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라오스에 가야한다

길 위에서 길을 묻다.

by 누두교주

일상이 고단할 때 훌쩍 떠나는 게 여행이라면, 여행은 피곤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길 위의 삶은 항상 피곤하고 힘들다. 그래서 다시 집으로 길을 잡고, 집 문 앞에서 파랑새를 발견하곤 한다.


그러면 일상이 잘못된 것인가? 여행이 잘못된 것인가?



동남아시아 아(亞) 대륙의 심장부에 위치한 라오스는 우리나라 보다 두 배나 큰 국토를 가진 나라이다. 하지만 인구로 보면 천만도 안 되는 작은 나라이기도하다. 경제는 걸음마 단계이고, 그래서 우악스러운 중국 자본의 손길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베트남과 더불어 사회주의를 채택한 국가이지만, 이곳 사람들의 삶에서 사회주의를 느끼기는 대단히 어렵다. 조용하고 부드럽고 편안하다는 느낌이 가득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다.




우기(雨期)에는 비가 오니 당연히 나다니기 불편하다. 그러니 우기인 4-11월 사이는 여행하기 적당치 않다고 한다. 하지만 비를 좋아하고, 빗속의 삶에 관심이 있다면 이때가 여행의 적기이다.


라오스에서 제일 좋은 것은 스크린을 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TV는 물론 휴대전화도 쓸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멍 때리기 좋고, 책 읽기 좋고, 옆 사람과 작은 소리로 웃으며 이야기하기 좋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중교통은 라오스에 없다. 그래서 걷기 좋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길을 시오리 걷다 보면 어딘가 아플 것이고, 아픈 곳은 그동안 어떻게 잘못 살았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나라마다 특유의 향기가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온 사람들은 마늘 냄새를 느낀다고 한다. 인도에 처음 가면 카레 냄새가 나고, 중국에 처음 도착했을 땐 곰팡이 냄새를 맡았다. 라오스는 아주 옅은 냄새가 나는데, 달이 뜨는 밤이면 그것이 ‘참파 꽃’ 향이었던 것을 알아챌 수 있다.




라오스의 음식은 맑고 가볍다. 심지어 튀긴 고기를 먹어도 입술에 기름의 무게를 느낄 수 없다. 아마도 함께 튀긴 허브 향 나는 이파리의 조화일까? 국의 국물도 맑고 시원하다. 바다가 없는 내륙국이지만 메콩강의 풍만하고 흐벅진 흐름이 풍부한 수산물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심지어 밥도 달고 가벼워 평소보다 더 먹게 한다.



사람들이 모두 편안하다.(힘들지만 안으로 조용히 갈무리하고) 그리니 소들도 한가롭고, 개들도 여유롭고, 고양이도 나른하다. 다만 깡마르고 날렵한 수탉들만 쉰 목소리로 새벽을 알린다. 그러면 아낙이 일어나 숯에 불을 붙여 쌀국수 국물을 우린다.


그래서 우리는 라오스에 가야 한다.


대문 그림 : 아침 산책길에 만난 개다. 난 이 녀석처럼 이른 아침부터 철학적으로 멍 때리는 생명체는 아직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