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 프라방의 뜻은 ‘큰 황금 불상’이라고 한다. 과거 태국과 라오스는 한 나라였을 때 나라 이름은 '란 쌍(백만 마리의 코끼리) 왕국'이었고 루앙 프라방은 그 나라의 수도였다. 원래 이 도시의 이름은 '씨엥통'이었는데 11 세기경 파방(황금 불상)이 이곳으로 오면서 루앙 프라방으로 바뀌었단다.
그러니 이 도시는 불상의 도시이고 불국토(佛國土 – 부처의 땅)이다. 그러니 많은 곳에 울긋불긋한 절집과 금색 칠을 한 각양각색의 불상 천지다.
그런데 문제는 어색함에 있었다. 절 이름도 그렇고 모두 다른 모습의 부처상도 헷갈린다. 짜끄리 라 따나 꼬신, 씨싸켓, 꽁바웅, 보도퍼야, 왓 프라깨우나 왓 씨엥통이라는 이름들은 나에게 있어 소음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 나이에 사원 이름을 확인하고 불상의 이름을 하나하나 대조하며 길을 간다면 그건 학자(學者)지 나그네가 아니다. (내 생각이다) 눈도 내 눈이고 머리도 내 머리이니 내 맘대로 보고 내 맘대로 새기면 그만이다. (사실 그거 말고는 딱히 더 좋은 방법도 없다)
존경하는 대학원 후배 님 중에 ‘케이트 리’라고 있다. 내가 이분을 존경하는 이유는 미스 라오스 참가자들을 직접 만났다는 점이다. 언젠가 그분이 나에게 그중의 하나를 소개해 줄 것이라는, 실현 가능한 믿음을 나는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미스 라오스의 미모가 궁금하다면 이 불상들을 보면 된다.
늘씬한 몸매, 단아한 자태 그리고 지적인 분위기. 내 눈에는 미스 라오스였다.
처자식을 거느린 놈이 집 밖에 나왔다고 실없는 생각을 하다니! 영락없는 도둑놈 심보다. 그런데 사원에 도둑놈 상도 있었다. 그는 실크햇(silk hat)을 쓰고 멋진 연미복을 입은 채 담을 넘고 있다. 멋진 신사가 루앙 프라방의 사원에 숨어들은 이유가 뭘까? 증거는 그가 염주 도둑이라고 말하고 있다.
딱 봐도 도둑놈 같지 않은가?
목에 염주가 걸려있다. 틀림없이 염주를 훔쳤다는 움직일 수 없는 물적 증거이다
눈을 찢는 바보 같은 행동으로 동양인을 모독하는 멍청한 친구들을 잡아가는 부처님도 계신다. 특히 영국 축구장에는 반드시 모셔야 할 부처님이 틀림없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침대에 키를 맞추었지만, 이 부처님은 인종 차별자의 눈을 당신 눈 길이에 맞추어 찢어 주실 것이다.
사람마다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다면 개에게도 불성이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히 원숭이를 닮은 불상은 있다. 그것이 사람이든 짐승이든, 아니면 생명이 없는 존재라도 불필요하게 괴롭혀 좋을 일은 하나도 없다.
커다란 나무로 우주를 표현한 금당 벽화는 매우 창조적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물론 제일 꼭대기 좋은 자리에는 부처님이 위치하고 있다. (사원에서, 기-승-전-부처님은 당연하다) 나는 이 나무를 '세상 나무'로 임명했다.
이 ‘세상 나무’의 아름다움은 디테일에 있다. 내 눈에 좋아 보이는 부분은, 내가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증거 하는 것 같다. 내 눈엔 분명히 핸드백을 훔쳐 도망가는 사슴이 보인다. (그런데 이런 건 왜 나만 보이는가?)
아래 그림은 거북이가 덫에 걸린 사슴을 도와주고 있지만 위쪽을 보라. 파란 핸드백을 뿔에 건 사슴이 냅다 도망가고 있다.
이번 여행길에 나는 내 인생 부처님을 만났다. 한국에서는 이런 수인(手印-손 모양)을 지은 불상을 본 적이 없다. 어리석은 내 머리에 처음 떠오른 이름은 BJR(배 째라) Buddha였고, 그다음은 ‘오지 마 부처님’이다. 이번에 나선 발길을 돌리기 전에 꼭 이 부처님을 다시 뵐 기회가 있길 기원했다.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이 부처님의 명호와 수인 이름을 아시는 분은 연락 부탁드립니다. 무식한 사람에게 앎을 전하는 것도 보시입니다.대문 그림 : 내가 '세상 나무'라고 이름 붙인 벽화이다. 나는 여기서 핸드 백을 훔쳐 도망가는 사슴을 보았다. 그리고 '갑을 관계'를 묘사한 그림도 보았다. 틀림없이 갑을 관계가 맞다.
딱 보면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꼬리의 방향이 절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