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시락 Jan 14. 2017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실존의 의미

차곡차곡 철학하기(십일편)

철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이고, 인간에 대한 이해는 곧 나 자신에 대한 이해이다. 어쩌면 이것이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할 전부인지도 모른다.
- 띵커벨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 정말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는 다르게 '어떻게 이룰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죠. 다시 말해, 자신의 가치관 또는 인생관을 어떻게 실현해 갈 것인가에 관한 방법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난 이렇게 살고 싶어, 하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래,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건데? 하고 묻는 맥락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저 골방에 처박혀서 생각만 하다 죽는 것이 아니라 이제 무언가를 해야 하자며 스스로 다그치는 질문이기도 하죠.

현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것을 이루어 낼 것인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삶에서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철학적으로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는 않습니다. 이 질문에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자기 결단'을 그 답변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결단이란 대개 중대한 문제에 대한 망설임 없는 결정을 의미하나, 먹고 사는 문제(배는 채워야 하고) 아니면 죽고 못 사는 문제(사랑도 하고 싶고) 아니면 아파 죽는 문제(아프면 나만 손해니)를 제외하면, 인생에서 자기 결단을 내릴 만큼 대단한 일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살다보면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요, 내가 지금까지 대체 누굴 위해 살아왔던 거지? 아니면 내가 여태까지 대체 무얼 위해 살아왔던 거지?와 같은 질문이죠. 누굴 위해 살아왔냐고요? 그리고 무얼 위해 살아왔냐고요? '자기'도 모르는데 누가 알까요.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살아왔고, '자기'도 모르게 살아왔으니 '자기' 스스로 결단을 내린 적도, 그런 결단을 내릴 만큼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 적도 없었겠죠. 말 그대로 진정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왔다 할 수 있죠.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자기를 위해, 자기의 가치를 위해

그 이유는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 라고 질문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해 왔기 때문입니다. 뭘 해야 생존하고, 뭘 해야 남부럽지 않게 살고, 뭘 해야 남보다 더 낫게 살 수 있을지, 그러한 질문들이죠. 바꾸어 말해, 그저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어떻게 무엇을 할지 고민하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기 위해 어떻게 무엇을 할지 고민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나'란 존재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던져졌다 해서 나의 삶 또한 세상에 던져진 것마냥 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세상에 맞춘다는 말, 사회에 적응한다는 말만큼이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 맞추고자 하는 '세상'이란 게 무엇이고, 적응하고자 하는 '사회'란 무엇인가요? 정말 그것이 있을까요? 맞추고자 하는 세상과 적응하고자 하는 사회를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것을 만든 사람들에겐 '맞추어야' 할 세상이나 '적응해야' 할 사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세상이니까요. 맞추고 적응하는 사람은 그들의 세상이 아니기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죠. 실존하지 않는 상태로 말이죠.

세상이 자기 뜻대로 바뀌지 않는다 해도
자기 스스로 결단하고 책임져야

'실존'이란 이런 의미입니다. 그저 던져준 먹이를 줏어먹는 가축이 아니라, 며칠을 굶더라도 자기의 먹이를 찾아다니는 야생. 그저 사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로서 기능하고 활동하는 상태. 비록 세상이, 그리고 비록 사회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도, '내' 스스로 생각하고 '내' 스스로 행동하며 '내' 스스로 애써보고 '내' 스스로 수용하며 '내'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일, 그리고 그것을 '나'도 하겠다고 '나' 스스로 다짐하는 일, 그것이 실존하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모든 사람이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조금 더 다르게 살아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한번쯤 깊게 사고해 보는 것도 좋겠죠.

그저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일과 한 인간으로서 자기 삶을 살아가는 것의 차이를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생각을 생각하다 - 바스락 https://www.basolock.com/

나의 홈피이자 블로그

                    

매거진의 이전글 잘 산다는 것, 그 물음에 담긴 철학적 의미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