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 가는 길
빠이는 지상에 있는 천국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얼마나 좋은 곳이기에, 사람들이 그토록 찬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을까.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움직였고, 나도 그곳을 직접 가보기로 했다.
방콕에서 알록달록 그림이 그려진 작은 비행기를 타고 약 한 시간.
치앙마이에 도착하는 동안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과 구름은 여행의 설렘을 더해주었다.
착륙을 앞두고 바라본 창밖 풍경.
초록빛 논과 밭, 곳곳에 자리 잡은 마을들이 한눈에 펼쳐지자 마음이 탁 트였다.
치앙마이 아케이드 버스터미널(Chiang Mai Arcade 2)에 도착하자마자 세븐일레븐에서 멀미약을 사 먹었다.
빠이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익히 들었기 때문이다.
산악 지형을 따라 수없이 이어지는 굽잇길.
그 긴 여정을 내가 멀미 없이 견딜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나는 평소에도 배를 타기 전엔 반드시 멀미약을 챙겨 먹는 편이다. 차멀미는 거의 하지 않지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커브길은 예외일 것 같았다.
빠이로 향하는 차량은 벤이었고, 나는 미리 운전사 옆자리를 예약해 두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다.
출발 시간이 가까워지자 여행객들이 하나둘 짐을 실으며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나도 캐리어 하나를 짐칸에 넣고, 미리 정해둔 좌석에 앉았다.
크고 무거워 보이는 백팩을 들고 탄 사람들을 보며, '차라리 캐리어가 더 편할 텐데' 하고 속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땐 몰랐다. 이 여행에선 캐리어가 '짐'이 된다는 것을.
치앙마이에서 빠이까지의 거리는 약 130km이며, 그 사이에는 무려 762개의 커브가 있다.
산길을 오르자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온통 짙은 초록빛이라 눈이 시웠해졌지만, 나의 긴장감은 점점 높아졌다.
오르막을 달리는 우리 차량 외엔 다른 차 한 대 보이지 않았지만, 중앙선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런데도 운전기사는 마치 곡예하듯 중앙선을 넘나들며 속도를 냈다.
이 길에 익숙한 듯 보였지만, 그 과감한 운전 스타일은 옆자리에서 지켜보는 내내 심장을 조이게 만들었다.
맑았던 하늘은 어느새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미끄러질 듯한 도로 위를 오토바이 한 대가 쏜살같이 스쳐 지나갔다. 그 모든 순간들이 위험천만했다.
마음을 졸이며 달려온 3시간 30분 끝에, 드디어 빠이에 도착했다. 무사히.
빠이 터미널에 도착했지만,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산은 있었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도 거세게 쏟아져 캐리어를 끌고 숙소까지 가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우선, 잠시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 사이, 함께 차를 탔던 여행객들은 커다란 배낭 위에 우비를 걸치고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결국, 터미널에는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30분쯤 자리를 지키며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상황은 분명 불편했지만 마음은 뜻밖에 평온했다.
무엇보다, 오고 싶었던 빠이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비까지 시원하게 내려주니, 이 기다림조차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