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크로키 업계가 이대로 가면 희망이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사막에 흙 끌어다 싹을 피우는 우리

by lsh들

미스릴공방의 모태였던 망원크로키부터 지금까지, 벌써 2년 반이 흘렀다. 꽤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2-30대 청년 작가들 중에 누드크로키, 제스처드로잉에 관심 있는 사람 중에 미스릴공방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그러나 본인들만의 잔치만 열고 있는 6-90대 중심의 크로키 판에서는 요즘 돌아가는 실정을 전혀 모르는 듯하다. 그들은 후배 양성이라는 개념도 없고 대중과 사회에서 보는 크로키에 대한 인식에도 관심이 없다. 그러니 그저 고루하게 자기들만의 잔치나 열고 있다.


미스릴공방의 크로키 세션은 매주 4회 열린다. 국내 그 어떤 화실, 문화센터보다 훨씬 많이 하고 있는 셈. 그리고 더 중요한 건 2-30대의 앞으로의 날이 창창한, 가능성과 잠재력 있는 청년작가들이 중심이라는 점. (물론 6-70대 분들 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도 있다!)


이곳을 이석현 선생님과 같이 이끌고 있는 나, 이선화는 문화센터, 평생교육, 학교, 공공기관에 라이프드로잉, 드로잉, 인물화 강의를 나가고 있다. 솔직히 저런 수업들은 페이가 너무 적어서 고민하는 수업들이다. 그러나 저런 수업 나가는 걸로 젠체하는 작가들도 있고 거기에 굽실거리며 눈치 보는 인간들은 세상을 참 모르는 거 같다.

나는 지금 저런 수업들보다 훨씬 페이도 높고 퀄리티도 높은, 문화재단이나 기업 임직원대상 수업에도 섭외되어 꾸준히 출강을 가고 있다. 당연히 우리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고 어느 곳을 가든 수업만족도가 90프로 이상 나와서 계속 앵콜이 들어오는, 나 정말 잘나가는 강사이자 작가다. 이런데도 여기를 무시하는 인간들은 너무도 정신승리겠지. 실력이 좋으면 인정하고 함께 갈 생각을 해야지 일부러 자리 뺏으려고 좀 하지 마라. 그 꼴 보기 싫어서 맨땅에 헤딩하며 새로이 다 만드느라 너무 고생하고 있다.


내가 누드크로키를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은 이곳에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계약서, 지급명세서 등 법적인 것들도 대부분 지켜지지 않으며 요즘도 여전히 무임금으로 누드모델 인력착취를 하는 곳이 있다. 모델료를 제대로 내지 않고 그리러 오거나 모델 섭외를 했는데 직전에 취소하는 작업자도 여전히 있다(물론 미스릴에는 이제 없음). 에이전시들은 실력 좋은 모델들을 더 밀어주고 끌어주며 더 환경을 개선하기보다는 작가들 눈치나 보며 치켜세워주느라 부단히도 바쁘다.


또한 학교들은 좋은 전문 누드모델을 섭외하는 것 보다는 ‘거기는 얼마에 해줄 수 있는데요?’를 묻는 실정. 그러니 처음 누드크로키에 입문하여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수업에 전문 모델이 아닌 일반인이나 변태들도 드나드는 게 이젠 이상한 일도 아니다. 성희롱뿐만 아니라 모델을 사람이 아닌 교구취급하며 인권을 무시하는 강사도 너무나 많다.


아 진짜 개판이라 뜯어고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냥 새로 판을 깔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낫겠더라. 모래투성이인 사막에 흙을 끌어다 놓고 비옥한 땅을 만들어 신선한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새싹들이 하나씩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여전히 주변에서 도와주는 이 하나 없지만 그래도 묵묵히 물과 영영분 주며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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