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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Apr 07. 2020

샌님

숙이는 샌님이 좋대요.

너, 진이를 좋아하지?

내게만 말해보아라. 너, 진이를 좋아하는 게지?

그리 아무 말 없이 뒤돌면 내 묻지 않을 줄 알구? 이미 알고 있대두! 마을 사람 다 알 것이다. 이 골목 순이도, 저 골목 철이도 다 알 걸?

그리 놀라 나를 보아 무엇 해? 사실이래두? 네가 아흐레 밤 진이 집 대문에다 나팔꽃 걸어두고 온 걸 명이가 보았다 했어.

에구머니나! 정말 참이냐? 너는 어찌 그 야밤에 몰래 꽃을 둘 생각을 해? 네가 두고 왔는지 옆집 윤이가 두고 갔는지 누가 안다니?

에이 참! 그래! 지금 네 어깨처럼 꽃도 시들해 축 늘어져 있었을 게다. 진이는 나팔꽃을 좋아하지도 않어. 내 그거 하난 확실히 알지.

진이? 진이는 조팝나무를 좋아한다 했어. 푸른달에는 매날 저 언덕에 오르잖니. 조팝나무 보고저 그런다고 정이가 그래. 정이 알지? 진이랑 가장 친한 동무 말이야.

근데 너 진이 어디가 그리 좋아? 진이가 어디가 그리 예뻐? 아니 왜 진이 이름만 들어도 귀가 빨개지니? 진이랑 말은 몇 번이나 해보았어? 진이도, 그러니까 진이도 네가 좋다던? 참말로 좋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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