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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 Jul 13. 2017

백수의 버킷리스트 (2)

05



불면허라고 했다. 합격률은 50% 남짓. 허나 50% 안에는 재수생이 포함되어 있었다.


운전면허시험이 개정된 사실을 모르던 나는 애초에 독학으로 시험을 볼 요량이었다. 초록창에 '운전면허 독학'을 쳐서 능력자들의 합격수기를 보았다. 할 수 있다는 다짐도 잠시, 기초 조작만 가능하면 붙을 수 있다던 기능시험이 대폭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노선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독학 다음으로 알아본 것이 실내 운전면허 연습장이었다. 금액은 학원에 비해 절반도 안됐지만 훨씬 많은 시간을 연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크린골프장 알바 경험이 있던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시뮬레이션은 시뮬레이션이고, 실전은 실전이라는 것을.


운전면허 학원도 일반 학원과 전문 학원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일반 학원에서는 연습까지만 가능하고 전문 학원에서는 자체 시험까지 볼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나는 가장 많은 돈을 들이고 전문 학원에 등록했다.


학원에서는 이론 수업만 듣고, 1차 필기시험은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보았다. 백수라 시간이 많아서 쉽게 붙을 수 있다는 필기시험을 공부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조수석에 타 운전을 참견하고 다녔던 나는 생각보다 교통법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심지어 기본적인 신호 체계마저도 내게는 생소했다.


운전자가 달려오다 전방 신호가 노란불임을 인지했을 때는 서행하고 정지선 앞에 멈춰 서야 한다. 무리하게 꼬리 물기를 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유턴은 가능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좌회전 신호 시 가능하기도 하고, 보행자 신호시 가능하기도 하다. 우회전 신호는 대부분 없다. 허나, 보행자 안전이 우선이므로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없을 때 서행해서 통과해야 한다.


시험은 85점으로 가뿐히 통과했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높은 점수였다. 기세 등등함도 잠시, 기능 연습이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운전대를 잡아본 나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밟아, 더, 더, 더.


강사님의 다급한 외침만큼이나 차의 속도는 빨랐고 금방이라도 튕겨나가 절벽 아래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핸들감도 내 생각과 판이하게 달랐다. 장난감 자동차를 생각했던 건 나의 큰 실수였다. 조금만 핸들을 틀어도 진로가 휙휙 바뀌었다. 공터에 예쁘게 그어놓은 선을 우습게 넘어가며 비틀비틀 운전을 시작했다. 내 옆에 앉은 강사님은 자연스럽게 조수석의 손잡이를 잡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운전면허 강사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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