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누드크로키는 저렴한 취미가 된 걸까
누드아트 업계만은 시대흐름을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모델이 들어가지 않는 일반적인 그림수업 수강료는 2시간에 평균 3-5만원, 디지털작업이나 고가재료를 제공하는 수업은 회당 10만원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왜 이쪽업계는 수업이나 모임회비, 그것도 모델료가 포함된 금액이 3만원만 되도 비싸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며, 또 거기에 가스라이팅된 모델들과 화실선생들은 거기에 순응하고 1만원대의 말도 안되는 회비를 제시하는 것이며, 부족분은 왜 모델이 감당하는 것인지.
괴상한 가격 경쟁이 붙어 무료나 만원대의 수업으로 지금 당장 사람 끌어모을 생각만 하고 전체적인 누드아트업계의 정상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씨가 마르고 있습니다. 당장의 자기 이익이 아닌, 정말 이 업계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타인의 누드를 커피값정도로 인식하지 않게 처음부터 가격을 정상화할 생각을 해야합니다. 미스릴에서 하고 있는 일이 그거고요. 모델들과 작업자들이 상생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민하는 것. 무엇보다도 좋은 모델 분들이 생계문제로 이곳을 떠나는 일이 더이상 없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지금같은 제살깎아먹기 경쟁이 계속된다면 좋은 모델들, 작업자들과 오래 지속할 수가 없겠지요. 지금 자기 화실만 살아남는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업계 전체가 살아나야합니다.
저기는 만원대인데 여긴 왜 비싸냐는 헛소리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말도 안되는 요구만 해대다가 떨어져나갔습니다. 솔직히 지금 미스릴에서 하는 모임, 수업도 정상적인 금액은 아닙니다. 실은 더 올라가야해요. 라이프드로잉, 누드크로키가 도대체 언제부터 저렴한 취미, 저렴한 드로잉 수업이 된 건지. 미스릴은 수도권에서 모델료를 가장 많이 드리고 있기도 한데다가 모델링과 드로잉에 몰입할 수 있게 최대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델 분들도 이곳의 가치를 알고 더 열정적으로 모델링을 해주고 있고, 작업자들도 라이프드로잉 시간의 가치를 알고 모델 분들도 더 존중하는 선순환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잡혔습니다.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우리는 생활비 빠듯하게 살고 있으면서 모델진은 최고를 찾았고, 크로키업계 주류라는 사람들은 회비 낮추라는 소리나 하면서 모델들과 청년작가들에게 꼰대짓만 해댔거든요. 몇몇 작가들은 응원한다고 말만 하고 확실치 않은 방향으로 노를 저어가는 우리의 배에 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흔들림없이 갔고 일회성이 아닌 새로운, 깊이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활동이 제대로 된 것임을 증명하듯 공연섭외, 수업제의, 특강제의 연락도 간간히 옵니다. 물론 자리가 더 자주 있어야하고 해외 연계도 되어야겠지만, 극장, 공공기관, 청년작가대상 특강 등 그동안 우리나라 라이프모델링, 라이프드로잉이 들어가지 못했던 곳에서 ‘먼저’ 제안을 주고있다는 데에서 한발 겨우 내딛은 듯 합니다. 모든 제안이 실제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스릴공방은 협업에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다만 간혹 말도 안되는 제안, 예를 들면 예술가들의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제안들에는 당연히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술의 가치, 그리고 예술인들의 활동을 정상적으로 이해하고 좋은 취지의 자리 만들어갈 분들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함께 하시지요!
* 사진
2024 라이프모델링&드로잉 퍼포먼스 ‘호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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