천문, 주윤발 주연
「영웅본색」의 주윤발이 다소 덥수룩한 조직원이었다면, 「첩혈쌍웅」의 주윤발은 늘 올백머리에 수트를 입고 하얀 머플러를 두른 살인 청부업자 역할입니다. 아쏭(주윤발)은 실수로 제니(엽청문)의 눈을 실명시키고, 자책감에 사로잡힌 그는 그녀를 보살피기 시작하는데요. 지령을 받고 살인을 저지르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무고한 피해는 책임지려는 아쏭의 모습에 리 경위(이수현)은 점차 매료됩니다. 홍콩 느와르의 완성작이라 불리는 「첩혈쌍웅」은 '폭력에 대한 도덕적 딜레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과거에 집착함으로써 해소하려는 등장인물의 몸부림'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두기봉 감독|양가휘, 임달화, 고천락 주연
「흑사회」는 삼합회 회장 선거를 중심으로 록(임달화), 따이디(양가휘), 지미(고천락)의 눈치싸움과 힘겨루기를 보여줍니다. 21세기 홍콩 느와르를 이끄는 두기봉 감독의 연출 또한 볼만하죠. 서로 속고 속이는 가운데 크게 드러나지 않는 갈등은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해주며, 끔찍하고 벗어날 수 없는 폭력의 굴레를 차갑고 어두운
미장센으로 담아낸 영화입니다.
영화 속 장면:
1. 익청빌딩
tvn의 '짠내투어'에 등장하기도 한 익청빌딩은 홍콩섬 동쪽 타이쿠에 위치한 집합주거시설입니다. 독특한 외형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생샷 배경이 되었던 이곳은 현재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고 하네요.
이안 감독|양조위, 탕웨이 주연
왕징웨이 친일괴뢰정권의 정보기관 담당자 딩모춘. 그의 암살 기도 사건을 다룬 장아이링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색,계」는 개봉 후 중국 내에서 '독립 운동을 폄하하고 왕징웨이 정부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그 여파로 왕치아즈 역을 맡은 탕웨이가 중국에서 퇴출되는 등 논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로는 일제의 식민 지배 아래 1930~40년대 홍콩과 상하이의 모습을 잘 묘사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영화 속 장면:
1. 홍콩대학교
2018년 아시아 대학 5위에 랭크될 정도로 명성을 자랑하는 홍콩대학교는 1912년 개교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옛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영화의 배경이 되었죠. 왕치아즈(탕웨이)가 왕리훙(쿠앙 유 민)을 만나 선전 연극에 빠지게 되는 장소가 바로 홍콩대학교랍니다.
2. 트램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다 같이 올라타는 트램. 트램은 오늘날까지 100년 넘게 운행되고 있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철도 중 하나입니다. 홍콩 사람들이 '딩딩'이라고 부르는 트램은 1904년 첫 운행을 시작하였으며 1912년 2층 트램이 도입되었다고 하네요. 매일 20만 명을 실어나르는 홍콩섬의 중요한 교통수단이자 움직이는 광고판이랍니다.
3. 리펄스베이 베란다
미스터 이(양조위)와 왕치아즈(탕웨이) 사이의 심상치않은 기류가 포착되는 곳. 바로 리펄스베이의 고급 레스토랑 '베란다'입니다. 영화상에서 음식이 맛없어 손님이 적으므로 이야기 나누기 좋은 곳으로 설명되는데, 사실입니다...(개인취향일수도)
왕가위 감독|금성무, 양조위, 왕페이, 임청하 주연
영화는 청킹맨션을 거니는 노랑머리 마약밀매 중계자(임청하)와 범인을 쫓는 경찰223 (금성무)가 스치는
장면을 스텝프린팅으로 담으며 시작합니다. 경찰223은 만우절 거짓말처럼 헤어진 애인을 잊지 못하며 식당 앞
전화기를 붙잡는 인물로, 매일 5월 1일이 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며 그때까지 그녀에게 연락이 없다면 모든 걸 잊겠다고 다짐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경찰663(양조위)와 그를 남몰래 좋아하는 페이(왕페이)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어느 날 경찰 663은 애인과 헤어지고, 우연히 그의 집 열쇠를 얻은 페이는 그가 없는 틈에 집에 들어가 조금씩 변화를 주기 시작하죠. 거의 접점이 없는 두 이야기를 담은 「중경삼림」은 대본 없이 촬영한 뒤 독백으로 감정을 전하는
왕가위 감독의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 크랜베리스의 「Dreams 」를 번안한 왕페이의 「몽중인」, 디나 워싱턴의 「What Difference A Day Makes」는 순수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영화의 정서를 꿰뚫는 요소입니다.
영화 속 장면:
1. 다이파이동
영화 중반, 페이(왕페이)가 무거운 바구니를 옮기다가 식사를 하던 경찰663(양조위)와 부딪히는 장면. 이때 경찰 663이 앉아 있던 야외 테이블이 바로 다이파이동입니다. 원래 다이파이동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생계유지를 위해 허가증을 받은 유족들의 포장마차를 뜻했으나 점차 모든 야외 노점을 지칭하는 단어로 굳어졌습니다. 이후 다이파이동은 교통혼잡과 위생문제의 원인이 되었으며 허가증이 암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하자 1956년부터 재발급이 중지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경제적 이유로 대부분 문을 닫았고, 현재 남은 곳은 20여 개에 불과합니다.
2.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20개의 에스컬레이터와 3개의 무빙워크로 800여 미터를 연결하는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주민의 반대와 복잡한 보상 절차 등으로 완공 목표일보다 9개월 지연되는가 하면 예산을 6배 초과하며 '지옥으로 가는 계단'이라불리기도 했다네요.
왕가위 감독|금성무, 양채니, 여명, 이가흔 주연
원래 「중경삼림」의 옴니버스 중 하나였지만 러닝타임 상 따로 떨어져나온 「타락천사」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결핍되어 있습니다. 감정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킬러 황지명(여명), 그가 나간 사이에 집을 치우고 쓰레기를 통해 그를 상상하는 파트너 가흔(이가흔), 다섯 살 때 말을 잃은 뒤 친구도, 일자리도 없이 밤에 남의 가게를 몰래 여는 하지무(금성무), 애인에게서 버림받고 정신이 나간듯한 찰리(양채니), 더 미친듯한 금발(막문위)까지. 뚜렷하지 않은 스토리는 자칫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광각 렌즈로 왜곡된 피사체, 여명의 촉촉한 눈빛을 담는 슬로우 샷 등 스타일리쉬한 미장센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진가신 감독|여명, 장만옥 주연
1986년 중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홍콩으로 건너온 소군(여명)은 맥도널드, 영어학원 등에서 일하는
이교(장만옥)을 만나 인연을 맺습니다. 순박한 소군과 사리에 밝은 이교를 통해 홍콩에 이주한 중국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 「첨밀밀」. 영화 전반에 걸쳐 감미롭게 흐르는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 「첨밀밀」, 「굿바이 마이 러브」등은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쓰입니다.
참고로, 홍콩 최고의 촬영감독인 크리스토퍼 도일이 영어 선생님으로 특별 출연했습니다.
유위강, 맥조휘 감독|양조위, 유덕화, 증지위 주연
비슷한 플롯과 연출, 시대의 흐름에 맞지않는 과장된 액션으로 더이상 주목받지 못하던 홍콩 느와르. 2002년
개봉한 무간도는 홍콩 느와르의 부활을 알린 영화로, 범죄 조직으로 위장 잠입한 경찰 진영인(양조위)과 거꾸로
경찰에 잠입한 스파이 유건명(유덕화)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3부작 시리즈입니다.
영화 속 장면:
1. 다이파이동
영화 중반, 페이(왕페이)가 무거운 바구니를 옮기다가 식사를 하던 경찰663(양조위)와 부딪히는 장면. 이때 경찰 663이 앉아 있던 야외 테이블이 바로 다이파이동입니다. 원래 다이파이동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생계유지를 위해 허가증을 받은 유족들의 포장마차를 뜻했으나 점차 모든 야외 노점을 지칭하는 단어로 굳어졌습니다. 이후 다이파이동은 교통혼잡과 위생문제의 원인이 되었으며 허가증이 암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하자 1956년부터 재발급이 중지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경제적 이유로 대부분 문을 닫았고, 현재 남은 곳은 20여 개에 불과합니다.
2. 애버딘의 점보 레스토랑
무간도 2에서 노동체육회 연회에 참가하는 장소. 예회장(오진우)은 이곳에서 경찰에 체포되며 체면을 구긴다.
한국 영화 「도둑들」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화려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해산물 레스토랑이다. 워낙 큰 규모로 운영하다보니 많은 여행사와 협업하여 손님을 끌어모으는 편으로 패키지 여행 코스에 포함되곤 한다.
허안화 감독|엽덕한, 유덕화 주연
로저(유덕화)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그의 가족의 가사도우미로 일해온 아타오(엽덕한). 어느 날 아타오가
중풍으로 쓰러지고, 그녀를 가족처럼 여기는 로저는 진심을 다해 돌봅니다. 특별한 갈등이나 악역의 등장 없이
진행되는 영화 「심플라이프」는 삶과 죽음, 인간관계를 담백하게 사색하는데, 특히 비연기자가 대부분인 요양병원 장면은 노인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홍콩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같습니다.
영화 속 장면:
1. 구정 불꽃쇼
홍콩에서는 구정, 홍콩 특별행정구 수립일, 국경절, 12월31일에 환상적인 불꽃 쇼가 펼쳐집니다. 영화에서는 고요한 요양 병원과 불꽃쇼의 화려함을 교차로 보여주며 쓸쓸함을 강조하지요.
왕가위 감독|양조위, 장만옥 주연
1962년 홍콩, 수리첸(장만옥) 부부와 차우(양조위)부부는 같은날 한집에 이사오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단란한 일상은 얼마가지 않습니다. 각자의 배우자들이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죠. 수리첸과 차우는 공허함을 서로 의지하며 채우고, 점점 감정이 깊어지지만 드러낼 수는 없습니다...
영화 「화양연화」는 수리첸과 차우의 안으로 감추는 사랑을 농밀하게 다루는 영화입니다. 왕가위 감독은 수리첸과 차우가 스쳐지나가는 장면을 슬로우모션으로 연출하는데, 이때 흘러나오는 우메바야시 시게루의 「Yumeji's Theme」는 특별한 노출장면이 없는 이 영화를 섹시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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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거진은 「너를 위한, 홍콩」에 삽입되는 글을 발췌해 올리는 것입니다.
책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너를 위한, 홍콩」을 클릭하셔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