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질문이 세상을 읽는 창이 될 때

by 사유정원

과거 학원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자유주제로 글 쓰기를 했었다. 내가 던진 주제로 아이들이 마음껏 글을 쓰면, 근사한 작품을 골라 로비에 전시하고 작은 선물도 주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결과 발표 날이 다가오면 로비 앞을 서성 거리며 '결과 언제 나와요?'라고 묻곤 했다.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중학생 아이들도 '저도 자유주제 글쓰고 싶어요'라고 슬쩍 끼어들 정도였다.



어느 날, 나는 'AI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던졌다.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AI 툴이 일상이 된 시대, 로봇으로 자동화 공장을 구현하는 시대, 아이들은 이 기술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이들은 질문을 듣자 마자 '절대 안 되죠!'라고 말했다. 꽤 많은 아이들이 AI는 나를 도와주는 수단일 뿐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확신하며 말했다. 그 사이에서 한 아이가 곰곰히 생각하더니 엉뚱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챗 GPT 예뻐요?



순간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하지만 나는 이 질문을 장난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황당한 질문일지는 몰라도, 아이에게는 '친구'가 되기 위한 지극히 본질적이고 귀여운 조건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의 상상력을 깨지 않고, 진지하게 대꾸했다.



예쁘면, 뭐 친구하게? 근데, 친구할지 말지는 GPT 얘기도 들어봐야지.



우리는 '예쁜 AI'와 친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꽤 진지한 토론을 이어나갔다. 나는 10년 전 영화 <HER> 를 소개하며 AI와 사랑에 빠진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들은 큰 충격에 빠진 듯 했지만, 나는 덧붙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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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사랑에 빠진 건, 인간 사회에서 느낀 소외감과
외로움을 AI가 채워주었기 때문이야.



며칠 뒤, 우연히 만난 AI 개발자에게 이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그는 그 아이의 말이 맞다며, 실제로 로봇의 외형을 친근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기술이 아주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하였다. 아이의 엉뚱한 상상이 이미 현실의 기술적인 과제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다음 수업 시간, 나는 아이에게 개발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아이에게 장난스럽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예쁘면 사귈 거야?



글쓰기나 논술에 '정답'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가르치며 느낀 점은 명확하다. 틀에 박히지 않는 날것의 생각, 그 엉뚱함이 가장 빛나는 시기는 초등 고학년까지다. 중학생만 되어도 아이들은 정답이 정해진 틀 속에서 스스로를 가두기 시작한다.



사유정원은 아이의 엉뚱한 질문을 가로막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질문을 동력 삼아 더 넓은 세상의 논리로 나아가게 돕는다. 아이의 호기심이 정답이라는 틀에 갇혀 시들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아이들의 말도 안 되는 질문 속에서 정답을 함께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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