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더라키 Nov 14. 2021

필린이 한 달 차

요가와 필라테스는 무엇이 다를까

재택근무로 열심히 다니던 요가를 그만두고 하루 종일 집에서 일만 하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목이 뻣뻣해지더니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원래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불편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금방 괜찮아지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기는 커녕 통증은 등까지 이어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깨 상태도 다시 나빠지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또다시 병원을 찾을 시기가 온 것을 직감했다. 곧 건강검진 예정되어 있어서 조금만 더 참아보고 결과를 보기로 했다.


결과는 역시나 였다. 집에만 있는 게 그 아이들도 답답했던 건지 이미 집 나간 아이 말고도 추가로 탈출해 버리거나 나갈 준비 중인 아이들이 몇 생겨났다. 허탈감이 제법 느껴졌지만 어쨌든 불편한 건 해결을 해야 했기에 병원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심하진 않다고는 하는데 목과 허리는 계속 통증이 남았고 목의 거의 절반을 뚫고 들어가는 주삿바늘에 어릴 때도 느끼지 못했던 무서움을 조금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얼마간 병원을 다녔지만 딱히 나아지는 느낌은 없었고 안 되겠다 싶어 재활을 위해 필라테스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운동은 가까운 게 최고다.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몇 곳에 문의를 해보고 시간이 맞는 곳으로 등록을 했다. 사실 처음 한 두 번 다녀오고 나서는 비싼 돈 주고 개인 레슨까지 받는데 뭔가 영 시원찮았다. 땀은커녕 힘들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고 운동이 되기는 한 건가 싶기까지 했다. 하지만 곧 엄청난 착각이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글을 쓰고 있는 일요일 오후인 지금 이틀 전에 했던 운동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다.


솔직히 시작하기 전에는 요가나 필라테스에 큰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그 차이들이 점점 느껴졌고 아직까지는 필라테스도 하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든다. 아직 한 달 밖에 안된 필린이지만 그동안 느꼈던 요가와의 차이점을 들어보자면 크게 3가지 정도가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호흡이다. 요가는 보통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이 호흡만으로도 명상의 효과를 내기도 하고 그래서 호흡 자체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물론 몸도 수련을 하지만 정신적인 수양도 함께 되고 끝난 뒤에 마음이 차분해지고 긴장이 풀리게 된다. 반면 필라테스는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쉰다. 요가와 달리 정신적인 수양보다는 신체단련의 목적이 큰 것 같다. 코어에 많은 것들이 집중되어 있다. 끝나고 나면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요가보다는 PT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 차이는 운동 방식과 효과에 있다. 요가는 주로 유연성과 밸런스를 요하는 동작들이 많다. 당연히 어디든 유연하면 도움이 되겠지만 요가는 특히 관절의 유연성을 요구하고 향상되는 듯 한 느낌이다. 하지만 필라테스는 근육운동에 가깝다. 유연성을 기르는 것은 비슷하지만 관절보다는 짧아진 근육들을 이완시키고 늘려주는 느낌이다. 재활과 교정에 목적을 두고 있어서인지 자세나 동작의 중요성을 요가보다는 조금 더 중요하게 여긴다.


마지막은 도구의 차이다. 종류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요가는 매트만 있으면 별다른 기구가 없어도 수련이 가능하다. 하지만 필라테스는 바렐이나 캐딜락, 리포머 등과 같은 다양한 기구들을 활용한다. (매트 필라테스처럼 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종류도 있기는 하다.)


둘 중 뭐가 더 좋을까 하면, 딱히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다. 애초에 목표로 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둘을 모두 경험해 봤을 때 가장 크게 느껴진 차이는 요가가 수련이라면 필라테스는 운동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몸에 어느 정도 무리가 되지 않고 괜찮다면 조금씩이라도 요가를 오랫동안 계속하고 싶다. 하지만 목이나 허리를 꺾고 뒤집는 동작들이 지금은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어딘가 불편함이 있다면 필라테스를 통한 재활이나 교정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단순 운동의 목적으로 헬스처럼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어쩌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이 있을까 싶었던 요가에 이어 필라테스까지 하게 됐다. 아무래도 이제는 정말 운동이 생존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누군가들과는 다르게 난 이런 운동들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할 뿐이다. 얼마 되지 않아 필라테스 효과는 아직은 그리 크게 와닿지는 않지만 분명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믿음만큼은 점점 커지고 있다. 만약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고민보다는 일단 뭐든지 시작해보기를 추천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