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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 Apr 24. 2017

백수의 버킷리스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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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99% 픽션입니다




백수가 되면 무엇을 할까. 뭘 해야 시간을 금같이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회사를 다니면서 종종 이런 꿈같은 상상은 해보았지만, 조만간 가능하게 될 일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목록을 정리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다니. 아무리 갑자기 찾아온 휴식이래도 내가 이런 절호의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쏘냐. 나는 책상에 앉아 서둘러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나는 해야 할 일과 만날 사람, 보고 싶은 책이나 영화를 리스트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항목이 리스트업 되었다.



내가 해야 할 일 항목에 가장 먼저 적은 것은 머리를 염색하는 일이었다. 머리카락이 매우 얇다는 이유로, 머릿결이 나빠진다는 이유로 중학생 때 이후로 염색을 해본 적 없는 나는 소소한 일탈이라도 해볼까 해서 퇴사하던 날 드러그 스토어에서 가장 밝은 색의 염색약을 구입하였다. 노란머리가 되어 백수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싶었지만, 탈색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 머리는 밝은 갈색에서 멈추게 되었다.



머리를 염색하고 나니, 이 상태로 이력서에 넣을 사진을 찍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회사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어느 정도 감춰야 하는 곳이지만 왠지 이런 모습으로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나는 다음날 당장 사진관에 방문하여 증명사진과 여권사진을 찍었다. 실제보다 사진 속 머리가 더 노랗게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나는 증명사진과 여권사진을 동시에 찍은 기념으로 귀차니즘을 핑계로 미뤄두었던 두 가지 숙원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첫째는 여권을 발급받는 것이었고, 둘째는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것이었다. 내가 여권이 없다는 사실을 말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적잖이 놀랐다. 사실, 외국을 다녀오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코, 다녀오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 자리에서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귀찮고, 그럴 이유도 딱히 없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는 본토 한국인입니다.'라고 대충 넘겼지만 여권을 발급받아 놓는다면, '여권은 있지 말입니다.' 하고 더 쉽게 넘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권은 생각보다 금세 받아볼 수 있었다.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진작 만들걸 싶었다.


            
 다음 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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