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는 늘 그렇다.
영어 스펠링은 틀리라고 있는 것 같고, 맛집 전화번호는 옮겨 적으면 당연히 엉뚱한 곳으로 연결된다. 지도를 보고 찾아가면, 딱 내가 찾는 번지수만 없다. 그런데 왜 모든 관광 안내 책자는 지도를 잔뜩 붙여 놓고, 맛집 전화번호가 그렇게 많은지......
나는 나이키를 신지 못하지만① 나이키 신발 로고는, 한 대학생이 35달러 받고 디자인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것도 시급 $2달러, 17.5 시간 노동의 대가였다. 민노총에서 들으면 바로 조끼입고 머리에 띠맬 일이지만, 그래서일까, 한국에는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가 나오지 못한다는 생각도 든다.
나이키의 영어 발음은 ‘나이키’지만, 원래 희랍 발음은 ‘니케(Nikē)’이다.
승리의 여신이다. 이 얼굴 없는 여자(그래서 더 좋다)를 조각으로 만든 것이 그 유명한 ‘《사모트라케의 니케(Winged Victory of Samothrace)》다. 날개를 활짝 펴고 서 있는 모습이 아주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이 여자 날개를 형상화한 것이 나이키 로고'스우시(Swoosh)’인데, 내가 승리의 여신이라면 내 날개 가지고 신발 상표로 쓰는 거(그것도 한 푼도 안 주고) 별로 유쾌할 것 같지 않다.
예전에 나는 아버님 관절통 때문에 용문산에 ‘뱀’을 구하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무척 힘든 일이었는데, 지금은 하고 싶어도 다시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파리에서 땅꾼을 조상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나는 지금은 없어진 명동 성모병원에서 신시(申時)에 태어났다. 어머니는 첫 아이를 낳기 위한 오랜 산통에 시달리실 때, 아버님은 병원 앞 성모굴에서 더위를 식히고 계셨다고 들었다.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성모상 앞에서 더위를 식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파리시내 한가운데, 멀리서 보면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같은 건물을 보았는데, 나는 성당임을 직감했다. 종탑이나 십자가가 보이지 않아서 더욱 성당 같은 성당 같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성당 맞았다.
이 성당의 이름은 마들렌 성당(Église de la Madeleine)이라고 하는데, 교회로 착공했다가, 국립도서관, 기차역, 군대의 영광을 기리는 신전 등의 구상을 오락가락하다가 가톨릭 성당으로 완성됐다고 한다. 사람도 건물도,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이 성당의 내부엔 어마무시한 조각, 파이프 오르간, 부조 등이 있다고 들었다. 물론 들어가지 않았다. 누가 들어오라는 사람도 없었고, 가톨릭 신자도 아닐뿐더러, 밖에 ‘지구 나무(내가 붙인 이름이다)’ 조각이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배꼽 없는 두 사람이 지구 나무에 열린 알을 따먹고 아이를 낳은 것이 인류의 시작이라면, 아이는 부모의 영원한 생명을 희생한 대가로 생긴 존재이다. 그래서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오늘부터 지하철 임산부석에 뻔뻔하게 앉아있는 사람을 두 정거장 정도는 노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사(business)를 하는데 자기 밑천을 가지고 앉아서 장사하는 것을 ‘고(賈)’라고 한다. 나처럼 알두 개, 큐대하나 밖에 없이 천하를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사람은 ‘상(商)’이라고 한다. 나는 파리에서 내 동종업계 동료를 만났다.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물을 팔았고, 이 친구는 에펠탐을 팔고 있다.
슬슬 수술한 고관절이 불편해지고 조갈이 난다. 걸음이 고단해지면 잠시 쉬고,
고단함이 가라앉으면 길이 다시 눈앞에 펼쳐진다. 삶이 그렇듯 여행도 그렇게 계속된다.
대문그림 : 마들렌 대성당과 그 앞에 있는 지구나무이다. 내가 아니면 이렇게 사진을 이렇게 허접하게 찍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① 내 나이쯤 되면 운동화는 아들이 안 신는 것을 소비하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나도 그렇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내 아들은 나이키를 신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