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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널하우스 Nov 14. 2024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라는 말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라는 말은 완전히 틀렸다. 나에게 기분은 태도가 되어야만 한다. 기분은 나에게 중요한 판단 근거이기 때문이다. 


뭐가 됐든 기분에 내키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찝찝한 것은 하지 않는다. 그 역도 동일하다. 기분을 설레게 하거나 유쾌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은 하지 말라 해도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기부니가 조크든요' 파다.


굉장히 세상물정 모르고, 제멋대로인 태도로 인해 밉상으로 여겨질 것 같지만 희한하게 주변에서는 '착한 척한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다. '착한'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상식적이고, '척'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의무적이다. 이는 웃프게도 충분히 참아가면서 공동체에 협력하는, 이른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하는' 착실한 어른을 연기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라는 명제는 자칫 '보이는 태도를 위해 스스로의 기분을 억압해야만 한다'라는 유사명제의 타당성에 힘을 실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이다. 


사려 깊은 태도는 언짢은 기분이 아니라, 유쾌한 기분에서 나온다. 고로 반듯한 태도를 위해 나의 기분을 거기에 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분을 반듯하고 설레게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 되는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러한 '기분 좋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태도라는 건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착한 척한다'라고 나를 참 좋게 봐준 이들에게는 감사한다. 나는 단지 어느 정도 기분이 넉넉했을 뿐이다. 조금 양보한다고 해서 기분을 해치진 않았을 뿐인 것이다. 그러다 '너 좀 괜찮은 애구나'라는 말까지 한번쯤 들어버리면 기분이 더 좋아졌을 뿐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기분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기분을 둘러쌀 태도를 견고히 하기 전에 나의 기분을 플러스 시킬 방법을 몇 개 더 찾아 놓는 게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분이라는 건 토라진 연인과 같아서 조금만 살갑게 대해줘도 금방 풀어져 버리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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