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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단 May 29. 2024

촌스러움

1. 출세

A는 취직 14일 차, 상경 15일 차의 직장인이다. 매일 점심시간은 선임 B와 산책으로 시간을 보낸다. 직장 여기저기 아는 사람이 많은 B는 함께 걷다가도 A를 우두커니 세워두고 다른 사람에게 가 말을 건다. 대화 상대가 A의 눈치를 보며 신입을 저렇게 두고 우리끼리 떠들어도 되냐고 묻지만 B는 확신에 찬 태도로 대답한다.

「쟤는 원래 말이 없어.」

이 말을 신호로 대화는 다시 이어지고, 아직 빠져나갈 이유도 없는 A는 화단의 풀을 관찰하며 상상의 나라에 가잠시 대기한다. 35분의 긴 산책 끝에 A에게도 발언권이 돌아온다.

「자기 주말엔 뭐 해?」

「아 저 내일은 홍대에 팬케익 먹으러 가려구요.」

건물로 들어서며 B가 말한다.

「자기 출세했네~ 촌에서 올라와서. 홍대 가서. 브런치를 다 먹고~」

2. 결혼식

A 대학 동기 결혼식 날이다. A 오랜만에 만나는 S부터 찾는다. 태어날 때부터 대학 졸업까지  도시에 살았던 S 돌연 D군에 직장을 얻었다. 결혼하는 신부에게 환호를 보내고 지루한 주례 시간에는 서로를 꼬집기도 하며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을 즐긴다. 뷔페에서부터 커피  잔까지 자리를 옮기면서도 대화는 끊김 없이 이어진다.

「너 근데 평생 D군에 살 수 있겠어?」

「응. 난 여기 살 때 보다 훨씬 좋아.

가끔 예전 동네 가면 너무 번화해서 피곤하다.」

3. 무궁화

A의 아버지는 U군 S리 출신의 시골남자이다. 초등학교 때 한 시간 씩 산을 넘어 학교를 다녔다는 이야기는 그의 단골 소재다. 미군 부대가 던져주는 가루를 뭔지도 모르고 아껴 먹다가 다 굳은 뒤에야 그게 분유였다는 걸 알게 됐다던 S리의 소년은, 차만 타면 토를 하면서도 비닐봉지를 들고 도시에 갈 기회만 노리는 청소년으로 성장했다. 반면 A의 어머니는 한 평생 이 도시-A의 고향이기도 한-에 살았다.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쩌다 그런 시골 놈이 백화점에서 스카프를 시즌 별로 사게 됐냐며 헛웃음을 짓는 그녀였다.

11월의 어느 주말 아침, 세 식구는 늘상 그랬듯이 브런치 식사를 마치고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무릎이 아파 잠시 앉은 벤치에서 A의 어머니가 한 나무에 관심을 가졌다. 겨울을 일찍 맞이한 산의 나무는 이미 꽃이 다 떨어져 나뭇가지와 몇 개의 이파리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저게 뭐지? 철쭉인가... 진달래인가?」

「무궁화네」

「아닐 것 같은데. 저게 무궁화라고?

네이버 사진 검색 한 번 해 봐야겠다.」

A의 어머니가 휴대폰을 찾으려 몸을 돌렸을 때 눈앞에 보였던 것은 <무궁화동산>이라는 팻말이었다.

「어머머. 무궁화 맞네? 자기 어떻게 알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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