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sh들 May 03. 2024

작가들은 잘팔리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소장가치 기준이 더이상 작가의 철학이 아닌 시대

작년 8월에 있었던 모아도 그룹전은 그룹전이었지만 적어도 우리 섹션은 우리만의 개인전처럼 디피하고 싶었다. 열정과 의욕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인화, 액자를 할 수 있는 돈도 조금 있었다. 벽에 작품 하나씩 띡띡 걸려있는 스탠다드한 디피를 하고 싶지 않았고 우리 이야기를 최대한 공유하고 싶었다. 아직도 열정은 있지만 언제나 돈이 문제다.

몇몇 작가들과 나누던 이야기가 계속 머리에 머문다. 예전에는 작품이 안 팔려도 신경쓰지 않고 작업에 몰두하니 오히려 내가 원하는대로 작업이 잘 나왔다고. 어느순간부터인지 얼마나 팔렸는가가 좋은 작업의 척도가 되어버리니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어 붓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콜렉터들의 니즈에 맞는 기획을 해야하고 그렇게 해야 유명해지리라는 생각에 많은 작가들은 자기자신이 아닌 그림을 그리곤 한다. 그림을 사는 사람들이 말하는 ‘소장가치’의 기준이 그 그림이 좋아서, 그 작가의 철학이 좋아서가 아닌 유명작가라서, 지인이라서, 또는 투자가치가 있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고.

갤러리들 역시 아무것도 해주는 것 없이 대관료를 몇백씩 받는 경우가 많아 나같은 작가들은 대관전 꿈도 못 꾼다. 초대전은 말만 몇 번 오가고 지금은 별 말들이 없다. 어차피 이제 초대전이나 그룹전 아니면 이제 전시할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지내고 있다. 없으면 없는대로 그나마 갖고 있는 것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나는 매일 늙는다. 늙는다고 하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지만 결국 이 청춘어린 모습이 10년뒤와 같을리 없다. 그래서 더 미루고 싶지 않다. 이것이 비단 작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작가가 늙거나 죽기를 기다리는 어리석은 콜렉터들은 깨우치지 못하겠지. 유명하건 아니건 젊은 시절 활동하는 예술인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그 시간의 감성을 얻어가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인지를. 시간은 우릴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기회가 내 주변에 지나가고있다면 바로 머리끄댕이 잡을 수 있게 평소에 계속 준비는 하고 있다. 물론 평생 그놈의 기회가 오기는 할런지 모르겠어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저 유명해지지 않아도 괜찮으니 죽을 때 까지 사람들과 예술 이야기를 나누고 내 작업을 할 수만 있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다. 날이 따뜻하다. 미스릴에서 좋은 이들과 하루종일 이런 이야기로 지새우고 싶다.


#미스릴공방 #청년문화예술단 #청년작가

매거진의 이전글 누드아트전 <바로 서는 뒤틀림들> 클로징 퍼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