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파 꽃과 인공 저능

길 위에서 길을 묻다

by 누두교주

라오스의 국화(國花)는 흰색 꽃잎에 가운데가 노란 ‘란쌍 참파 꽃’이다. 흰색 부분은 착함과 우정 그리고 평화를 상징하고 노란색은 불교를 뜻한다고 한다. 이 꽃의 향은 가볍고 신선하고 달다.


라오스의 참파 꽃 사랑은 유별나다. 라오스 철도 승무원은 모두 머리에 참파 꽃을 꽂고 있다.


두 종류의 제복을 입은 열차 승무원은 모두 참파 꽃을 꽂고 있었다. 남자 승무원은 안 꽂는다.


2등 칸 좁은 자리가 불편해 객차 연결부위에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객실 승무원들이 열심히 영어와 중국어 차내 방송을 연습하고 있었다. 조용한 말소리와 집중하는 모습이 예뻐 서울에서 가지고 간 스티커와 엽서를 한 장씩 나누어 주었다. ‘컵짜이~~’ 수줍듯 웃으며 좋아하는 얼굴들이 예쁘다.




라오스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머리에 꽃을 꽂으면 좀 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본다. 아마도 2005년 개봉한 영화 「웰컴투 동막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상상해 본다.


(출처: https://vo.la/fWmbR, 검색일 2023.03.19.)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유일하게 머리에 꽃 꽂은 여일(강헤정 분) 이만 갈등의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 평화롭고 자유로운 유일한 사람이다.




지금은 모두가 영리하고 똑똑한 세상이다. 셈에 능숙하고 조금이라도 자기에게 해로운 일은 부모 형제에게도 양보치 않는 세상 아닌가? 이제는 하다 하다 인공지능까지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하는 세상인데 더 말해 뭣할까?


그런데 불현듯 머리에 꽃 꽂은 ‘미친년’이 아득히 그리워지는 이유가 뭘까? 오늘 (3월 21일)이 내 인생에 가장 바보 같은 선택을 한 날이라 그럴까? 어쩌면 우리는 점점 당연한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혼은 좋아서 사랑하는 사람끼리 사는 것!


정의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손해 보고 희생하는 삶!


못생긴 걸 못생겼다고 하고 예쁜 걸 예쁘다고 할 자유!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님을 공경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 등등!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바보’ 또는 ‘저능아’ 취급을 받는 세상이 과연 가치 있고 옳은 세상일까? 만일 그렇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 ‘인공 저능(人工 低能)’①을 만들면 어떨까? 인공지능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진실을 이야기하고, 바보 같은 선택을 하고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도 한 결 같은 그런 ‘인공 저능’ 말이다. 그러면 그 녀석의 머리(또는 저능한 지능의 계산 부위)에 꽃을 꽂아 줘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보니 라오스는 매우 조용했다. 적어도 라오스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 때문에 불편한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참파 꽃의 향기도 요란스럽지 않고 조용한 것일까? 착함과 우정,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땅에는 목에 핏대 세우고 저 잘났다고 떠드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 관광온 아낙들 같은데 모두 참파 꽃을 꽂고 있다. 그렇게 하고 보니 괜히 착해 보인다. 쓰레기 통과 화장실 팻말의 배경이 신선하다

대문 사진 : 숙소 로비에 걸린 참파 꽃 그림이다.


①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에서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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