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나라 밖에서 들은 이야기다.
어느 마을에 이방인이 나타나 “그가 온다”고 말하고 다녔다. 처음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날, “내일 도착한다”는 말이 덧붙여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람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였고,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결국 사람들은 짐을 싸서 마을을 떠나 산속으로 피했다.
그때 한 아이가 물었다.
“그런데, 그가 누구야?”
그 질문 앞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사람들은 조용히 짐을 풀고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것. 그리고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른 채 불안해하는 것. 어쩌면 ‘컴퓨터’도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다.
말의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보다 먼 곳까지 가게 된다. 컴퓨터(computer)라는 말도 그렇다. 이 단어의 어원을 찾아가면 라틴어 computāre에 닿는다. ‘함께(com)’와 ‘계산하다(putāre)’가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처음 이 말이 가리킨 대상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천문을 계산하고, 항해를 돕고, 숫자를 다루던 사람들이었다. 계산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인간이었다. 영어에서 지금도 –er로 끝나는 말들이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은 것도, 아마 그 흔적일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계산은 사람의 손을 떠나기 시작했다. 자동 계산 장치가 등장했고, 그 장치는 점점 더 많은 일을 맡게 되었다. 계산은 정보가 되었고, 정보는 처리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컴퓨터는 어느새 기계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우리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 기계를 컴퓨터라고 불러 왔다. 이름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초기에는 컴퓨터를 ‘계산기(计算机)’라고 불렀다. 전자식 계산 장치라는 의미였다. 이 이름은 기능을 정확히 설명하지만, 그 기능은 계산에 머문다. 그 이름 아래에서 컴퓨터는 주로 숫자를 다루는 도구로 이해되었다.
비슷한 시기, 중국에 처음 등장한 휴대전화는 ‘따꺼따(大哥大)’라고 불렸다. 문자 그대로 옮기면 ‘큰형 중의 큰형’쯤 되는 말이다. 크고 무거웠으며 값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비쌌다②. 그것을 들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은 자연히 한정되었다. 휴대전화는 통신 수단이기 이전에,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보여 주는 물건이었다.
한편 우리는 집 전화기를 거쳐, 들고 다닐 수 있는 전화기를 ‘휴대전화’ 혹은 ‘핸드폰’이라고 불렀다. 이름만 들어도 어떤 물건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중국에서 컴퓨터를 가리키는 말은 ‘전뇌(電腦)’다. 전기로 움직이는 뇌라는 뜻이다.
이 이름은 계산이라는 기능을 넘어서, 사고와 판단의 영역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계산도 하고, 저장도 하고, 연결도 하고, 때로는 사람의 생각을 대신하는 존재. 이름 하나가 인식의 지평을 넓힌 셈이다.
우리는 여전히 이 기계를 컴퓨터라고 부른다. 그런데 누군가 “컴퓨터가 뭐냐”고 물으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과 네트워크 같은 설명이 뒤따른다. 또는 말끝을 흐리며 “그거 있잖아~~” 하고 서로의 눈치를 본다. 말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모이지는 않는다. 말은 있으되, 중심이 흐릿하다.
반면에 지금 중국에서 컴퓨터를 가리키는 말인 ‘전뇌(電腦)’는, 전기로 작동하는 두뇌. 계산은 물론 판단과 연결, 사고의 확장까지 자연스럽게 포함하는 이름이다. 같은 대상을 두고 붙인 이름이, 서로 다른 방향의 상상을 이끌어낸 셈이다.
이름이 사고의 폭과 깊이를 규정한다면, 이 차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는 아직도 ‘계산하던 기계’의 이름을 쓰고 있는 동안, 중국은 일찌감치 ‘전기적 두뇌’를 상정해 왔다. 이 차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무엇을 떠올리며 출발했는가의 문제다.
휴대전화 산업에서 우리는 중국에 뒤질 이유가 없다. 그러나 컴퓨터, 더 정확히 말해 ‘전뇌’의 영역에서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같은 기술을 마주하고도 다른 이름을 붙여 온 시간의 누적은, 결국 다른 방향의 산업과 다른 깊이의 사고를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 왔는가보다, 무엇이라 불러 왔는지를 돌아봐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 대문그림 : 따꺼따의 다양한 모델들. 출처 baidu.com.
① 나는 ‘한자(漢字)’라는 말에 오래전부터 고개를 갸웃해 왔다. 한(漢)나라가 글자를 만든적이 없다.
② 중국은 집에 전화를 두고 쓴 시절이 없는 나라였다. 당연히 전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