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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Jul 08. 2019

다다는 우리 집 고양이

고양이와 함께 살기-1

다다가 사람 말로 딱 한 가지 질문에만 대답만 할 수 있다고 하면 뭘 물어볼 것이냐고 직장동료가 물은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여기가 마음에 드니?”


다다는 생후 4개월 때 우리 집에 왔다. 태어나서 줄곧 세상의 전부라면 전부로 여겨왔던 집을 떠나, 새롭고 낯선 집에 발을 디디는 일은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한편으로는 어린 고양이의 호기심이 가득한 똘망똘망 눈동자를 바라보자니 나는 내심 다다에게 빨리 다가가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하악질과 쉴 새 없는 하울링. 몹시 불편했던 것이다.

 

처음 우리 집에 도착했을 때 다다의 모습. 예전 집에서 사용하던 담요와 장난감 공을 근처에 두어주었다.

어찌어찌 적응을 끝냈다. 쉽지는 않았다. 다다는 밤새 울어대며 집안 곳곳을 탐색했다. 그날 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다가 조금 안정을 찾고 난 후, 장난감을 흔들어주니 자연스럽게 나의 무릎에 올라왔다. 감격했다. 그 작은 몸으로 처음 내 무릎 위로 올라와주다니! 손등으로 뒤통수를 쓰다듬어주니 눈을 감으며 좋아했다. 다다의 털은 매우 부드러웠다. 힘들었지만, 천천히 나를 집사로서 받아들이고 있구나 하고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고양이와 함께, 그리고 고양이를 위해 사는 일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처음에는 나도  몰랐다. 다다는 엄청난 수다쟁이였고, 성장기에는 두어 시간은 거뜬히 뛰어놀았다.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렸지만   없이 울어대는 다다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했던 나는 어쩔  몰랐다. 속도 타고 가끔은 떼쓰는 다다가 얄미울 때도 있었지만, 이내 미안해졌다. 다다가 원하는  해주지 못하는, 다다의 마음을  읽지도 못하는 내가 미웠다.



그래도 다다는 나와 함께 잠드는 걸 좋아하고, 나와 함께 움직이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수도 없이 볼을 비비고 꼬리를 바짝 세운 채 엉덩이를 보여준다. 나를 좋아한다는 증거다. 나는 다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의 고양이지만 다른 사람과 있을 때도 내가 부르면 달려온다. 다다는 나를 좋아한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다다는 나와 사는 것에 만족하고 있을까? 항상 부족하기만 한 집사로서의 나와 환경을 보자니 다다가 너무 안쓰럽다. 내가 자격이 있는 걸까? 매 순간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다. 즐겁게 놀지만, 더 즐겁게 놀 수 있는데 내가 그렇게 해주지 못하는 건 아닐까?


올해 3, 집을 이사했다. 나는 걱정이 컸다. 다다가 이동하면서 너무 무서워하진 않을지, 이사한 집에서 다시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진 않을지,  스트레스로 인해 괜히 병이 생기거나 과하게 힘들어하진 않을지  걱정이었다. 다행히 다다는 걱정했던 것보다 쉽게  적응했고 무사히 이동했지만,  집은 약간 연식이 있는 건물인 탓에 바깥 소음이 그대로 들려오는 점이 문제였다. 워낙 조용한 동네라 그렇게  소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하수도 공사라도 하는 날엔 하루 종일 공사 소음이 바로  방에서 나는 것처럼 들려왔다. 고양이들은 청각이 예민하다.  그런  하지만, 분명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내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건가? 사소한 문제 하나까지 모두  신경 쓰인다. 수다쟁이 다다가 갑자기 얌전해지거나, 밥을  먹지 않는다거나 나와 놀지 않고 애꿎은 창문만 열심히 바라보고 있다거나  아주 일상적일  있는 변화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다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냥 기분이 그런 걸까, 아니면 몸에 이상이라도 있는  아닐까? 고양이는 아파도  티를 내지 않는 동물이라, 집사라면 당연히 모든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 이래서 집사라고 부르는 걸까? 마치 상전을 모시듯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주목하게 된다.


내가 외출을 하고 집에 없는 시간 동안, 다다는 너무 심심해하진 않을까? 내가 빨리 오지 않는다고 화가 나서 미친 듯이 울어대지는 않을까? 그렇게 걱정하며 집에 들어가 보면 다다는 반가운 마음에 격하게 울어댈 뿐,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눈을 깜빡인다. 그래도, 오랜 시간 외출을 할 때면 항상 미안해진다. 그러면서도 나도 만나고 싶은 사람과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에 외출을 포기할 수 없고, 똑같은 후회를 되풀이한다.



고양이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 다다를 행복하게 해주는   의무이자  행복이기도 하다. 다다가  행복해했으면 좋겠고, 건강하고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흠은 있지만  집과 환경, 그리고 나를 마음에 들어했으면 좋겠다. 다다야, 너는 여기가 마음에 드니? 나는 다다에게 그렇다는 대답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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