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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라키 Nov 29. 2021

제때 비워야 한다.

우리 동네 분리수거 일은 매주 월, 수, 금요일이다.


일주일에 3일이나 되는대도 가끔은 시기를 놓친다. 아니 솔직히 저녁이 되면 건물 앞에 잔뜩 쌓여있는 쓰레기봉투와 재활용품들을 보면서 모를 수가 없지만은 알면서도 귀차니즘에 모른 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음에'를 몇 번 외치다 보면 쓰레기통은 금세 꽉 차 버린다.


몇 번은 손으로 꾹꾹 눌러보는 것으로 가능하지만 더 이상은 무리인 순간이 온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넘칠 듯 아슬아슬하다. 그렇게 돌아오는 분리수거 일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가 묵혀뒀던 쓰레기들을 몽땅 비워낸다. 가끔은 한계를 넘어 힘들었을 쓰레기통을 깨끗이 닦아준다.


결국엔 다시 또 채워가겠지만 당분간은 무엇이든 넘칠 걱정 없이 담을 수 있다. 깨끗하게 텅 비어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에도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생각해보면 사람 속도 비슷하다. 아직은 괜찮겠지 하면서 온갖 감정들을 아무렇게나 눌러 담는다. 때론 내 것이 아닌 감정들 까지도.


밖에서 보이기라도 하면 누가 보고 알려주기라도 하겠다마는 그렇지 않으니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얼마나 채워졌는지 알기도 어렵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꾹꾹 눌러 참아내며 계속 채우는데만 더욱 열중하다 보면 결국은 나도 모르는 새 가득 차 버리게 된다.


꽉 찬 쓰레기통이야 한 번에 훅 쏟아내서 비우면 된다지만 차곡차곡 눌려 담긴 감정들은 깊은 곳에 찐득하게 달라붙어서 떼어내기도 쉽지 않다. 별 수는 없다. 사람 속은 담고 있던 시간만큼 비우는 시간도 오래 걸리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서 가끔씩은 주의 깊게 잘 살피고 미리 비워낼 필요가 있다. 사람의 속은 생각보다도 훨씬 넓고 깊어서 오랫동안 비우지 않아도 많은 것들이 담기는데 그렇다고 오랜 시간 채우기만 하다 보면 어떤 것들은 비워내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채 평생 품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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