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틀린 것들 속에서 벗어난 지금
옛날 크로키들을 보는데 감회가 참 새롭다. 그림은 오래 그렸지만 누드크로키를 제대로 배울 곳이 없어서 많이도 헤맸던 시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크로키는 배울 필요가 없다’라는 이상한 착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도대체 왜..? 이렇게 연습할 게 많고 공부할 게 많은 장르가 누드크로키인데…?
그렇게 이상한 분위기의 우리나라 크로키판의 혼돈 속에 정신없이 헤매던 시절, 이석현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핵심적이고 좋은 조언들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또 나대로 더 탐구해야했기에 해부학공부를 기능해부학까지 확장해서 공부하고, 해외서적이나 해외 강의들까지 보면서 인체공부를 해왔다. 그동안 사진모작이나 습작으로 따로 연습한 걸 빼고 순수하게 라이프드로잉만 해도 3년만에 만장은 족히 넘는다.
작년 초부터는 기업이나 여러 문화재단에서 라이프드로잉으로 특강 섭외도 여러차례 있었고 미스릴 자체 특강, 기획도 꾸준히 만들고 있다. 그 덕에 이제는 예전처럼 눈치보거나 말도 안되는 알력싸움이나 텃세에 치이면서 크로키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열심히 연습하고 공부하면서 라이프드로잉을 더 즐겁게, 더 자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본인 실력을 위해 평소에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후배 지적질만 해대는 그냥 크로키판에서 연식만 오래된 자, 모델을 뮤즈는 커녕 한명의 사람으로조차 보지 않고 마네킹이나 피사체로만 여기는 자, 그리고 그런 자들을 선생이랍시고 저런 태도들을 멍청하게 의심없이 흡수하는 텅빈 자, 타인의 노력을 어떻게든 하찮게 표현하여(재능이 원래 있었나보다, 재수가 없다 등) 끌어내리면 자기가 올라가는 줄 아는 자. 여전히 저기에 해당되는 이들이 소수 남아있지만 많이들 쳐냈다. 어차피 도움은 커녕 앞으로 더 빨리 나아가려는 나의 발목만 잡는 이들이다.
계속 그리고 연습하고 기록하고, 또 어딘가에서 영감을 받고 또 그리고 연습하고 기록하고. 이 일련의 과정이 나는 참 즐겁다. 이제야 제대로 사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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