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논술을 가르치다 보면 가끔 '급한 마음'이 발목을 잡는 아이들을 만난다. 6학년이었던 이 아이가 그랬다. 성격이 워낙 급하다 보니 글자를 눈으로 훑기만 할 뿐, 문장의 의미를 머릿속에 담지 못했다.
문제는 국어에서 끝나지 않았다. 읽기가 무너지자 영어 지문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고, 심지어 수학 문제도 '무엇을 구하라는 건지' 몰라 손을 놓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영수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상황에서 부모님의 걱정은 깊어졌다. 나는 어머님과 긴 통화를 나누며 아이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했다. 단순히 독서 습관의 문제를 넘어, 아이의 기질과 다른 학원에서의 태도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아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본 뒤, 나는 확신을 가지고 결론을 내렸다.
어머님, 무슨 말씀인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방학 동안 제가 아이의 기질에 맞춰 제대로 가르치겠습니다.
단, 저랑 하나만 약속해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학원은 절대 빠지면 안 됩니다.
독서와 글쓰기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오늘 읽은 내용을 내일까지 곱씹고, 그 다음 시간에서 생각을 더 깊게 확장하는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어머님은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셨고, 방학 내내 아이의 스케쥴을 학원에 맞춰주셨다.
다음 날, 학원에 온 아이에게 나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선생님이 보니까 너는 못 하는 게 아니야.
단지 마음이 조급해서 그런 거야.
그것만 잡으면 너 정말 잘할 수 있어. 쉽지?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제가 너무 급해서 대충 읽는 것 같아요."
그날부터 우리는 '천천히 하는 연습'에 돌입했다. 수학학원이 끝나자 마자 뛰어 와 교실 문을 여는 아이에게 바로 책을 펴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3분 동안 차분하게 준비하면서 심호흡을 하라고 권했다. 그 짧은 3분은 아이의 흐트러진 집중력을 다잡는 골든타임이 된다.
수업 방식에도 조금씩 변화를 주었다. 책도 천천히 읽기, 생각도 천천히 하기, 글도 천천히 읽기...
이해 안 가는 긴 문장은 주어, 목적어, 서술어로 쪼개 읽게 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라고 질문하며 뼈대를 찾는 연습을 반복했다.
그리고 비문학 문제집을 풀 때도 속도나 양보다는 반복에 집중했다. 다른 친구들이 지문 3개를 읽을 때, 우리는 지문 하나만 읽더라도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읽었다.
효과는 놀라웠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글의 분량은 두 배로 늘어났고, 비문학 지문 점수도 80점 대를 안착하며 안정권에 들어섰다.
그치? 넌 못 하는 게 아니라니까!
차분하게 하니까 이렇게 잘 하잖아!
칭찬을 건네자 아이도 스스로를 믿으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누군가는 묻는다. 초등논술 학원에서 이렇게까지 아이의 생활 습관과 태도를 관리해야 하느냐고.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초등 시기에 제대로 된 학습 규칙과 정서적 안정감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스트레스 속에 갇히게 된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 넌 잘 하잖아!
이 따뜻한 확신 한 마디가 아이를 다시 책을 읽게 하고, 연필을 들게 만든다.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인내, 그것이 사유정원이 지향하는 교육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