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장과 요중선(鬧中禪)
길 위에서 길을 묻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많은 절집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을 으뜸으로 하고 『금강경』을 소의 경전으로 매일 읽고 있다. (하지만 진짜 읽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는 『금강경』을 처음 읽고 매우 놀라고 당황했고 행복했다. 그리고 부처님 법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며 항상 마음속에 품으려고 노력하는 금강경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이때에, 세존께서는 밥때가 되니 옷을 입으시고 바라를 지니시고 사위 큰 성으로 들어가 밥 빌으셨다.
그 성 안에서 차례로 빌으심을 마치시고, 본래의 곳으로 돌아오시어, 밥 자심을 마치시었다.
옷과 바리를 거두시고, 발을 씻으심을 마치시고, 자리를 펴서 앉으시거늘.①
이게 정말 그 위대하다는 『금강경』 구절이냐고? 그렇다.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의 수관(首冠)인 법회인유분(法會因由分) 구절이다. 신비하지 않고 모호하지 않고 평범하고 간결한 이 부분이야말로 팔만대장경의 진수라고 생각한다.
나는!
라오스의 화폐 단위는 ‘낍’이다. 1달러가 대강 1만 5천 낍 정도 한다.
그런데 탁발 길에서는 과자 한 바구니가 5달러(7만 오천 낍)이다. 과자 한 바구니를 사면 찹쌀밥 한 바구니를 거저 준다. 미리 준비해 올 성의는 없고, 스님께 좀 좋은 거 보시해 복 받고 싶은 사람에게는 비싸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사회주의 인민 공화국 라오스에도 어김없이 자본주의의 그림자는 스며들어 왔다. 심지어 “탁발 체험 관광객” 위해 살아있는 새를 방생용으로 파는 라오스 아줌마들도 있었다. 살이 쪘다고 탐욕스러운 건 아니지만, 탐욕스러우면 살이 찌기 쉽다.
5달러짜리 과자 바구니 찰밥 그리고 방생용 새를 판다. 요 작은 새 두 마리는 2만 낍이라고 했다. 이런 자판 아주머니는 유독 살찐 사람이 많았다.
세계 2위 초강대국(?) 중국의 위용은 루앙 프라방의 탁발 길에서도 결코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들은 강력한 데시벨로 고요한 새벽을 파괴하고 보시할 찰밥을 꾸역꾸역 먹어댄다. 좋은 자리(?)에 도달하기 위해 승려들의 탁발 길을 마구 횡단해, 승려들의 열이 흐트러지기까지 한다. 위대한 중화인민 공화국 만세!
중국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어를 잘한다. 그것도 아주 크게 하는 사람이 많다.
조용하고 경건해야 할 탁발이 정신없는 이벤트처럼 느껴지는 것이 속상했지만 어쩌랴! 세상은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래서 이르기를 최고의 선(禪)은 시끄러운 시장 바닥에서 하는 요중선(鬧中禪)이 으뜸이라고 하지 않는가?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골목길을 찾아들면 어김없이 새벽 시장이 북적인다. 강물 이끼를 따서 파래처럼 말아 팔기도 하고 민물고기를 굽거나 튀겨 팔기도 한다.
나는 고추가 사고 싶었다. 작고 매운 그 고추 말이다. ‘남빠’라고 부르는 젓갈에 조그맣게 썰어 넣어 찰기 없는 ‘인디카’ 쌀밥에 비벼 먹으면 아주 맛 갈지다. 내 입맛에는! 하지만 그 고추는 인연이 없었고 대신 말린 고추를 샀다. 라면 하나에 요놈 하나를 넣으면 알알함이 라오스를 추억하기에 그만이다.
‘씹판 낍’의 절반 ‘하판 낍’을 줬다. 우리 돈 500원보다 적다.
대문 사진 : 탁발길 근처 새벽시장이다. 작은 비닐 봉지에 포장한 빨간 고추를 샀다.
① 원문은 다음과 같다. 爾時, 世尊食時, 着衣持鉢, 入舍衛大城 乞食. 於其城中, 次第乞已, 還至本處, 飯食訖. 收衣鉢, 洗足已, 敷座而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