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락종리산(武落鍾離山)! 곤륜산맥(崑崙山脈)이 서쪽의 대막(大漠)과 맞닿은 곳에 우뚝한 산이다. 동쪽은 천하의 용마루와 같은 곤륜산맥이 달리고 있다. 서쪽은 간 사람은 있어도 돌아온 사람은 없는 끝없는 모래사막이 펼쳐진, 세상의 끝이다.
사람이 생겨나기도 전인 아득한 옛날에 곤륜산의 만년 빙하(氷河)가 흘러와 무락종리산에 충돌했다. 부서진 얼음 조각이 태양을 가린 지 몇 순(旬)이나 지났을까? 해를 가렸던 빙진(氷塵)이 내려앉은 후에 큰 산에는 두 개의 석굴 입구가 드러났다. 하나는 맑기가 얼음과 같아 수정동굴처럼 보였다. 또 다른 하나는 검기가 옻칠과 같아 그 안이 한 치도 보이지 않았다.
천무동(天巫洞)! 곤륜산을 향해 열린 수정동굴엔 언제부터인가 천무신녀(天武神女) 무라(巫羅)와 그의 무리 들이 살고 있었다. 그녀들의 피부는 희다 못해 투명했고 낮고 맑은 목소리는 이 세상 소리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태양 빛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온몸이 녹아내리는 순음지체(純陰之體)로, 캄캄한 밤에만 깨어 움직인다. 천무신녀 무라는 사방 28수(28宿)의 모든 별자리를 살펴, 천하의 움직임을 미리 알 수 있고, 밤에만 날아다니는 새인 빙야연(氷夜燕)과 항상 함께 지냈다.
황천 무저갱(黃泉 無低坑)! 입구는 서역 대막을 향해 벌리고 있다. 황천 무저갱의 주변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고, 사람과 동물의 형해(形骸)만 굴러다니고 있다. 하지만 동굴의 입구에 다다르면 들리는 물소리는 저승을 흐른다는 황천의 물소리라고 전해 온다. 황천 무저갱에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심지어 사막의 모래 바람조차도 들어가기만 하지 나오는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