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1. 낯선 듯 익숙한 듯
떠나기 전 한국은 한파였다. 롱패딩이 유행이라 새삼 다행이었다. 길을 걸으면 나를 포함한 반 이상이 롱패딩을 입고 있었다. 12월 27일. 퇴근을 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실감나지 않았다. 내가 해외여행을 가다니. 이곳 보다 조금은 포근한 날씨의 그곳으로.
- 라고는 했지만 돌이켜보면 후쿠오카는 생각보다 쌀쌀했다. 늦가을 날씨 정도로 생각한 나는 멋을 내보겠다고 캐리어가 터지도록 짐을 꾸렸다. 처음 해외여행가는 티를 팍팍 낸 캐리어였다.
28년 만에 처음 해외여행을 가는 나에게 캐리어는 사치였다. 국내로 가볍게 여행을 떠날 때면 간소하게 배낭을 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갑자기 떠나게 된 해외여행인지라 가족들이 쓰던 오래된 캐리어를 넘겨받았다. 이 캐리어가 후에 불러올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는 후문이...
연말이면 성수기라 티켓 값이 비쌌을 텐데, 평일발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귀차니즘으로 신음하던 나는 친구 몫까지 순탄하게 결제를 진행하는 추진력을 보여줬다. 친구도 감탄에 마지않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KG당 만원입니다."
특가로 팔고 있던 티켓에는 출발 시 위탁수화물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내 캐리어는 크기도 작지 않아 기내수화물로 치기에도 애매한 크기였다. 나는 캐리어를 낑낑대고 들고가서 기내 수화물 규격을 쟀다. 내 캐리어는 가까스로 틀 안에 들어갔다. 다행히 추가 요금을 물지 않았지만 친구와 나는 나란히 캐리어를 들고 면세점을 돌아야 했다.
- 다음 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