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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kingJ Jul 13. 2021

예측불가능한 현실의 두려움

<랑종 리뷰>

님(싸와니 우툼마)은 가문 대대로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 즉 무당이다. 모든 자연현상엔 귀신이 담겨 있다는 태국의 민속 신앙을 취재하기 위해 님을 따르던 다큐멘터리 팀은 함께 장례식장을 찾는다. 형부의 죽음으로 장례식장을 찾는 님은 조카인 밍(나릴야 군몽콘켓)이 벽을 보고 혼잣말하는 이상한 행동을 목격하게 된다. 처음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밍의 행동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갔고 점점 다른 존재로 변하기 시작한다. 밍의 몸 안에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님은 조카를 살리기 위해 퇴마의식을 위한 준비를 서두른다. 

출처: 조선일보

본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공포 영화를 못 본다. 특히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 영화를 직접 찾아본 적은 손에 꼽는다. 그런 점에서 나홍진 감독의 <랑종>은 귀신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풍문으로 나름의 위안을 가지고 볼 수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모든 것은 오산이었고 <랑종>은 귀신은 등장하지 않지만 귀신의 존재를 믿게끔 만드는 공포를 선사했다. 

흔히 <랑종>의 감독을 나홍진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나홍진은 제작을 연출은 태국 공포 영화감독인 반종 피사다나쿤가 맡았다. 2004년작 <셔터>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그는 2014년 <피막>으로 태국 박스오피스 천만 관객을 이끈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동양의 두 공포 영화 거장들이 만나 훌륭한 영화를 만든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에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공포를 주입할지 작당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해서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독특하게도 <랑종>은 페이크 다큐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님이라는 무당을 취재하러 간 다큐멘터리 팀의 카메라를 통해 영화라는 허구의 세상을 되려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이전부터 나홍진 감독은 영화보다는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추구했다. <추격자>에서 모진 고난을 겪고 살인자의 집에서 탈출한 피해자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으려는 찰나 살인자를 등장시키면서 매정함으로 가득한 현실을 실감케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일반적인 영화의 진행과 동떨어진 행보를 하는 것으로 나홍진식의 공포는 완성된다. 작품을 통해 나홍진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공포란 우리 삶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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