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ckingJ Aug 07. 2021

오롯이 일어설 수 있는 용기

<그린 나이트> 영화 리뷰

매번 신비로운 이야기를 했던 데이빗 로워리 감독이 신작 ‘그린 나이트 돌아왔다. 미지의 존재인 용과 유령의 이야기를 지나 이번엔 아서 왕의 전설  인물인 가웨인의 모험을 조명할 예정이다.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 각색한 이번 이야기는 <슬럼독 밀레니어>, <라이언> 주연을 맡은 데브 파텔과 <툼레이더>, <데니쉬 > 알리시아 비칸데르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을 예고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지의 제왕> 원작자로 유명한 J.R.R 톨킨이 현대어로 해석한 작품답게 중후한 중세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아일랜드의 대자연을 통해 가웨인이 모험 중에 겪는 혹독함과 경이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제공: 씨네랩

가웨인(데브 파텔)은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왕이자 삼촌인 아서(숀 해리스)를 찾는다. 둘 사이가 소원했던 것에 맘이 쓰였던 아서는 조카와 친분을 위해 서로의 무용담을 나누기를 원한다. 하지만 평소 방탕한 생활을 이어 온 가웨인은 수많은 전설을 남긴 아서 앞에서 말을 잇지 못한다. 침묵이 이어지던 순간 적막을 깨고 몸이 나무로 이뤄진 거한이 등장한다. 자신을 녹색 기사(랄프 이네슨)라고 소개한 거한은 자리를 매우고 있는 수많은 기사들에게 한 가지 게임을 제안한다. “녹색 기사의 목을 배는 자는 명예와 재물을 얻게 되지만, 1년 후 녹색 예배당을 찾아 목을 배여야 된다”는 목숨을 대가로한 게임이었다. 누구 하나 선뜻 나서려 하자 가웨인이 직접 녹색 기사의 목을 밴다.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녹색 기사는 떨어진 머리를 주우며 “1년 후”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성을 떠나면서 가웨인은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만다.

제공: 씨네랩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인 ‘유령’을 재해석해 감성적으로 담아낸 <고스트 스토리>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감독이 지닌 독특한 세계관을 드러낸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비현실적인 소재를 즐겨 사용하는 로워리 감독은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납득시키는 장치들을 영화 곳곳에 배치하며, 미지의 존재에 대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미지의 존재를 믿게 만드는 설득력은 그의 세계관을 이루는 메시지 또한 부각한다.

(※이후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더 넓은 세계로의 모험

배경에 차이가 있을 뿐 로워리 감독의 작품을 이루는 핵심은 언제나 현실에 안주하는 인물의 성장이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에 만족하고 변화를 거부한다. 틀에 박힌 삶을 살던 인물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마치 하나의 모험극처럼 담고 있다. <고스트 스토리>가 한정된 공간에서 흐르는 시간의 모험이었다면 <그린 나이트>는 다양한 로케이션을 탐방하며 수많은 시련을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제공: 씨네랩
전설의 홀로서기

기사가 되기 위한 가웨인의 모험을 다루는 방식은 익히 알고 있던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거대한 검을 휘두르며, 악으로부터 선을 구하는 용맹한 기사의 모습보단 찌질하고 구차한 한 개인의 여정을 가감 없이 담아낸다. 하지만 고통으로부터 평생 도망만 치던 인물이 시련을 겪고 새롭게 재탄생하는 모습은 새 생명의 탄생을 목도하는 것처럼 숭고하게 다가온다.

제공: 씨네랩

녹색 기사와 가웨인 결투의 마지막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면서 누구도 알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지켜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웨인의 전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목숨을 건 여행이 없었다면, 그들의 전설 또한 없었을 것이다
<그린 나이트 中>


작가의 이전글 편협에 구애받지 않는 아름다운 그녀들의 동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